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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벌초(Mother of m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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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 >>Mother of mine



저의 어머니는 11년전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래서 항상 명절을 앞두게 되면 어머니 생각부터 납니다.
이젠 유년시절에 명절 추억이 아니라 어머니의 옛정이 먼저 떠오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살아계실 때는 언제 까지나 우리 곁에 살아서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삶이란 우리가 원하는 대로만 흐르지 않듯 어머니도 오랜 시간 앓고 있던 지병으로 쓰러지시고 다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이후 행복하고 평화롭던 가정의 화목은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같이 부서졌습니다. 
어머니 살아계실 때 크게 보이지 않았던 어머니의 빈자리가  그렇게 크게 느껴질 줄 몰랐습니다.
가족 관계에서 어머니는 부모형제를 묶고 있는 강력한 울타리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시고 영원할 것 같았던 울타리는 꿈속의 환영처럼 사라졌습니다. 
가족 구성원 간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는 사람들이 들어오고 형제들은 각자의 길로 삶을 살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데 세월이 흐르고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었습니다.
어렸을 적 어머니의 따듯한 손길과 미소와 정성스런 음식들, 장성한 아들에게 시골에 다녀갈 때마다 바리바리 싸주시던 음식과 곡식들을 지금도 생각납니다. 
지금도 시골집 어귀에 들어가면 반갑게 맞아 주실 것 같습니다.
어렸을 적 시골 풍경, 집, 논과 밭, 모든 게 변한 게 없는데 어머니만 없네요.

그래도 어머니가 감사합니다. 
아들딸 장성할 때까지 살아계서 주셔서.

가족들에 대한 이런저런 미움도 다 가시지는 않았고, 저 세상에 가신 어머니지만 내가 내손으로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막내 동생과 시간을 맞춰 선산에 벌초하러 다녀왔습니다.

                


당진에서 어제 늦은 퇴근을 하고 군산에 와서 짧은 잠을 잔 뒤, 벌초를 하기 위해 아침 일찍 여왕님과 부안에 있는 선산으로 향했습니다.



출발시간에는 약간의 비가 쏟아졌지만 오히려 시원해서 작업을 하기 좋았고, 조금 있으니까 비가 그쳐 벌초하기 위한 최적의 날씨가 되었습니다.
하늘에 계신 어머니가 날 더운데 고생하지 말라고 지켜보시는것같습니다.ㅎ

시골집에 도착해서 벌초에 필요한 예초기, 낫, 갈퀴를 챙겨서 선산으로 이동합니다.


아이구야 올해는 긴 장마로 인해서 다른 때보다 잡초들이 더 무성하게 자라 있네요.


일단은 동생이 예초기를 들고 묘인지 풀밭인지 모를 풀들을 베어 나갑니다. 

저는 그 뒤를 따라서 갈퀴를 가지고 베어진 풀들을 가장자리로 치우면서 작업을 하니까 생각보다 빠르게 작업이 진행되네요.

어머니 벌초를 하러 왔지만, 다른 조상님들 묘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요.

어렸을적부터 맡아온 갓 벤 풀냄새지만 정말 상큼하게 느껴집니다.


7대조부님부터 6대조, 5대조, 고조, 증조할아버지까지 모두 작업을 끝낸 모습입니다.

묘들이 모두 뿔뿔히 흩어져 있어서 묘마다 이동하면서 벌초를 해야 해서 조금 번거로웠습니다.

지금 살아 계신 선대 분들이 조치를 취해서 흩어져 있는 묘를 한데 모아 납골묘를 만들어 주면 좋겠는데, 크게 관심들이 없으신가봅니다.


어머니 묘는 좀 더 꼼꼼하게 했는데도 주변 수풀이 우거져서 어두워 보이네요.

오랜 옛날 시골에 보일러가 들어오지 않을 때는 이런 숲속에서 월동 준비로 땔감을 해가기 위해서 낙엽들을 긁어 모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풀들이 크게 자라나지 못했는데, 요즘은 누가 손을 대는 사람들이 없어서 밀림이 되어가는 것 같네요.


선산 묘 옆에 있던 생밤입니다.

올해는 밤송이가 맺히자 마자 태풍으로 모두 떨어져 버려서 송이가 몇 개 남지 않았네요.


은행나무도 가을을 알리듯 가지가 늘어지게 열매가 맺혀있구요.

그래도 이 녀석은 몇 번의 태풍에도 열매가 떨어지지 않았네요.


시골집 앞마당에 있는 사과 대추라고 하는데 정말 알이 크네요. 

아직 영글지 않아서 맛은 그렇게 좋지 않았습니다.


날씨도 비교적 시원했고 동생과 작업 호흡이 잘 맞아서 아홉 개 정도 되는 묘를 반나절 만에  끝냈습니다.

이렇게 무성하게 자라있는 잡초들을 제거하고 나니까, 일년 넘게 머리를 깍지 못하다가 시원하게 이발을 해 놓은 것 같이 마음까지 시원해 집니다.

다시 동생은 내일 출근을 위해 당진으로 이동하고, 저희는 군산 집으로 향합니다.


이웃님들 행복한 명절 보내기 위한 준비 잘 되어 가시나요?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예년 같은 명절은 보내지 못할 것 같네요.

모두가 마음만은 풍성한 명절 되시고 건강한 일상 만들어가세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로수가 너무 멋지게 늘어서 있어서 찍어 봤습니다.

하늘도 적당히 구름도 끼어 있고 파란 하늘도 멋진 풍경을 만들어 주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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