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무거운 주제의 책을 읽다가 수수한 이해인 수녀님의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종교적 믿음을 가진 분들도 세속의 물욕을 버리지 못하는 분들이 적지 않으신데, 법정스님이나 이해인 수녀님은 글을 보면서 느껴지는 것은 삶이나 생각이나 무척 소박한 느낌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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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화한 수녀님의 책이라서 그런가요? 책도 매우 예쁘게 나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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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집으로 나온 책이기 때문에 평소에 수녀님의 소소한 생각들을 엿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제목만 봐도 흔히 우리 일상에서 볼 수 있고 접할 수 있는 주제로 쓰여졌습니다. 그만큼 수녀님은 소소하고 작은 것에 감사하고 사시는 듯합니다. 그래서 책 제목도 <소중한 보물들>이라고 하신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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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책을 읽기 힘들어 하시는 분들도 어렵게 않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게 쓰여졌습니다.
아래 글은 공감하는 내용을 옮겨봤습니다.
살면서 가장 힘든 일이 화해와 용서다.
언짢은 마음을 품고 있으면서
당신을 용서한다고 말하거나
듣기 좋은 말을 하거나
기도하는 것은 위선이다.
오늘 용서할 일을
오늘 용서할 때 평화가 찾아온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 역시도 멀지 않은 지인과 불편을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음은 용서를 하거나 화해를 하고 싶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우선은 상대방이 화해를 위한 대화나 받아줄 열린 마음을 가져야 되는데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지 않기 때문에 정말 어렵습니다. 내 자신이 아무리 넓은 마음을 가지고 이해를 하려해도 상대방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놓고 생각하면 도무지 대화가 되지 않습니다. 수녀님의 글을 보면서도 '내 마음은 화해와 용서를 하고 싶은데~.'라면서도 상대가 받아줄리 없기 때문에 정말 힘이 드는 것 같습니다.
이별학교 학생이 되어
병원이라는 학교에 자주 들락거리는 환자지만,
어제는 이별학교에도 정식 등록한 학생이 되어 충실하게
수업받고 싶은 생각이 든다. 지금도 병상에서 힘겹게
투병하며 가족, 친지와의 이별을 조금씩 앞당겨 준비하는
고통 속의 환우들을 기도 속에 기억해본다.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살고 싶던 내일"이었음을,
"오늘 이 시간은 내 남은 시간들의 첫 시간"임을
잊지 않으면서 겸허하고 성실한 마음으로
두 손 모은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차분하게,
호들갑스럽지 않고, 담백하게 이별 연습을 해야겠다.
인생의 이별학교는 우리에게 가르친다.
모든 것은 언제나 다 지나간다는 것을,
삶의 유한성을 시시로 절감하며 지금 주어진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결국 많이 감사하고 자주 용서하는 일이라는 것을,
잘되지 않더라도 의식적으로 옆 사람을 먼저 배려하는
깊고 넓은 사람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그것이 어느 날 찾아올 진짜 마지막 이별을
순하게 맞이하는 길이라고 말이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건강하고 젊은 시절에도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산다는 것은 그만큼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보겠다는 의지가 아닌가싶습니다. 수녀님도 노화는 불가항력인지라 더욱 인생 이별에 관한 내용이 깊게 공감이 가기도 합니다. 누구나 삶은 유한하지만, 삶의 과정에서 얼마나 최선을 다하여 순간순간을 살았느냐가, 인생 소풍을 끝날 때 후회가 남지 않은 삶이었다고 생각이 되겠지요.
책을 읽으면서 수녀님의 평소 짧으면서 섬세한 생각을 엿볼수도 있었지만, '이렇게 일상의 기록이나 생각을 글로 옯겨서 책을 낼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 역시 바쁘다는 핑계로 블로그 포스팅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는지라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대체로 편안하게 읽기 좋은 책이고 수녀님의 담담한 일상의 단상이지만, 공감할 내용이 많아서 관심있는 분들을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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