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팅은 책 <일류의 조건>의 일부 내용입니다.
<쓰세즈레구사>에는 닌나지의 한 스님이 비웃음과 교훈의 대상으로 자주 등장한다.
52단에서는 한 스님이 나이를 먹도록 이와시미즈에 있는 하치만구신사를 참재한 적이 없어, 어느 날 크게 마음을 먹고 참재의 길을 떠나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스님은 이와시미즈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던 터러 엉뚱한 길을 따라 이동했고, 결국 하치만구신사에 딸린 고쿠라쿠지 정도만 한 번 둘러보고 '이런 데였구나, 별거없네.' 하고 만족해하며 돌아왔다. 절로 돌아온 스님이 동료들에게 "오랜 염원을 드이어 풀었습니다. 듣던 것보다 훨씬 웅장하고 훌륭하던걸요. 참배객들이 모두 산 위로 올라기기에 왜 그런지 궁금해서 따라가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본래의 목적은 하치만구 신사 참배라고 생각해서 산 위까지는 가보지 않고 그냥 돌아왔습니다." 라고 말했다. 정작 이와시미즈의 하지만구 신사는 산 위에 있었지만, 그 스님은 그것을 알지 못했다.
이 일화를 짧게 응축한 다음 문장은 일본 사람들에게서 유명한 표현이다.
"사소한 일이라도 먼저 깨달은 자의 지혜를 빌리라."
이 말은 실로 보편성이 높은 격언이라고 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수시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고나 실패 상황에 이 격언을 대입해 보면 어떨까. 소크라테스가 역설한 '무지의 지'와 같이, 우리 인간은 자신이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자기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수준이 필요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숙달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자신이 아직 터득하지 못한 대상에 대한 예감이나 비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미처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그것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터득하기 위한 연습 매뉴얼을 세울 수 있으면, 숙달에 이를 수 있는 확실성이 강해진다. 자신의 무지를 인식하고 나아가 도를 향한 이상을 세우는 습관이 배지 않은 사람은, 잦은 실수와 시행착오에 따른 낭비가 많아서 숙달이 이르기가 마음처럼 쉽지 않다.
'앞서 깨달은 자'는 자기에게 도의 방향을 밝혀주는 존재다. 이러한 안내자가 있고 없음에 따라 숙달의 경지로 가는 속도는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좋은 안내자를 찾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지기 감각과 재능으로 도를 이루혀는 비전도 세우지 않는다면, 닌나지의 스님처럼 일정 수준까지 도달한 후 '이 정도면 되겠지' 하며 안일하게 생각하는 숙달에 이르기를 단념하고 만다.
닌나지의 스님이 끝내 올지 않았던 '산'은 숙달의 이치를 이유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본래 도달해야 할 산은 다름 수준이지만, 그 산의 높이가 의미하는 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낮은 수준에서 만족해 버리는 사람의 태도를 꼬집어 '산 위의 신사'에 비유한 것이 아니었을까. 산에 '오른다'는 행위는 단순한 길 안내라기보다 '오른다'라는 행위가 숙달론을 형상화한 이미지와 절모한 조화를 이룬다. 높이 오를수록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도 넓어진다. 숙달의 이치도 마찬가지다. 높은 산에 오른 사람들만이 볼 수 있는 풍경은 오르지 못한 사람들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라고, 겐코는 확신했던 것이리라.
어느 책을 보면 지기계발은 어리면 어릴수록,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람이란 동물은 자신이 편안하면 대부분 그 자리에서 안주하고 더 이상 목표따위는 생각하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필자도 역시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아이들한테 어떻게 하면 인생에 대한 목표를 설정해주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도 합니다. 선천적으로 뭔가를 이루려고 노력하는 아이도 있지만, 성취하려는 목표없이 그 자리에서 안주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저 역시도 많은 아이를 두고 있지는 않지만, 두 자녀가 정반대입니다. 하나는 강한 목표 성취욕이 있고 다른 한 아이는 '나 한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라지 마세요.'라고 하고요.
'무지의 지'를 알고 숙달에 이르는 방법도 중요하지만, 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내 삶의 가치관, 정체성, 세계관을 정확히 설정하는 게 먼저가 아닌가싶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절대적으로 부모의 가치관이나 정체성을 따라가면 안되고 자녀들만이 갖는 세계관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하게 보입니다. 요즘은 많은 부모님들이 높은 교육을 받아 자녀교육도 현명하게 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구 세대적 가치관을 가진 부모님들은 자신의 경험이나 환경에서 만들어진 가치관을 진리로 생각하고 그대로 자녀에게 물려주려는 분들도 없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게 자칫 자녀들에게 더 큰 세계관을 만들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자신들의 정신적 울타리 안에 가두는 우를 범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생각해보면 똑같이 세상을 살아가지만 한 개인으로부터 가정 나아가 사회, 국가를 이루는 구성원들의 끊임없는 사고확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해보이기도 합니다. 당장에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조그마한 생각의 차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복리'처럼 큰 인생의 차이로 보여질 수 있으니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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