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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천선란 장편 SF소설 <천개의 파랑> 전체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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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에서 가장 긴 3초를 보냈다."(소설 본문)

3초라는 시간은 우리에게는 찰나와도 같은 시간입니다. 그렇지만 느낌과 쓰임새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의미있고 긴 시간이 될 수도 있겠지요. 우리 인생도 마찬가라고 생각됩니다. 젊을 때는 인생이 길다 생각되지만, 세월이 흐르고 인생의 종착지에 이르게 되면 후회만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소설이 SF소설로서 다가올 4차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의 미래를 가늠하게 하는 생존의 법칙과 의미도 있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삶을 더욱 알차고 의미있게 보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갖게 합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그 중심에는 인간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다 하고요. 

소설의 내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각자의 생각과 비교해 보면 좋을 듯 싶습니다.

 

주요 등장인물

 

콜리(C-27): 150센티미터, 몸무게 40킬로그램의 경주마 기수이며,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이 탑재된 휴머노이드 로봇. 오로지 경마를 하는 경주마에 최적화 되었지만, 생산과정에서 인간의 실수로 인지와 학습능력이 프로그램된 칩이 삽입 됨. 따라서 다른 경주마 기수와는 다르게 인간과 대화를 할 수 있고, 감정까지 느낄 수 있음.

 

투데이: 콜리의 경마 파트너가 된 말. 기수 콜리와 함께 최고의 경마 성적을 거두지만, 잦은 경마로 인해 다리 관절이 망가져 안락사 위기에 처하지만 콜리와 연재의 도움으로 다시 경마장에 나가게 됨.

 

우연재: 소프트 로봇에 관심이 많고 재능도 있는 열 일곱 소녀. 우연한 기회에 경마장 마방에서 폐기를 앞둔 콜리를 만나게 되고, 자신의 사비를 털어 망가진 콜리를 데려와 자신이 직접 수리를 함. 그리고 투데이의 안락사를 막기 위한 계획도 세움.

 

우은혜: 연재의 장애인 언니. 장애로 인한 이유 때문인지 연재와 관계가 소원했지만, 투데이를 안락사를 막기 위해 연재와 의기투합을 함.

 

서지수: 연재의 학교 친구로 자신은 재능이 없는 소프트로봇 경연대회에 연재와 함께 나가서 입상할 목적으로 접근함. 우여곡절 끝네 콜리에 관해 알게 되고 투데이의 안락사를 저지하는데 성공하고 경연대회에서도 입상을 하게 됨.

 

보경: 연재와 은혜의 엄마. 젊은 시절 단역 배우였지만, 소방관 남편이 사고로 죽고나서 집안 생계를 위해 음식점을 하게 됨. 소설 속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콜리와 감정적 교감을 하게 됨.

 

 

 

줄거리

 

  시대적 배경은 미래사회인 2035. 급격한 과학기술의 발전과 인공지능 로봇 보급이 활성화 되었습니다. 사회적으로 많은 곳에서 로봇이 보급되고, 이 소설의 주된 이야기인 경마 경기에도 경마의 기수로 말과 함께 달리는데 최적화 된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 기수를 대신하는 세상입니다.

  주인공은 경주마인 투데이와 투데이의 기수로 휴머노이드 로봇 콜리가 먼저 등장합니다. 일반 휴머노이드 기수와 다르게 제작과정에서 콜리는 인간의 실수로 인지와 학습능력이 있으며 질문까지 할 수 있는 인공지능 칩이 삽입이 됩니다. 경마에 필요한 기수에 관련한 능력이 필요한 칩이 아닌 인간과 교감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가지게 된 것입니다.

 

  다른 휴머노이드 기수들과 함께 제작이 완료되어 경마장으로 이동하는 화물칸에서 콜리는 바깥세상을 바라보며 한 마디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아는 단어를 끝없이 읇었습니다.

 

  “찬란하다.”

  콜리는 세상의 채도가 저렇게 높다는 것에 놀라고 자신이 이 단어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그러자 자신이 알고 있는 단어가 어디까지인지 궁금해졌다. 콜리는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창을 바라보며 떠오르는 단어를 무작위로 뱉었다. 화려하다. 예쁘다. 아름답다. 노랗다. 붉다. 파랗다. 빠르다. 무섭다. 소름 끼치다. 서늘하다. 춥다. 덥다. 쨍하다. 아프다. 힘들다. 괴롭다.... 몇몇 단어는 동사형이나 형용사형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것도 있었다.(13p)

 

  천 개. 콜리가 아는 단어는 천 개였습니다. 그 단어로 만들 수 있는 문제는 더 많겠지요. 화물칸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색을 표현하는 단어로는 완벽하게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한 콜리는 단순히 노랑, 파랑, 주황이 아니라 노랑파랑, 주황노랑, 파랑회색, 이런 방법으로 색의 단어를 섞어서 색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경마장에 도착한 콜리는 경마 파트너인 말 투데이를 만나 교감하며 훈련을 시작합니다. 다른 팀과 다르게 매우 좋은 성적을 내던 콜리와 투데이는, 어느날 갑자기 투데이가 경기 도중에 다리에 통증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콜리가 알아챕니다. 콜리는 투데이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 스스로 고삐를 놓고 낙마를 하면서 골반과 하반신이 부서져 폐기처분에 놓여지게 됩니다.

  경주마는 태생이 달리기 위해 태어난 말이므로 빠른 속도로 달리기만 하다 보니까, 일반적인 말들과 다르게 관절이 쉽게 망가져 닳게 되고 경주마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안락사되어 폐기처분되고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그렇게 경주마들은 세상에 나와 삶을 살아가는 기간이 겨우 세 살에서 다섯 살이라고 합니다. 투데이 역시 안락사가 확정되었습니다.

 

  낙마 후 골반과 하반신이 망가진 콜리는 폐기처분을 기다리며 마방의 건초더미에 있는데, 로봇에 관심이 많던 여고생인 연재가 발견합니다. 연재와 언니인 은혜는 경마장 근처가 집이기 때문에 자주 경마장에 드나들었습니다.

 

  연재의 아빠는 소방관이었는데 사고로 순직했고, 엄마 보경은 결혼 전 단편영화의 주인공을 했던 배우였는데 아빠가 순직한 후 혼자가 된 이후로 현재는 생계를 위해서 경마장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언니인 은혜는 소아마비로 인해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습니다.

 

  부서진 콜리와 만나던 그 날도 연재와 은혜가 경마장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마방에 부서진 콜리를 본 연재는 경마장 관리를 맡고 있는 민주에게 부탁해서 자신이 알바로 모은 전 재산 60만원으로 콜리를 사서 집으로 데려옵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와 로봇에 재능이 많던 연재는 콜리를 고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콜리를 고치는 데 필요한 부품이나 재료를 구입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데요.

  때마침 연재의 학교에서는 로봇에 관한 과제가 주어집니다. 연재가 로봇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같은반 친구 지수는 함께 과제를 하지 않겠냐고 제안을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과제를 같이 하게 된 연재는 지수에게 콜리의 수리를 위해 필요한 부품을 구해 줄 수 있는지 물었고, 로봇관련 사업을 하는 지수는 아빠의 도움을 받아 쉽게 부품과 재료를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승낙하고, 둘은 콜리의 수리와 과제를 함께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콜리는 연재로부터 투데이가 곧 안락사가 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콜리가 연재의 집에 있는 동안 연재의 엄마인 보경과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대화를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인 콜리는 그리움이 무엇인지,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게 됩니다. 평소 말이 없던 보경인데도 보경이 콜리의 질문에 대답을 합니다.

 

  “그리운 시절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재에서 행복함을 느끼는 거야.”

  “행복한 순간만이 그리움을 이겨.”

  그리움이란 그런 것이었구나. 콜리에게도 그리워할 순간이 생겼다. 투데이와 주로를 달릴 때다. 투데이가 행복해하는 진동을 느끼면서.(205p)

 

  그래서 콜리는 그 행복한 순간을 다시한번 느껴보고 싶어합니다.

 

  그렇게 연재와 일행들은 투데이의 안락사를 잠시라도 미룰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하고, 이틀 뒤에 예정된 안락사를 2주 후로 미룰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출전권을 얻기 위해 노력합니다. 일행들은 경기장 승부조작의 비밀을 빌미로 경기장 관계자와 협상에 성공하고 투데이의 출전권을 얻어냅니다. 그리고는 투데이가 다시 주로에 설 수 있도록 훈련합니다. 훈련은 투데이가 관절이 상하지 않도록 최대한 느리게 달리는 법을 훈련시킵니다.

 

  드디어 경기 당일, 한 때는 경주마 중 최고의 에이스였으나 이제는 안락사를 앞둔 투데이와 함께 주로에 선 콜리. 시작을 알리는 출발소리와 관중의 함성소리와 함께 엄청난 속도로 달리기를 시작하는 말들, 그 사이에서 투데이와 콜리는 연습한대로 30킬로미터 이하의 속도와 훈련한 그대로 아주 느린 속도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관중석에서는 야유와 함께 맥주캔도 던져집니다. 그래도 콜리는 투데이에게 달린 고삐를 놓고 떨어지면 자신의 부품들이 망가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투데이의 호흡에서 진동과 행복감을 전달받습니다.

 

  내게는 두려움이 없소 미련이 없다. 오로지 말을 살려야 하고 행복하게 해야 한다는 존재 자체의 이유만이 있을 뿐이다.

  투데이의 심장이 뛴다. 다시는 달리지 못할 줄 알았던 말이 비로소 느끼는, 2의 삶이 박동으로 전해진다. 더 빨리, 더 빠르게. 설령 무릎이 완전히 망가진다고 할지라도 투데이는 더 빠르게 뛰고 싶어한다. 다시 달릴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서.(353p)

 

  나는 그때 투데이에게서 떨어졌다.

  두 번째 낙마였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긴 3초를 보냈다.(354p)

 

  투데이가 더 빠르게 달리고 싶어한 것을 안 콜리는 자신의 무게라도 덜어주고자 낙마를 선택한 것입니다. 이 소설의 첫 장면에서 콜리가 투데이의 등에서 낙마를 하면서 시작이 됐던 이야기가 마지막에 이어진 것입니다. 콜리가 낙마를 하면서 보내게 되는 3초가 이 소설의 시작과 끝을 장식합니다. 콜리는 낙마하는 순간 고통 따위는 느끼지 않았고 맑은 하늘을 봤을 뿐입니다.

 

  나는 세상을 처음 마주쳤을 때 천 개의 단어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천개의 단어로 다 표현하지 못할, 천개의 단어보다 더 무겁고 커다란 몇 사람의 이름을 알았다. 더 많은 단어를 알았더라면 나는 마지막 순간 그들을 무엇으로 표현했을까. 그리움, 따뜻함, 서글픔 정도를 적절히 섞은 단어가 세상에 있던가.

  천개의 단어만으로 이루어진 짧은 삶을 살았지만 처음 세상을 바라보며 단어를 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천개의 단어는 모두 하늘같은 느낌이었다. 좌절이나 시련, 슬픔, 당신도 알고 있는 모든 단어들이 전부 다 천개의 파랑이었다.

  마지막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파랑파랑하고 눈부신 하늘이었다.(354p)

 

 

이 후 투데이와 연재의 이야기

 

  그 후에 투데이와 콜리의 이야기가 뉴스를 통해 알려졌고 그로인해 경주마의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안락사를 앞두었던 투데이의 생명을 지켜주자는 청원이 올라옵니다. 그리고 투데이는 제주의 한가로운 초원에서 풀을 뜯으며 평화로운 삶을 살게 됩니다. 콜리의 삶 2막 역시 낙마와 함께 부서짐으로 끝이 났지만 개인적으로 연재가 부서진 콜리의 인공지능 칩을 살리고 다시 재조립해서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재와 지수가 참가한 과학 경진대회에서도 입상을 하고, 출품작으로 내놓은 작품이 과학기술개발 프로젝트에 채택되어 정확히 5년 후 언니인 은혜에게 자신이 만든 휠체어를 선물하게 됩니다.

 

 

전체 감상평

 

  처음 소설을 접하고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내용이 파괴적인 내용이 아닐까 짐작했습니다. 흔히 나오는 SF소설이나 영화같은 경우 대부분이 인간이 개발한 인공지능 로봇이 전쟁이나 파괴로 다시 인간을 지배한다는 스토리 구조를 가지고 있는 콘텐츠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더하여 최근에 읽은 많은 4차 산업관련 책들을 보면서 감정을 가진 로봇, 생각이 가능한 휴머노이트 또는 싸이보그들이 나오게 된다면 과거에 인간이 만들어 놓은 도덕적 철학이 기준까지 다시 만들어야 된다는 주장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소설을 읽으면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독자인 필자의 생각이 지나친 비약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인 콜리와 투데이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아직 순수함을 지닌 연재와 그의 일행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젊은 여성작가의 특유의 순수성과 감성이 묻어나는 소설이어서 읽고 나서도 잔잔한 감동과 웃음까지 얻을 수 있는 좋은 소설이었습니다.

  특히 중간에 보경과 대화에서 행복한 순간만이 그리움을 이겨의 단 한 마디는 그리움뿐만 아니라 인간이 가진 많은 슬픔과 시련도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실제로 보경 또한 사고로 연예계 생활을 하지 못한 시련과 소방관과의 결혼 생활 중 남편의 사망으로 큰 불행이 닥쳐 쉽게 무너질 수 있었음에도 어찌보면 두 딸과 함께 하는 시간이 그 시련과 불행을 이기고 조그만 행복을 통해 삶을 이어갈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처음 만남이 연재와 콜리와 만남이었지만, 강한 여운을 남기는 것은 보경과 콜리의 만남이 아니었나도 생각됩니다. 그 과정에서 콜리는 진정한 행복을 알게 되고, 자신의 행복뿐만 아니라 자기와 긴 시간을 함께 했던 투데이의 행복을 보면서 어쩌면 자신도 행복을 느끼는 게 아었나 싶습니다. 어쩌면 우리 사람들도 주관적인 자신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중심으로 가까운 사람들이 행복해 하는 것을 보면 자신 깊숙한 곳에 숨겨진 행복을 찾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감을 갖는 것 같은 메세지를 주는 좋은 소설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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