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살아감에 있어서 많은 성장통이 있지만, 청소년기에 겪는 성장통은 크게 두번으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번은 유년기에서 청소년기로 넘어가는 사춘기가 있고요. 또 한번은 청소년기에서 성년으로 넘어가는 과정으로 신체적인 변화는 물론이고 정신적으로 누구나 겪는 정체성과 가치관의 혼란의 경험일 것일 겁니다. 여러가지 성장통에 관한 명작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호밀밭의 파수꾼은 청소년기에서 성년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겪는 정신적인 혼란을 주인공의 눈을 통해 독자들에게 잘 전달된 소설입니다.
저자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는 책의 주인공과 같이 평범하지 않은 인생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적 불량으로 중학교 퇴학, 대학교도 중퇴 그리고 군 입대 후 2차 세계대전 참전 그리고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자 잠적해 버리는 참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책의 저자가 주인공 홀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비평을 한것 같기도 합니다. 특히, 저자가 책 때문에 유명인사가 되자 바로 잠적한 부분은 그 당시에도 사회에 대한 불신과 개인적인 신념이 너무나도 강한 사람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 역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인 소설에 가깝다는 느낌입니다.
줄거리
줄거리는 홀든 콜필드라는 주인공이 1인칭 시점에서 약 3일간의 시간에 일어나는 일을 독백처럼 쓴 소설입니다. 아버지는 변호사, 형 DB는 헐리우드작가, 그리고 홀든이 아끼고 귀여워하는 초등학교동생 피비가 홀든의 가족으로 등장합니다. 대충 봐도 50년대 이정도 집안이면 상당히 유복한 집안인데, 주인공 홀든은 이 책에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문제아로 나옵니다.
먼저 홀든은 성적부진으로 현재 다니고 있는 펜실베니아 소재 펜시고등학교에서 퇴학처분을 받고 기숙사에서 겨울방학을 앞두고 있고, 방학이 끝나면 학교에 돌아올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앞서 홀든은 세군데 고등학교에서도 똑같이 성적부진으로 퇴학을 받은 이력이 있는 문제아 학생이기도 합니다.
홀든은 작별인사를 하기위해 역사 선생님인 스펜서에게 찾아가지만, 선생님은 홀든에게 공부를 하지 않았고 학교생활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등 갖은 충고를 하게 됩니다. 홀든은 반항심만 가지고 선생님의 집을 나와 버리고 곧바로 기숙사로 들어옵니다. 기숙사에 와서도 방 룸메이트와 옆방 친구들과의 대화도 오가는데, 방 룸메이트인 워드 스트라드레이터는 미남이면서 학생들로부터 인기도 많은 학생입니다. 홀든은 워드와 대화 도중 제인이라는 여학생과 데이트를 하러 나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제인은 홀든의 고향친구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워드는 홀든에게 작문 숙제를 부탁하고 데이트를 하러 나가고, 홀든은 숙제를 워드가 원하지 않는 이상한 숙제를 해 놓는 바람에 워드가 돌아 온 후 서로 다투게 됩니다. 홀든은 워드가 제인을 만난다는 것에 매우 기분이 나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서로 심하게 싸우고 홀든은 기숙사를 나와 버립니다.
그 길로 집이 있는 뉴욕으로 가게 되는데, 가다가 수녀님들과 만나 대화를 하고 음식값도 내주고, 호텔방에 묵으면서 동성애자를 보기도하고, 엘리베이터보이가 소개하는 매춘녀를 5달러에 방에 들이고 대화만 하고 내보내지만 나중에 엘리베이터보이와 매춘녀한테 5달러를 더 갈취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나서 옛 여자친구인 샐리를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하지만 홀든과 샐리는 역시 삶의 가치관이 달라서 기분 나쁘게 헤어지게 되고, 나중에 만난 친구역시 대화를 나누고 싶어하지만, 그 친구도 역시 별다른 대화 없이 헤어지게 됩니다. 이 와중에 홀든은 술을 먹고 담배를 피우며 온갖 어른들의 타락된 행동을 합니다.
홀든은 귀여워하는 여동생 피비를 보기위해 뉴욕집에 몰래 들어갑니다. 다행히 부모님은 외출중이었고 피비는 오빠인 홀든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오빠가 학교에서 퇴학당했다는 걸 알게 됩니다. 피비는 아빠가 오빠를 죽일거라며서 울먹입니다. 또 오빠가 문제가 무엇인지를 묻고, 대체 무었을 하고 싶은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묻습니다. 여기서 이 책의 중요한 홀든의 대답이 나옵니다. 홀든은 피비에게 아이들이 뛰노는 넓은 호밀밭에서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게 지켜주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집을 조용히 빠져나와 옛날에 홀든이 존경했던 선생님 엔톨리니 집으로 갑니다. 엔톨리니 선생님은 퇴학당한 홀든에서 따뜻하고 인간미 있게 여러 가지 조언을 해줍니다. 문제는 피곤해서 금새 잠이 들었는데, 홀든이 잠든 사이 선생님이 홀든의 머리를 어루만지는 틈에 잠이 깨어났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의 이상한 행동에 홀든은 깜짝 놀라게 되고 홀든은 성추행으로 생각해 화가 나서 선생님 집을 나오게 됩니다.
홀든은 지금까지 겪던 세상 모든 것이 바보같고, 멍청이들 같고, 토할 것 같다고 생각한 나머지 서부로 떠나야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서부로 떠나기 전에 피비한테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학교체육관에 도착했는데, 학교 내 건물 이곳저곳에 욕이 써있는 걸 발견하고 피비 같은 어린애들이 보기 않기 위해 지우기도 하지만, 너무 많아서 나중엔 지우는 걸 포기합니다. 떠나기 전 홀든이 아끼는 동생 피비를 보기위해 학교에 찾아가 학교 관계자에게 쪽지 편지를 써서 피비에게 전해줍니다. 쪽지에는 서부로 떠난다는 내용과 박물관에서 만나자는 약속장소를 썼습니다.
약속장소인 박물관에서 죽은자들의 미라옆에서 이상하게 편안함을 느끼지만, 미라밑에도 홀든은 욕이 써있는 걸 발견합니다. 약속시간을 지나 한참을 기다린 끝에 피비가 도착했는데, 피비는 커다란 가방을 가지고 옵니다. 피비는 홀든과 함께 서부로 같이 떠나겠다는 마음으로 약속장소에 온 것입니다. 피비와의 다툼 끝에 홀든은 서부로 떠나는 것을 포기하고 정신병원에 입원을 하며 이야기는 끝을 맺습니다.
감상평
책 표지에 “허위와 거짓으로 가득 찬 세상으로부터의 도피를 꿈꾸며 방황하는 한 소년의 고독한 몸부림! 퇴학, 변태, 창녀, 동성연애자..... 48시간 동안의 체험을 통해 마침내 눈뜨는 소년, 그 순수한 영혼이 빛난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처음 읽을 때는 이 말이 쉽게 다가오지 않았는데, 책을 읽고 난 후에, 이 짧은 머리말로 이 책의 모든 게 설명이 되는 것 같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예외 없이 생로병사를 합니다. 인생에 어느 한 순간이라도 중요하지 않은 순간이 있을까요? 시간, 젊음, 나이 들어서 노인이 되고 삶을 마칠 때까지. 이 책에서는 유년기를 지나고 청소년기를 겪으면서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자기정체성을 찾는 성장통의 시간을 보내는 홀든을 봅니다. 홀든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성장과정이나 48시간의 학교 밖 일탈을 통해 잠깐이나마 병든 세상, 허위와 거짓으로 가득찬 세상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홀든은 학교에 대해서 비판을 합니다. 홀든이 다니는 펜시고등학교는 말을 타고 폴로를 즐기는 학생들의 사진으로 광고를 하지만, 정작 학교에는 말을 구경조차 하지 못합니다. 두 번째, 스펜서 선생님의 충고가 홀든의 반항심만 키워 더 준 것. 선생님 한 사람의 충고 일수도 있지만, 모든 어른들이 젊은 세대한테 하는 충고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상상이 됩니다. 세 번째, 학교에서 룸메이트와 싸우고 뉴욕으로 뛰쳐나오지만, 어른들의 동성애, 매춘, 쾌락에 빠져든 세계를 경험하게 됩니다. 학교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매춘부에 금품갈취나 옛 선생님한테 성추행을 당한 것은 적지 않은 정신적인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홀든 한사람의 눈을 통해 어른들을 바라보는 사건들입니다. 책 밖의 이야기 일수도 있지만,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대한민국을 말하기를 헬조선이라고 말합니다. 몇 해전 세월호 사건, 촛불혁명, 취업, 저출산 그리고 요즘 회자되는 많은 사건 사고들이 어른세대들의 삐뚤어진 자본주의와 물질만능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른세대들이 바르지 않고 도덕적이지 않으면서 너는 바르게 살아라, 아프니까 청춘이다, 열정페이 같은 이상한 말로 합리화 하면서 젊은 세대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더 먼 미래를 보지 못하는 아주 짧은 생각을 가진 이기주의 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른들은 말합니다. “너는 세상을 모른다. 그러니까 더 사회경험을 해 봐야하고 배워야 한다”. 모르니까 더 배워야 한다? 도대체 뭘 배워야 하나! 청소년의 눈으로 보면 학교에서 도덕적인 것, 학문적인 것, 직업적인 것 사회에 나가 원만한 대인관계를 갖고 좋은 직장을 갖는 것이 배우고 경험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책 내용처럼 온갖 허위와 거짓으로 가득 찬 비도덕적인 세상을 더 배워야 하는 것일까요? 여기서 청소년들의 시점으로 다시 돌아와서, 홀든처럼 학교의 비리나 상투적인 어른들의 충고를 떠나 반항적이고 도전적으로 세상을 접근하지 않더라도 고교졸업이나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 디뎠을 때 젊은이들이 느끼는 기성세대들과 가치관의 괴리감은 우리 대한민국 사회에서도 엄청나게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 삐뚤어진 시각을 갖지 않도록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가는 것은 기성세대들의 무한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홀든은 피비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고, 무엇이 되고 싶느냐는 질문에 “나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는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홀든의 행동은 문제아 적이고 반항아적이지만 순수한 마음을 파괴하고 짓밟는 사회와 어른들의 부조리에 맞서 순수성을 유지하고 지키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스펜서 선생님의 충고, 매춘녀, 동성애자, 학교나 박물관의 욕 등은 기성세대들의 잘못된 허위와 거짓을 상징하고, 수녀, 사랑하는 동생 피비, 호밀밭의 뛰노는 아이들, 고향친구 제인 그리고 겨울센트럴 파크의 오리는 순수를 상징합니다. 특히, 오리부분은 책 여러곳에서 홀든이 언급을 하지만 누구도 대답을 명확히 하지 않습니다. 결국, 홀든이 생각하는 오리라는 순수는 사회 구성원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국 홀든은 이 책에서 순수를 지키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책이나 현실에서도 순수라는 것은 어른이 되면 망각하거나 잊어버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홀든도 어른이 되기 때문에.... 종교적으로 생각하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면 절에 들어가 수행하는 승려가 되는 것이 딱 맞을 것도 같다는 생각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어른들은 책이 아니더라도 다른 매체를 통해, 잃어버린 과거의 순수를 한번쯤 돌이켜보며 물질만능이나 자본주의의를 쫒아가지 않고, 삶의 중간에 한번쯤 순수를 찾아보는 것도 인생과 마음이 풍부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세상이 힘들면 삶을 뒤돌아 볼 여유도 없고 현실에서도 여유를 찾기 힘들기도 하겠지요. 적어도 어른들의 이해관계를 떠나서 일상을 탈출해서 여러가지 상념에 젖어보고,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같이 대화를 통해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입니다.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폭풍의 언덕 (0) | 2019.09.19 |
---|---|
조지오웰의 <동물농장> (0) | 2019.09.11 |
매일 아침 써봤니? (0) | 2019.06.18 |
안네의 일기 (0) | 2019.06.15 |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0) | 2019.06.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