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리나를 하면서 다른 악기를 할 생각을 하지 못하다가 우연히 악기 연주자를 알게 되어 배우게 되었습니다. 사실 회사 연습실에서 다른 악기를 다루시는 분들이 저의 상당한 연습량을 보고서 같이 같은 악기를 연주 해보자고 제안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같은 관악기 연주자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끌리는 부분이 없었기 때문에 거절을 했는데요. 오카리나를 하면서 다른 악기 연주를 가끔 보게 되면서 메리트를 끌었던 악기가 신디사이저였습니다.
정통음악(클래식)이나 입시 위주의 음악을 한다면 당연히 피아노와 같은 건반악기를 하는 게 맞지만, 이 글을 쓰는 필자가 나이가 적지도 않아 실용음악 쪽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의 직업도 나쁘지는 않지만 은퇴 후를 염두에 두기도 해서, 은퇴 후 노동에 관련된 일보다는 예능에 관련된 일을 하면서 '나도 즐겁고 음악을 듣는 사람도 즐거운' 일을 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의 오카리나도 여러모로 훌륭한 악기입니다. 하지만 관악기로도 다른 음악을 지원할 수 없는 단점도 있어서 조금 더 다방면으로 즐길 수 있는 악기를 보다가 오르간만큼 훌륭한 악기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마침 회사에 밴드에서 신디사이저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 같고요. 성능도 생각보다 좋고 연습할 수 있는 조건은 어느 정도 갖추어진 셈이어서 내 의지와 시간만 확보가 된다면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생각보다 파격적인 레슨 선생님의 말씀
이제 악기의 초보인 저로서는 레슨을 하면서 보여주는 선생님의 연주실력이 마치 하늘을 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경력이 무려 40년이니 이 악기의 절정의 고수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 굉장히 파격적이었고 저한테는 믿기지 않습니다. 6개월 정도 레슨을 받으면 자신의 노하우는 전수가 되고, 다음 6개월 정도 혼자서 열심히 하면 꽤 수준급의 연주실력이 된다고요. 들으면서도 '1년 가지고 될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이제 두 달이 조금 못되어서 아직도 쉽게 늘지 않는 실력이지만 선생님 생각은 조금은 다른 것 같습니다.
일단은 제가 전문적으로 음악을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오카리나를 하면서 습득이 된 악보 보는 법, 조금씩 익힌 화성학이 꽤 마음에 드셨나봅니다. 더하여 일주일 동안 연습한 결과를 보시더니 이 정도면 생각보다 진도가 빠르고 잘 따라온다고 만족해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선생님한테도 일반인들에게 레슨 요청이 가끔 들어온다고 합니다. 하지만 몇 명의 제자를 가르쳐 본 결과 악보를 볼 줄 모르는 초보는 정중히 거절을 한다고 하셨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악보를 볼 지 모르면 처음부터 음표 하나하나부터 가르치고, 박자, 리듬, 화성학까지 가르치면서 진도를 나가야 되는데 전문 학원 선생님이 아니면 그렇게 가르치기가 쉽지 않다'라고 합니다. 실제로 선생님은 현재 필드에서 연주를 하고 계시고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일을 하는 분이 아닙니다. 생각해보니 배우는 사람이나 가르치는 사람이나 힘들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달 3주 레슨하고 드는 여러가지 생각들
선생님이 진도가 빠르다고는 하지만 갈길이 먼 저는 베테랑 연주자들을 보면 하늘을 보는 듯 아득하기만합니다. 처음에 코드부터 배우고, 위 사진처럼 같은 곡인데 조성이 다른 곡을 하루에 5시간 정도 연습한 것 같습니다. 여기에 오카리는 따로 3시간 정도 연습하고 있습니다. 조금 빡셈니다. 매주 다른 연주법을 배우고 있지만 사실 조금 벅차기는 합니다. 오카리나를 하면서 상세한 화성학은 배우지 않았지만, 그나마 조성이 바뀌는 것도 생각보다 쉽게 이해가 되었습니다. 인터넷이 악보가 없는 곡 같은 경우 실제로 필자가 다른 조성의 악보를 그려보기도 하고요. 악보를 보고는 살짝 겁을 먹기도 했는데, 막상 몇 변 해보니 할만 했습니다. 건반이 조금씩 손에 익다보니 생각보다 쉽게 연주가 되었습니다. 조성이 다른 악보를 보고 연주해야되는 이유는 여자와 남자의 목소리 높낮이가 조성으로 치면 3도 정도 차이가 나고 성별이 같더라도 목소리 높낮이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곡이라도 조성이 다른 악보를 보고 연주를 할 줄 알아야 된다고 합니다. 오카리나를 하다가 이렇게 하다보니까 이건 또 저 세상 레벨로 보이네요.
'처음엔 대체 이게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라고 생각했는데, 건반을 배우고보니 생각보다 쉽게 이해가 되었습니다. 사실 오카리나를 하면서도 이 5도권을 이해하려고 애를 썼었습니다. 생각보다 이해하기가 어려웠는데, 건반을 보면 그리 어렵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오카리나는 샵이나 플렛 같은 반음을 잡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오카리나는 기본 운지 구명 하나를 막으면 반음이 되기는 하는데 눈에 보이지 않기도 하고 운지가 어려운 악보 같은 경우 변형운지를 써야 되기 때문에 애를 먹었습니다. 하지만 건반 악기의 경우 일반 검은 건반 자체가 반음이고, 바로 눈에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리음 터치를 배우고 왔는데, 이건 피아노에 없는 스킬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실용음악이다보니까 정형화된 클래식보다는 현장에서 바로 쓰는 대중음악에 맞추다보니까 이런 스킬도 있는게 특징이 아닐까싶습니다. 암튼 지금도 배울 게 어마어마하고 익혀야 할 게 산더미지만 내 흥미를 점점 고조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내 것으로 만드는 느낌이 이렇게 좋을 줄 몰랐습니다. 하면서도 매일 매일 어제보다 좋아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새로운 스킬을 배울때마다 다른 세상이 보이는 느낌이 듭니다.
악기 연주시간이 거의 하루 일과 중 8시간을 차지하는 것 같기는 한데, 그 시간이 전혀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는 게 저도 신기합니다. 대중음악가들이 머리를 잔뜩 기르고 가끔 방송이나 공연을 하는 것을 보고는 하는데, 그 분들이 왜 그렇게 단정하지 못한 머리 스타일을 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엄청난 연습을 하며 머리를 손질할 시간이 없을 테니까요. 생각해보니 그렇게 성공을 이룬 사람들도 지금은 참 대단하게 보여집니다.
도전이란 참 즐거운 것 같습니다. 음악이 남의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언제나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있고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노후를 준비하는 분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취미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이상으로 신디사이저 초보 입문 두 달 후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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