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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책, <선량한 차별주의자> 간단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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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하는 이유가 다양하겠지만, 여러 장르의 책을 읽다보면 독자 자신이 생각해보지 못했던 사회적인 이슈나 소수라고 의견이 무시되는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이 책에서 다루는 사회공동체 속에서 소수라는이유로 차별이 이루어지거나 다수의견에 밀려 소수한테는 차별이 다수 의견에 묻히는 경우를 잘 정리했습니다. 책 속의 인상적인 내용만 간추려 보았습니다. 

 

차별은 언제나 그렇다. 차별은 당하는 사람은 있는데 차별을 한다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차별은 차별로 인해 불이익을 입는 사람드의 이야기다. 차별은 차별로 인해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나서서 차별을 이야기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차별은 분명히 양쪽의 불균형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모두에게 부정의함에도 희한하게 차별을 당하는 사람들만의 일처럼 이야기된다. 이게 어떻게 된 걸까? 산술적으로 생각해도 내가 차별을 당할 때가 있다면 할 때도 있는 게 아닐까?(7p)

글을 읽으면서 곰곰히 생각해보았습니다. 내가 무심코 쓰는 용어 또는 생각들이 누군가에게 차별을 하는 것은 아니었는지를 말입니다. 이 책의 저자 김지혜님도 프롤로그에 평소 무심코 쓰던 '결정장애'라는 말이 신체적으로 비정상인이 아닌분들에 대한 차별적인 언행었음을 모르고 쓰다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언행 하나하나 누군가에게는 상처가되고 차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서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차별이 없다는 생각은 어쩌면 내가 차별하는 사람이 아니길 바란다는 간절한 희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히려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이 역설적으로 차별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26p)

 

'우리'와 '그들'을 가르는 경계는 국적만이 아니라 성별, 장애, 나이, 종교, 가족상황, 학력, 지역,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등 수많은 분류 기준과 범주에 따라 다중적으로 존재한다. 인간을 여러 차원의 범주로 구분할 수 있는 만큼 집단도 거의 무한 상태로 생성될 수 있다. 당연히도 한 개인은 동시에 여러 차원의 집단에 속하게 된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차별을 받는 집단에 속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특권을 누리는 집단에 속하기도 한다. 때로는 차별을 받는 여러 집단에 속해 있어서 한꺼번에 복합적으로 차별받기도 한다.(53p)

 

차별은 생각보다 흔하고 일상적이다. 고정관념을 갖기도, 다른 집단에 적대감을 갖기도 너무 쉽다. 내가 차별하지 않을 가능성은 사실 거의 없다.(60p)

 

 

 

구조적 차별

집단에 대한 고정관념은 외부의 시선에서 시작되지만, 그 구성원들이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내면의 시선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집단에 소속감을 가지면서 그 집단을 자신의 정체성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사회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 때 그 집단과 자신을 동일시 하기 때문에, 집단에 대한 고정관념은 곧 자기 자신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흡수되고 이 고정관념이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어떤 고정관념을 내면화하느냐에 따라 본인의 역량이 높아지기도 하고 낮아지기도 한다. 

어빙 고프먼은 부정적인 고정관념인 낙인이 내면화 되는 현상에 주목한다.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의 가치를 평가한 결과, 사회가 부여한 낙인을 자신 안에 내면화 하고 스스로를 부끄럽고 수치스럽게 여긴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개인적인 수준에 머무르지 않는다. 굳이 타인들이 노골적으로 차별하지 않아도 본인들이 소극적으로 행동하면서 사회적으로 자연스럽게 차별적인 구조가 유지된다. 차별을 받는 걸 알면서도 스스로 부족하고 열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저항을 하지도 않느다.  실제로 자신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을 의식하는 것만으로 수행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66p)

구조적 차별은 이렇게 차별을 차별이 아닌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이미 차별이 사회적으로 만연하고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어서 충분히 예측 가능할 때, 누군가 의도하지 않아도 각자의 역할을 함으로써 차별이 이루어지는 상황이 생긴다. 차별로 인해 이익을 얻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불이익을 받는 사람역시 질서 정연하게 행동함으로써 스스로 불평등한 구조의 일부가 되어간다.(74p)

 

호명권력

눈군가를 무언가로 호명할 수 있는 것은 권력이다. 누군가를 향한 놀림을 '가벼운' 농담으로 할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그 사람의 사회적 위치와 권력을 알려준다. 반대로 원하지 않는 기표가 자신에게 부착되는 경험은 소수자로서 사회적 위치와 무력한 상태를 확인시켜준다. 당신은 스스로 원하는 방식으로 호명되고 있는가? 당신은 타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호명되고 있는가? 당신의 호명권력은 어느 정도이며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가?(95p)

 

'공공질서'에서 차별

개인의 기본적 권리가 공공질서를 위해 제한될 수 있다는 이 한 마디는 상황에 따라 때로 강력한 효과를 가진다. 극단적으로는 다수의 입장에서 소수자의 권리를 부정하고 활동을 억압하는 손쉬운 한 마디가 될 수 있다. '공공질서'라고 할 때의 '공공'이 다수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말이다. 다수가 동의하는 질서가 공공질서이며, 이를 보호하기 위해 소수의 권리를 제한 할 수 있다는 만능논리가 탄생한다.

 

평등을 만들기 위한 적극적인 접근들

적극적 조치란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겨우에 따라 불이익을 받는 집단을 위한 특별한 조치가 필요할 때가 있음을 의미한다. 적극적 조치는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무언가를 '하미 말아야'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뜻이다. 적극적 조치는 특정집단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무언가를 한다는 점에서 종종 '우대'조치로 불리며 오해를 사곤한다. 그 조치가 없다면 불평등한 상태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우대라고 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201p)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공존의 조건으로서 평등의 의미를 생각했으으면 좋겠다. 고정된 '옳은' 삶을 규정하지 않는 이 해체의 시대가 버겁고 혼란스러울 수도 있지만, 이는 인류가 지속적으로 갈구하는 자유를 획득하려는 과정이기도 하다. 왕족이나 귀족이라는 소수가 누리던 자유를 민중이라는 다수가 그리고 그 다음 단계로 사회 바깥에 놓여있던 모두가 향유하게 될 때까지 세상은 더 변해야 한다.(204)

모두가 평등을 바라지만 선량한 마음만으로 평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불평등한 세상에서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되지 않기 위해 우리에게 익숙한 질서 너머의 세상을 상상해야 한다.(205p)

 


이 책에서는 우리가 평소에 보지 못했던 또는 내가 차별이라고 생각한 것들을 모두 다루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으로 다루고 있는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출신국가, 출신민족, 용모, 신체조건, 기혼, 이혼, 별거, 이혼, 사별, 재혼, 사실혼...... 나열하자면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필자 자신도 언론에서 용어가 바뀌거나 순화되어 나오는 표현들을 보고서 "너무 유난 떠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한 적이 있습니다. 본문에서처럼 나는 차별을 하지 않는다는 기본적인 생각은 갖고 있으나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차별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아마 이런 책을 접하지 못했더라면 아직도 이런 생각에 갇혀 있었을 것입니다. 책을 읽어가는 내내 반성하면서 '내 자신의 생각부터 바뀌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의 많은 부분에서 공감은 가지만, 필자가 공감하지 어려운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얼마전에 군 하사관이 복무중 휴가를 나와 성전환을 한 뒤 부대 복귀를 한 경우는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차라리 군 복무 전에 성전환을 한다거나 전역 후에 성전환을 했더라면 그나마 더 큰 문제는 되지 않았을거라 생각이 됩니다. 이 책에서는 이 이슈를 다루지는 않았지만, 성소수자, 동성애자, 젠더문제는 조금 더 사회적인 공감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소수자의 인권 문제에 대한 의견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개인적으로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간단리뷰를 하려고 했는데 글이 길어졌습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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