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찔레꽃
지난 여름 아킬레스건 파열로 수술을 하고 아픈 발목에 붕대를 칭칭감고 병실에 누워있었습니다. 병실은 3인실이었는데 옆에는 젊은 환자 한사람, 창가에는 나이가 지긋하신 70대쯤 되어 보이는 어르신이 정형외과 수술을 하시고 입원중이었습니다.
아침 회진이 끝나고 병실이 조용해질 때쯤 들릴듯 말듯 병실을 가느다랗게 울리는 노래 한곡이 들렸습니다. 젊은 환자는 어디로 나갔는지 안보이고 너무 조그마한 노래소리라서 더 집중해서 무슨 노래인지 귀담아 듣게 되더군요. 한참을 듣다보니 어릴적에 듣던 노래같은데 무슨 곡인지는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는데 노래가사에 '봉숭아'라는 가사가 들리더군요.
그래서 검색을 해 보았더니 정태춘 박은옥씨의 '봉선화'라는 곡이었습니다.
잔잔하면서도 시적인 가사가 어릴적 시골내음이 잔뜩 풍기는 추억의 노래였습니다.
나중에 대화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홍성 시골에서 올라오신 분이라고 하는데, 이 어르신도 연세가 있으신만큼 추억을 먹고 사시는 것 같았습니다.
몇번을 듣고 유튜브 스크롤을 하다보니 비슷한 노래가 연관되어 검색되는 노래가 있었습니다. 위 노래 '봉숭아'는 그저 고향생각이나 어릴적 추억 소환이 되는 정도 였는데 뒤에 따라오는 노래는 추억과 함께 내 가슴을 살며시 떨리게 만드는 노래였습니다.
노래 제목에는 없지만 지금은 함께 할 수 없는 어머니 생각에 잠깐 눈시울이 붉혀지기도 했습니다. 수술한 다리의 아품을 잠시 잊고 한참을 옛생각에 젖어 동심으로 돌아갔습니다.
어머니는 생전에 꽃을 좋아해서 앞마당 뜰앞에 수많은 꽃을 심어놨습니다. 앞마당에 화단인 셈이었죠. 덕분에 겨울을 빼고는 항시 꽃구경을 마음껏 하며 어린 시절을 보내서 이런 노래들이 어버이날이 되어 오니까 더 마음깊이 전해져 옵니다.
아마 저의 어머니도 매년 꽃으로 환생했을 거라 생각하면 계절마다 피는 꽃이 어머니 마음같아서 눈길 한번 더 주고 내 마음도 밝아집니다. 그래도 어머니 살아계실 때 '더 즐기고 남은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더 보냈더라면' 하는 마음은 아직도 아쉽기만합니다.
가정의 달이라고 하는 5월이지만, 모든 시간을 함께하는 소중한 사람이 있다면 지나간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가야겠지요.
인생은 지나고나면 길지 않은 시간입니다. 순간 순간 서로의 존재감을 확인 시켜주고 이글을 보는 모든분들 매일 매일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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