책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이렇게 제목을 써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강렬했습니다. 제목만 보면 가정 폭력에 대한 내용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소수자인 중증 지적장애인과 그 가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사회는 이런 소수자와 가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여야 하는지 깊은 고민을 하게 합니다.
지은이: 테리 트루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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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주인공은 숀 맥다니엘. 책의 이야기는 주인공인 숀 맥다니엘의 시점에서 전개가 됩니다. 하지만 숀은 뇌성마지 환자로서 중증 지적 장애아입니다. 그래서 생각은 물론 근육을 쓰지 못해 신체 어느 한 곳 마음대로 쓰지 못합니다. 대소변은 물론 음식 또한 혼자서 먹지 못하고 가족들이 케어를 해주어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책은 숀이 혼자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가정으로 숀의 주관적인 입장에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문제는, 내가 뇌성마비라는 사실이다. 뇌성마비는 병이 아니라 신체의 상태를 말한다. ~중략~ 나는 단 하나의 근욱도 마음대로 조절할 수가 없다. 손가락, 손, 외발, 배, 혀, 성기, 목구멍, 엉덩이, 눈썹, 그 어느 것도. 그 어느 하나도.(11p)
숀의 가족은 아빠, 엄마, 누나, 형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신에 대한 원망을 하며 엄마와 이혼을 하고, 돈을 벌어 가정을 유지하고 숀을 케어하도록 합니다. 이웃은 숀의 아빠를 무책임하다고 하지만, 엄마는 아빠가 사회생활을 해서 돈을 벌어야 가정을 유지하고 숀을 케어할 수 있다는 합의 하에 이혼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숀의 아빠는 책임감이 없는 것이 아니라 숀을 사랑하고 가정을 위한 자신의 직업에 충실합니다. 또한 방송국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상황과 비슷한 가정에 대해 말하기도 합니다.
숀은 자주 발작을 합니다. 하지만 숀에게 발작은 쓸모없는 육신으로부터 탈출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육신으로부터의 탈출은 숀이 머릿속으로만 상상해 온 보통 사람들이 즐기는 삶, 그 이 상의 느낌을 선사하기 때문에, 발작은 사랑하고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오면, 비록 육체는 없지만 나는 내 몸짓을 마음대로 조종한다.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상상해 왔던 모든 것들을 나도 해본다. 높이 솟구치고, 걷고, 달리고, 콩콩 뛰고, 앉고, 눕고, 구르고, 뱀처럼 꿈틀대고, 물고기처럼 헤엄치고, 키 큰 건물 위로 단숨에 뛰어오르고, 보도블록의 갈라진 틈이나 벽 사이로 미끄러지듯 나아가, 구름 위를 슝 하고 날아가고, 빙글빙글, 돌고, 존 트라볼타처럼 춤추고, 커트 코베인처럼 노래하며 세상을 똑바로 바라본다.(51~52p)
그렇지만 숀의 현실은 상상과는 절대 다릅니다. 발작하고 괴로워하며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는 가족들도 괴로워합니다.
발작 중이었기 때문에 아빠가 하는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부분 부분 들려오는 말들이 있었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는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 "우리가.....해서는 안되며......", "그리고 만약......", "아무런 희망도 없는......", "해서는 안되고.....", "누군가가......", "고통을 끝내야 하지 않을까요?"(65p)
내 고통을 끝낸다고? 그 말을 듣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무슨 권리로 나를 위한 최선이 무엇인지를 결정한단 말인가? 대체 아빠가 무슨 권리로 내 고통을 끝내야겠다는 생각을 품는단 말인가? 내 곁을 지켜주지도 못한 주제에! 지금은 말뿐이지만 그 말이 행동으로 바뀌는 데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남았을까?(67p)
그렇습니다. 숀은 아빠가 고통을 끝내기 위해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숀은 생각합니다. 만약 갇힌 몸 안에 진정한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볼 정도로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어찌할까? 내가 여기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어쩌면 그 사람이 진짜 내 세상을, 내가 고통 속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아빠에게 알려 줄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다른 것 다 그렇다 쳐도, 진정 나를 알아볼 정도로 사랑받게 되면, 그러면 내 목숨을 구할 수 있을까?
숀의 아빠는 <앨리스 폰즈 쇼>라는 TV프로그램을 녹화를 합니다. 자신과 같은 가정의 답답하고 괴로운 심정을 세상에 알리기 위함입니다. 아무도 답을 알 수 없는 상황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 이 인터뷰에서 자신과 같은 두 살 난 지적 장애아를 살해한 얼 디트로라는 사람이 나옵니다. 인터뷰 중 사회자가 비난 섞인 질문에 숀의 아빠가 대답을 합니다.
사회자의 질문: "선생님은 얼 디트로가, 어린 아들 콜린 디트로를 살해한 그 사람이 자기 자식을 사랑했다는 말씀이신가요? 선생님은 진정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부모가 자식을 죽일 수 있다고 믿는다는 말씀이십니까?"(103p)
숀의 아빠의 대답: "저는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여러분이 자녀를 사랑할 거라 믿고, 또 아직 부모가 되지 못한 분들도 언젠가는 부모가 되어 여러분의 자녀를 사랑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 중에 단 한 분이라도, 끔찍하고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자식을 지켜보며 수개월, 아니 수년을 보낸 경험을 지니신 분이 있습니까? 사랑의 정의가 스스로 책임지지 못하는 사람까지 책임져야만 하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고 고민해 본 적이 있습니까?(104p)
따지듯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도 아빠는 담담하게 지적 장애아를 가진 가정에 관한 이야기를 해나갑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인터뷰를 위해 자신의 아들을 살해한 얼 디트로와의 인터뷰입니다. 사회자는 얼 디트로를 천사를 살해한 잔인하고 매정한 아버지로 몰고 갑니다. 그렇지만 인터뷰 내용을 보면 얼 디트로는 아들의 고통을 끝내기 위해서 그 어떤 고통도 감수할 만큼 아들을 사랑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인생을 희생해서라도 자기 자식의 고통을 끝내려......
아빠: 만일 또다시 그런 일을 해야만 한다면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얼: '아닙니다, 선생님. 충분히 반성했습니다.' 이렇게 말해야 되잖아요. 평생을 여기서 썩을 순 없는데, 당연히 반성하고 뉘우친다고 해야 될 것 같지만........ 그래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또다시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겠습니다. 콜린이 고통받는 모습을 다시 본다면 매일이라도 할 겁니다. 네, 다시 그렇게 할 겁니다.(112p)
숀은 다정하게 침대에서 다정하게 아빠와 사랑하다는 대화를 하면서도 아빠가 자신을 살해한다는 꿈을 꿉니다. 하지만 숀은 천사가 되라는 아빠의 꿈 속의 속삭임과 함께 한 마디를 합니다.
"나는 죽기 싫어요!"(145p)
결말은 아빠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해하면서 끝을 맺습니다.
감상평
아무도 답을 알 수 없는 이야기(에필로그)
제목만큼이나 임팩트가 큰 책이었습니다. 사랑하지만 극심한 고통 속에 있는 아들을 살해해야만 하는가? 아니면 그 고통을 보면서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 그 고통을 함께 겪어야 하는가?
이 책의 지은이인 테리 트루먼 또한 숀과 같은 아들을 둔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이 이야기의 숀처럼 쉬한(테리 트루먼의 아들)도 천재일까요? 쉬한도 감자 칩과 로큰롤을 좋아할까요? 숨겨진 본모습은 재치 있고 유머가 넘치고 현명할까요? 살아 있다는 것이 행복할까요?
저는 그 어떤 질문에도 "네."라고 대답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아니오."라고 대답할 수도 없습니다. "모르겠습니다."라고 하는 게 솔직한 대답일 테고, 그 답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163, 지은이의 말)
책을 읽는 내내 숀과 숀의 아빠의 고통에 깊은 공감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고통을 공감하면서 위로하며 힘을 내라고 하는 게 과연 이 분들한테 진정 위로가 되는 것일까? 아니면 평범한 정상인들처럼 장애우를 보는 게 맞는 것일까? 숀의 아빠의 생각대로 아들의 고통을 끝내는 게 맞을까? 내가 숀이나 숀의 아빠라면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할까?
어떤 식으로라도 방법을 찾고 싶지만, 아무도 답을 알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본문에서처럼 숀이 평범한 보통 사람처럼 행동한 것에 대한 생각도 해봤습니다. 숀이나 숀 가정에 비하면 우리의 평범한 일상조차도 사치라고 생각됩니다. 더하여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보내고 내가 원하는 대로 시간을 보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이 포스팅에서 책의 모든 내용을 모두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이 글을 읽는 분들이라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아무도 알 수 없는 이야기에 대해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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