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딸의 순수, 아빠의 순수
저는 가끔 pc에 저장된 사진을 한번씩 열어봅니다.
그러면 예전의 기억들이 어제 일처럼 하나씩 떠오르면서 웃음 짓는데요.
오늘은 아이들을 키우면서 조금은 황당했던 기억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큰 딸이 초등학교 저학년, 작은 딸이 유치원 시절 이야기인데요.
저는 저녁에 시간이 남아서 와이프를 퇴근 시키기 위해 와이프 사무실 앞으로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이동했습니다.
와이프를 기다리면서 차안의 물건을 정리하던 중 운전석 머리맡에 있는 차양막을 내렸습니다.
당시 저는 와이프 몰래 몇만원의 비자금을 차양막에 감춰두고 있었는데요.
보관중이던 만원짜리 몇 장이 차양막을 내리면서 쏟아졌습니다.
저는 아이들 앞에서 '아차!' 싶었습니다.
이걸 아이들이 와이프한테 말하기라도 하면 바로 압수 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신당부하며 아이들한테 말했습니다.
"애들아 이거 엄마한테 비밀이야. 알았지? 절대 엄마한테 말하면 안돼 . 비밀이야. 비밀이 뭔지 알지?"
딸래미들은 모두가 걱정 말라는 듯이 말합니다.
"알았어. 걱정마 비밀로 할께!."
두 딸래미가 제 말을 알아들은 것 같아 안심하고 와이프가 사무실에서 나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잠시후 와이프가 사무실에서 나와 차에 탑승했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차에 타자마자 작은 딸래미가 차양막을 가리키며 한마디 합니다.
"엄마 이거 비밀인데~. 여기 돈있다!?."
저는 '으아아아' 비명을 지르며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아직도 작은 딸은 무슨 상황인지 모르고 눈만 껌뻑거리고, 와이프는 배꼽빠지게 웃기 시작했습니다.ㅠ
황당한 기억이기는 하지만 세상에 물든 아빠와 아직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교차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어른들이 세상을 살면서 세파에 물들고 순수함을 잃어 가면서도 아이들의 맑고 깨끗한 영혼을 보면 같이 웃음지어지는 것은 아마도 어른들도 아이들과 같은 순수할 때가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이 말썽을 피워서 야단을 치려고 해도 맑은 눈을 보면 웃음만 나오게 되더군요.
지금은 사진으로만 옛 기억을 생각하는데 글로 기억을 남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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