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유곡리 시골길 달리기
숙소 앞을 나서는 길, 지난 추위와 눈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말끔한 동네 길만 드러나 있습니다.
유곡리와 중흥리 사이에 있는 들판으로 나가 봅니다.
들판 건너 중흥리가 있는 송악산이 보입니다.
저는 평소 자전거를 타고 당진 곳곳을 돌아 다녀서 이런 농로나 동네 안길 지리를 잘 알고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는 분들의 장점 중에 하나지요.
농로는 자동차들의 통행이 거의 없고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도 많지 않아서 저는 자전거 탈 때 즐겨 이용하는 길입니다.
들판 중간 쯤에서 기지시리 방향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명산리 방향으로 올라가면 기지시리로 가는 시골동네 안길이 나오는데요.
여기서 욕심을 부리지 말고 돌아갔어야 했는데 저의 마음속의 오만을 이기지 못하고 오버런을 하게 된 이유가 되었습니다.
방향이 기지시리 방향이다보니 동료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그냥 도서관까지 뛰어갈 생각을 한 것입니다.
도서관까지 거리는 약 10km정도의 거리가 됩니다.
젊을 때라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데 적지않은 나이에다가 자주하는 달리기도 아니라서 조금 무리인 것을 알면서도 기지시리를 향해 달렸습니다.
길가 논에는 겨울 철새들이 논에 떨어진 벼 낟알로 먹이활동을 하고 있네요.
다른 쪽 논에는 보리 파종을 위해 논을 갈아 놓았습니다.
달리다가보니 점점 무릎에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유곡리와 도서관까지 중간정도 지점이었는데 역시나 마음만큼 몸이 따라주지 못하는 거리였습니다.
그냥 숙소에 가서 샤워를 하고 다음 일정을 소화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명산리 계곡을 올라가다가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로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돌아오는 길 옆에는 우사들이 몇 채가 있었습니다.
축사에 있는 소들이 '쓸데없이 무슨 강아지 고생이냐?"라고 하는 듯 하네요.
덩치는 큰 녀석들이 눈빛은 참 순둥순둥해 보입니다.
동네 야산 옆으로 나 있는 농로를 따라 천천히 달립니다.
들판을 지나고 숙소 가까운 동네에 오다보니 전형적인 시골집들이 눈에 보입니다.
창고같은데서 자재로 쓰이던 목재를 가져와 화목 보일러 땔감으로 쓰나보네요.
시골에서 나무타는 향긋한 냄새가 저한테는 전혀 낯설지가 않습니다.
저도 오리지날 시골 출신이라서 정겹기도 하고 어릴 적 옛생각도 납니다.
지금은 고전이 되어버린 동요하나가 생각납니다. ㅎ
'바람이 머물다간 들판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연기~'
제목이 생각나지 않아 검색해봤더니 '노을'이라고 뜨네요.
같이 한번 들어 볼까요? ㅎㅎ
어릴 때 많이 듣던 동요이고 딸래미들 키울 때 들려주던 동요입니다.
요즘은 너무 어른들 노래가 유행이다보니 이런 노래들을 들을 수가 없는 게 아쉽습니다.
지나다보니 동네 모정처럼 조그만 휴식공간이 있고 옆에는 손자를 위해 시골 할아버지가 만든 듯한 그네도 있네요.
민가가 가까워질수록 길옆 나무들도 잘 가꾸어져 있습니다.
이 나무는 동네 산책할때마다 보는 나무인데 볼때마다 신선함이 느껴집니다.
보통 나무들이 초록색이나 녹색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나무 하나에 검푸른 색부터 초록, 녹색, 연초록, 빛나는 노량색까지 다보입니다.
그림을 그릴 줄 알면 그림으로 그려보고 싶은 나무네요.
생각보다 멀리 돌아 달리다보니 숙소에 들어갈때쯤 되어서는 걷기조차 힘들정도였습니다.
평소에 2~3km라도 뛰었으면 큰 무리는 아닌듯 싶은데 자전거만 타다보니 장거리 달리기는 조금은 무리인듯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으로 따뜻한 겨울 속 나 홀로 운동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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