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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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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때문에


저에게는 딸이 둘이 있는데 큰딸은 서울에, 작은딸은 군산집에서 같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모두들 어렸을 때는 엄마 아빠만 알고 따르던 아이들이 성장을 해 가면서 친구들을 알고부터는 엄마아빠는 '흥칫뿡'의 상대로 변했습니다. 
그래도 둘의 성격은 개성이 강해서 누가봐도 자매가 맞나 싶을 정도로 독특합니다. 큰딸은 어렸을 때부터 여자이기를 거부하며 '나는 남자야!'라고 하며 여장부의 기질을 보이는 도전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입니다. 반대로 작은딸은 집안 막내라서 그런지 조용하고 고상하고 자기 소유욕이 강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여장부같은 큰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엇그제 군산 집에서 저녁을 먹고 쉬고 있는데 서울에 있는 큰딸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보통 공부가 끝나고 밤 11시면 엄마와 전화통화를 일상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 날도 별 일없이 귀가하고 있어서 '별일없이 하루를 보냈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5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숙소 방입구에 엄지 손가락만한 바퀴벌레가 있어서 방에 못들어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게 무슨 대수랴 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딸래미와 통화하는 엄마는 울먹거리며 '어떻해! 어떻해!' 하면서 딸래미와 다투기 시작했습니다. 딸래미는 자꾸 엄마한테 어떻게 해보라고 보채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는 같이 울먹이면서도. 
"야이 가시네야. 엄마가 옆에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어쩌라고~"
하면서 호통을 쳤습니다.
투덜거리는 딸래미의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들려옵니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보는 저와 작은딸은 킥킥대며 웃었습니다. 무슨 괴물이 문앞에 서있는 것도 아니고 조그만 벌레 하나 때문에 둘이서 울먹거리고 다투는 모습이 어린 애들 같았습니다. 사실 작은 딸도 파리하나도 못잡습니다. 그런데 또 이렇게 엄마하고 언니가 별것 아닌걸로 쩔쩔매는 모습을 보니까 웃음이 나오나 봅니다. 엄마는 자꾸 웃지 마라고 야단치는데 그모습이 더 웃깁니다. 또 저와 작은딸은 배꼽잡고 웃었습니다. 평소에 집에서 목소리가 제일 큰 엄마와 언니가 쩔쩔매니까 더 웃겼습니다. 

결국에는 큰딸래미는 자체해결은 못하고 아래층 식당에서 아줌마 한분한테 도움을 얻어 퇴치하는데 성공했나봅니다. 그런데 또 나올까봐 잠을 설쳤다고 하네요. 이정도 되니까 저도 살짝 걱정은 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다음날도 딸래미가 공부를 마치고 숙소에 갔는데 이번에도 문앞에서 바퀴 한마리가 어슬렁거리고 있었나봅니다. 큰딸은 다시 엄마한테 전화를 해서 지난밤과 같은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통화하면서 엄마는 정말로 울려고 합니다. 작은딸이 보고서 다시 웃기 시작합니다. 금요일 밤이라서 저와 같이 올라가자고 합니다. 저는 웃다가 바퀴벌레가 사람을 보면 킹콩만 할텐데 뭐가 무섭다고 이딴걸로 야심한 밤에 군산에서 서울까지 올라가느냐고 한마디 했습니다. 작은딸은 어이없다는 듯 더 크게 웃기 시작합니다. 

그랬더니 여왕님은 울먹거리던 표정은 온데간데 없고 사나운 야수의 표정으로 변합니다. 저는 실수했다고 생각하고 그래도 이 늦은 밤에 올라가다가 날밤 새겠다고 말하고 스프레이를 뿌려서라도 잡고 자라고 구슬렸습니다. 그러더니 통화하면서 숙소를 옮겨야겠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엄마는 숙소 주인장한테 조치를 취하고 계속 그곳에서 생활하라고 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왠걸? 엄마는 큰딸과 맞장구치면서 정말로 다른 숙소를 알아보라고 합니다. 다시 작은딸과 저는 또 한바탕 웃었습니다.
"벌레 한마리 때문에 번듯하게 살던 집 없애고 새집 짓겠다는 생각이드네!"라고 말했더니 여왕님은 눈에 쌍심지 켜고 달려듭니다.
결국 큰딸래미는 발로 밟아서 문앞에서 어슬렁거리는 바퀴를 영면에 들게 하구요. 이날 밤도 잠을 못잤다고 합니다.

다음날 아침인 어제 토요일에 예정에 없던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왜냐구요? 숙소 옮겨주러 갑니다. 

이것저것 급하게 준비하고 올라가느라 아침을 못먹어서 서해안 고속도로에 있는 행담도 휴게소에서 식사를 해결합니다. 가격은 비싸고 음식질과 양은 조금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숙소에 가서 봤더니 새끼 손톱만한 바퀴벌레가 문앞에 죽어있었습니다. 다시 딸래미 얼굴을 보니까 웃음만 나왔습니다. 딸래미는 내가 웃는 모습을 보더니 한소리 합니다.

"아빠가 바퀴랑 한번 살아볼래?"

"야 사람이 바퀴잡는 게 아니라 바퀴가 사람 잡겠다.ㅎㅎ"

엄마와 딸래미는 둘이 똑같이 씩씩거리며 투덜거립니다.

그래도 딸래미는 엄마 아빠가 나타나니까 반가운가 봅니다. 어제까지 전화로 들려오던 울먹이고 투덜거리는 모습보다는 얼굴에 화색이 만연해 보입니다. 


짐이 별로 없어 보였는데 이것저것 차에 싣고 나니까 엄청 많네요. 오늘 도착전까지 숙소를 알아보고 학교 기숙사로 들어가기로 했다고 합니다.


요즘에는 학교내에 기숙사보다 외부기숙사가 시설이 잘되어 있네요. 아주 깨끗하고 깔끔해서 벌레 나오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여학생 기숙사라 짐만 올려주고 내려왔습니다. 정신없이 짐을 옮기느라 사진을 많이 찍지는 못했네요.


학교 근처에서 이렇게 보쌈정식으로 밥을 먹었습니다. 학교 근처라 그런지 음식값도 저렴해서 8000원이면 든든하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식사후 간단히 차를 먹고 엇그제부터 시작된 조그만 바퀴벌레 때문에 일어난 소동을 마무리 했습니다.

사실 딸래미가 아니면 서울에 올라올 일도 없고 이런 소동도 없었을 테지요. 여왕님과 이것도 자식 키울 때 한때고 자식을 둔 부모의 즐거운 고생이라며 생각을 같이 했습니다.  

모든 부모님들 마음이 같은 마음 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 행복한 휴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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