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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주저리 주저리

안 튀는듯 튀는 작은딸(황당한 사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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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웃음을 줄 때 일부러 웃음을 주기 위해 애써 재미있는 동작이나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재미있는 사람은 자신은 주위 사람들한테 웃음을 주려는 의도가 전혀 없는데, 툭툭 내뱉거나 예상하지 못한 행동들로 웃음을 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희 집에서는 작은 딸이 그렇습니다.


딸 둘을 포함해 저희 집 가족은 네 명이 있는데, 큰 딸이 서울에 가 있어 가족들이 자주 모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집에 있는 작은딸도 학교를 전주까지 통학하고, 집에 오면 바로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때문에 같이 대화를 하거나 저녁식사도 자주 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모처럼 셋이 모여 앉아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오래간만에 모인 저녁식사 자리가 기분이 좋아 작은딸한테 한 마디 했습니다.
"수아야, 이렇게 모여서 두런두런 얘기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기분이 어때?
작은딸은 언제나 그렇듯 단답형으로.
"좋아"
"뭐가 좋은데?"
"그냥 오랜만에 엄마 아빠랑 같이 밥 먹는 거. 근데 나도 자주 먹고 싶은데 반찬이 너무 없어~"
"아빠랑 엄마는 너희들과 되도록 같이 하고 싶은데, 앞으로 같이 식사를 하면서 사소한 얘기라도 자주 하고 싶어. 왜냐하면 학교 다니고 나서 나중에 직장에 나가게 되고 또 시집가면 더 같이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지기 때문이야."
"아빠, 근데 나 시집 안갈건데?"
"지금은 그래도 너 좋다고 쫓아다니는 남자애 있으면 가게 될 거야~."
"난 그래도 안 갈 거야."
작은딸이 시집을 안 가겠다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작은딸 인생 최대의 목표 지상최대의 목표가 노는겁니다. 그냥 '놀아야 되니까.' 지금 공부를 열심히 하는 이유를 물어봐도 이유는 "놀아야 되니까"입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돈을 벌어야 마음껏 놀 수 있다는 겁니다. 그냥 평생 혼자 놀면서 사는 게 꿈이라고 합니다.


조용한 괴짜입니다.
친구들도 괴짜입니다. 시험기간에 독서실에 다니면서 파자마 차림으로 시내를 돌아다니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오늘 학교 종강을 하고 학년이 끝나는 날인데 아침에 선생님한테 혼난 일로 교무실 선생님에게 쫓아가 "선생님, 나 오늘 자퇴할래요."라고 하는 친구 등 모두들 '갑툭튀?'들입니다. 그래서 작은딸의 친구들 얘기가 나오면 저희 부부는 그 친구들을 "니 친구 파자마?"와 "니 친구 나자퇴?"라고 합니다.


이렇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밥을 먹다가 필자가 반찬 하나를 떨어뜨렸습니다.
갑자기 여왕님의 못마땅한 날카로운 눈길이 느껴지면서 옆에서 보고 있던 작은딸이 무표정한 얼굴로 한 마디 합니다.
"아빠는 얘기하는 건 똑똑한 것 같은데, 왜 행동하는 걸 보면 매번 나사 하나 빠진 사람 같아~!"
큰딸하고 필자가 조금 덜렁거립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뱃속에 갑자기 참을 수 없을 만큼 힘이 들어가면서 울컥거리며 입속에 있는 음식물을 뿜을 뻔했습니다. "컥" 하면서 올라오는 웃음 때문에 가슴이 울렁울렁 참으면서 간신히 화장실에서 큰 웃음으로 박장대소했습니다.

작은딸 어릴 때를 생각해보면 더 황당한 일이 많았습니다. 작은딸이 항상 조용하면 집안 한 구석에서 사고 치고 있습니다.
책장 한 구석에 안 보일 정도로 앉아서 책장을 한 장 한 장 찢는가 하면, 엄마 화장대 옆에 앉아서 어떻게 열었는지 화장품을 얼굴에 떡칠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필자가 여왕님 몰래 차 운전석 차양 앞에 숨겨둔 비자금을 딸들이 보게 되었는데, 딸들에게 엄마에게 절대 말하지 않겠다는 간곡한 비밀약속을 했습니다. "비밀 비밀 비밀이 뭔지 알지? 엄마한테 절대 말하면 안돼 알았지?" 똑똑한 큰딸은 무슨 말인지 알아 들었는데, 작은딸은 엄마가 차에 오르자마자 "엄마 이거 비밀인데, 아빠 머리맡에 돈 있다?"
머리가 하얗게 되면서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또 한 번은 작은딸이 글을 알고 간단한 게임을 하던 초등 2학년쯤 되던 때였습니다.
매일매일 일기를 써서 학교에 가지고 가는데, 가끔 저와 여왕님이 순진한 작은딸 일기를 한 번씩 보고는 했습니다.
하루는 게임에서 캐릭터 스킬 평점 먹이듯 아빠, 엄마, 언니에게 평점을 먹여 놨습니다.
아빠: 친절도 90, 금전도 90, 전투력 10
엄마: 친절도 30, 금전도 30, 전투력 90
언니: 친절도 60, 금전도 60, 전투력 60
이 글을 보자마자 당연 필자는 배꼽 빠지게 웃었습니다.
문제는 여왕님이었습니다. 순수한 어린아이의 마음이라 생각하고 웃어넘기면 좋으련만, 여왕님은 대노하면서 아이를 울고불고 울게끔 혼을 내는 것이었습니다. 결국에는 강제로 여왕님의 평점을 친절도 90, 금전도 90, 전투력 30까지 강제로 조정하고 일이 끝나게 되었습니다.
여왕님을 말리고 말렸지만, 어린 작은딸이 어찌나 불쌍하던지요.


열거하자면 말도 못 하게 많지만, 글이 길어지므로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상상도 하지 못할 기절초풍한 사건들이 일어납니다. 작은딸은 지금도 괴짜지만, 어릴 때부터 다분히 괴짜 기질이 있었나 봅니다. 암튼 오랜만에 딸들 키울 적 옛 기억에 절로 웃음이 나와 포스팅으로 올려봅니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사랑으로 키우고, 아이들은 한순간도 눈을 떼서는 안 되겠지요.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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