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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안네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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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


 

  이 책은 세계적인 명작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나는 이 나이 먹도록 읽을 생각조차 하지 않다가 도서관에 가서 첫눈에 처음에 보이는 책이 이 책이어서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읽어봤습니다. 제목 그대로 한 사람의 일기 일 뿐인데,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한사람이 전쟁중에 겪는 공포와 아픔 그리고 사춘기소녀의 순수한 감성이 더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시작은 안네의 13번째 생일날인 1942612일 일기장을 선물 받고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안네가 마지막으로 일기를 쓴 194481일 일기는 끝나게 되고, 마지막으로 안네가 수용소에서 장티푸스에 걸려 숨지기까지 이야기로 마무리됩니다. 재미있는 건 안네가 일기장의 이름을 키티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대화하는 방식으로 일기를 쓴 것도 재미있습니다.


  안네는 대대로 유복했던 사업가 집안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둘째딸로 태어나 부러울 것 없이 학교를 다녔다. 하지만 나치 히틀러가 정권을 잡으면서 유태인 말살 정책에 따라 위협을 느낀 아버지는 평소에도 은신을 할 수 있는 장소를 비밀리에 마련해 놓았고, 아버지한테 갑작스런 소환장이 나오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회사 건물에 마련해 놓은 비밀 은신처로 언니를 포함한 가족4명이 은신을 하게 됩니다. 이것은 안네도 모르게 마련 해 놓은 장소이기 때문에 도착하는 날까지 안네는 장소조차도 모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친구인 판단씨의 가족 3명도 같이 이주를 하게 되고, 나중에 치과의사 뒤셀이라는 사람도 합류하게 되어 총 8명이 은신하게 됩니다

 


  19421119일 목요일 뒤셀이라는 치과의사가 은신처에 합류하게 되는데, 여기서 바깥세상에 대해서 전해듣는 공포와 창밖을 통해 느끼는 안네가 보는 처참함을 인용해 봅니다. “해 질 무렵, 나는 자주 창가에 숨어 착하고 죄 없는 사람들이 울부짖는 어린 자식들을 데리고 줄지어 터벅터벅 걸어가는 것을 바라보곤 합니다. 그 행렬에는 독일군이 따라붙어 쓰러지려는 사람을 떼밀거나 걷어차면서 무섭게 몰아세운답니다. 노인이든, 어린아이든, 임신부든, 환자든, 그들에게 인정 사정이란 없어요. 이런 추운 밤에도 나의 친한 친구들 중 누군가는 사정없이 얻어맞고 쓰러져 하수구에 내동댕이쳐지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나만 이런 따뜻한 침대에 누워 있자니 죄스러운 생각이 드는군요. 지난날 친구들이 지금은 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짐승들의 손에 넘어가 버렸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끼쳐요!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 정말 욕이 절로 나옵니다. 아무리 전쟁이라지만 사람을 쓰레기나 기생충처럼 생각하고 군화발로 걷어찬다니 마음속으로 욕이 마구마구 쳐 올라옵니다.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나 이를 바라보는 안네는 무한 공포에서 하루하루를 보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실제로 히틀러는 게르만족의 우수성을 위해 유대인을 포함한 다른 민족들을 게르만족의 피를 빨아먹는 기생충정도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대단한 정신병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정신병자 중에서도 최악의 싸이코패스가 아닌가 싶습니다. 안네는 지금 은신처에서 다른 가족이랑 생활하면서 여러 가지로 불편하지만 그래도 수용소로 끌려가고 끌려가면서 비인간적인 처우를 받는 것보다는 이 생활이 천국이라고도 말합니다.



  다락방에 숨어 지내는데도 시시각각, 매일매일 공포에 시달립니다. 사이렌 소리, 대포소리, 벌 떼처럼 몰려오는 폭격기소리등....  나이어린 소녀가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일기에서 안네는 구성원 중 제일 막내입니다. 그래서 은신처 구성원들과의 갈등을 일기 키티에 모두 쏟아냅니다. 그 중에 엄마와도 여러가지 갈등을 이야기 하는데요. 안네는 엄마가 우울해 하고 불행에 대해서 생각이 자기만의 것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꽤 성숙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들로 나가 자연과 햇볕의 따뜻함을 즐기고 자기 자신과 하느님 안에서 다시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하세요. 자기 안에 숨어 있는 행복을 다시 한 번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세요. 그리고 자기 주위에 아직 남아 있는 모든 아름다움을 생각하세요. 그러면 행복은 금방 당신 곁으로 찾아올 거 에요. 행복한 사람은 다른 사람까지도 행복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거 키티도 알죠? 용기와 신념을 가진 사람이라면 결코 불행해지지 않을 거에요.

  이 부분은 내가 따로 메모를 해서 나도 심신이 지쳤다고 생각될 때 한번씩 되새겨 봐야겠다. 이거 정말 15살 소녀가 쓰는 글 맞나 싶습니다. 엄마가 40대 중반인데 불만불평이 많은 것에 대해 인생을 많이 살아온 선생님이나 득도를 한 성인 정도의 생각 아닌가? 나도 이 나이 먹도록 이 정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 것 같은데 어린 나이에 대단한 자기 신념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정도 생각하고 이 정도 글을 남길 정도면, 안네가 생존해서 작가가 되었다면 후대에 길이 남을 명작을 만들었을지도 모른 생각이 듭니다. 이 일기 한편으로도 전 세계적인 명작이 되었으니, 이런 재능을 꽃피워보지도 못하고 져버린 나이 어린 소녀의 운명이 안타깝고 슬프기만합니다. 이 책을 통해 다시 느끼지만 사람이 자기인생에 대해 기록을 하고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늦게나마 알 것 같습니다.


  얼마전 읽은 책 '매일 아침 써 봤니?'의 저자 김민식 작가님이 글쓰기 관한 주제로 '안네의 일기'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다락방에 갇혀 지내는 하루하루 쓸게 뭐 그리 많았을까요? 어제가 오늘같고, 오늘이 내일같은 매한가지 일상속에서도 안네는 매일매일 일기를 썼습니다. 비범한 것은 안네의 일상이 아니라 꾸준히 이어진 그 기록이지요. 비극적인 현실에 둘러쌓인 평범한 소녀의 일기. 그 일상의 기록이 만들어 낸 감동은 범상치 않았습니다. 때때로 기록은 현실을 압도하니까요. 독서와 글쓰기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참고할만 한 글입니다.

  안네의 일기가 왜 우리에게 명작이 되었는지를 깔끔하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유태인 수십만명이 죽음을 면하지 못하고 사라져 갔지만, 안네라는 이름은 시간과 세월이 흘러도 모든 사람들에게 영원히 기억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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