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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혼가(프로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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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혼가(프로포즈)



비 개인 아침 구름 잔뜩 낀 하늘을 보고 지난날을 생각하며 청승을 떨어봅니다.

한 사람으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내고 다시 청소년기 청년기를 거치면서 많은 인연과 함께 인생을 살아갑니다. 그 수많은 인연 중에서 청년기에 가장 큰 인연이라고 하면 아마 남은 평생을 함께 할 배우자를 만나는 일이 아닐까합니다.

그래서 문학이나 예술작품을 보면 남녀간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와 그 속에서 인연이되어 사랑의 감정을 노래, 영화, 소설, 시등 수많은 작품들이 탄생하게 됩니다. 감정이 메마르지 않은 사람이라면 평소에 즐겨 보고, 듣고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는 것은 아마도 나와 다른 이성을 만났을 때 최고의 감정에 달하는 것 같습니다.

마치 라디오나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사가 내 이야기 같고, 영화 속의 러브스토리 또한 내 이야기 같고, 세상이 다 내것같은 기분에 사로잡혀 현실과 다른 세상을 사는 느낌을 받기도 하지요. 또 애인이나 이성친구가 없는 사람들한테는 한번쯤 꿈꾸어보는 로망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세상의 모든 일들이 마치 나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 같은 환상에 빠지기도 하지요.

X세대를 살아온 나 역시도 같은 추억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흔히 하는 말로 지지고 볶고 살고있지만요.

나의 경우 유년시절부터 삶의 대부분이 남자들의 세계에서만 살아왔기 때문에 이성에 대한 막연한 로망과 신비감 같은 환상이 마음속 밑바닥에 깔려있었습니다. 초등학교를 제외하고 남자학교만 다니는 학교를 다니고 사회에 나와서도 직장을 들어가도 남자들만 일할 수 있는 곳에만 취직이 되더군요. 지금도 여자들은 거의 없는 직장에서 일하고 있구요.

그래서인지 총각때 미팅이나 소개팅같은 만남의 자리에 나가도 무슨말을 해야할지를 모르겠고, 서로 호감이 있더라도 전화번호를 물어보기는 커녕 다음 약속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몰라 그냥 헤어지곤 했었지요. 연애고수라는 주위사람들한테 조언을 들어도 그때 뿐, 막상 얼굴을 맞대면 머리가 하얗게 빈 것 같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사촌동생의 소개로 만난 게 지금의 와이프입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와이프도 나와같이 연애경험이 전무하고 선을 보거나 소개팅을 하면 나와 마찬가지였더군요. 그래서 처음 만난 자리에서 몇마디하고 헤어지고 사촌동생에게 연락처를 물어 몇번의 전화연락을 하다가 서로가 서툰 이성관계 유지를 못하고 연락이 끊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년 뒤. 서로의 인연을 찾지 못하던 나와 와이프는 나의 연락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요. 그때는 서로 혼기가 꽉 찬 상태라서 더 이상의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아이고, 그래 니가 내 반려자인가보다!' 이렇게 생각하고 다시 만남을 갖게 되었습니다.

또한 늦은 만남이라서 짧은 3개월의 교제시간을 갖고 바로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요. 전혀 교제를 하지 못한 탓이지만, 그래도 그냥 넘어가기는 아까웠습니다. 당시 연애인들이 방송에서 로맨틱한 프로포즈로 청혼을 하는 사람들이 유행처럼 번져서, 이 세상 남자들이 결혼전 청혼도 통과의례가 되어버린 시대가 되었습니다. 세상 여자분들한테는 더 없는 로망을 심어주었고, 무뚝뚝한 남자들한테는 최고 민폐의 대상이었지요.

나한테도 청혼을 한다는 게 성격이 숙맥에다가 이런 낭만적인 생각자체를 하지 못하고 살아온지라 그저 쑥스러울 뿐이고, 부담스럽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게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테이프에다가 내 마음과 같은 노래를 가득 담아 전해주는 방법으로 프로포즈를 대신했습니다. 그 중에 신해철의 많은 주옥같은 곡 중에서 <내 마음 깊은 곳의 너>는 그 당시 딱 내 마음과 같은 노래였습니다.


지금은 의료사고로 망자가 되어버린 신해철이라는 천재적인 뮤지션은 이 곡 말고도 그 당시 많은 고민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젊은이들한테 많은 공감을 얻은 곡들로 팬덤을 형성한 최고의 뮤지션 중에 한사람이었습니다. 팬으로서 더 이상 이 세상을 함께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요즘 세대들은 더욱 기발한 방법으로 프로포즈를 하겠지요?

 당시에는 이 곡 말고도 수많은 명곡들이 나왔는데요. 그 중에서 청춘의 낭만적인 시간을 보내고 결혼에 골인한 사람들이 결혼식장에서 결혼행진곡 대신 사용한 한동준의 <사랑의 서약>도 같이 들어봅니다.

 

시간이 흐른 지금 다시 들어보니 살짝 낯간지럽다는 생각도 듭니다. ㅎ

요즘 bts같은 보이그룹이나 걸그룹이 국위선양을 하고 있지만 지나간 옛날 노래도 추억을 되살리고 감성을 자극하는데는 부족함이 없어보입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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