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날마다 주저리 주저리

촌 사람의 서울 방문

728x90
728x90

며칠 전 큰 딸 숙소 문제로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지금 여왕님과 결혼 후 서울에 갈 일이 거의 없어서 십여 년 동안을 가지를 않고 있었습니다.

딸내미가 욕심이 많아 집에서 큰 지원을 하지 않았음에도 서울 입성에 성공하게 되었습니다.

부모 된 입장에서 자식이 공부하겠다는데, 꿈을 꺾을 수가 없지요.

그래서 뭐가 되든 큰 꿈을 그리고 있는 딸의 서울 학교 생활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큰딸이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기숙사의 단체 생활이 어지간히 신경이 쓰이나 봅니다.

예민한 큰딸의 성격도 있고요.

 

처음에는 서울 주택 가격이 비싸서 경제적인 부담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지원하는 기숙사도 있고, 국가에서 지원하는 임차인을 위한 저리 대출 제도가 지원이 되어서 걱정한 만큼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찾아보니까 서울 중심권이 아니면 그런대로 혼자 지내기에는 괜찮은 원룸도 있었고요.

의외로 큰딸이 생존본능이 강해서, 알짜배기 정보를 잘 수집하더군요.

 

그런데 부모로서 미안한 것은 수도권에 집을 하나 갖지 못해 딸내미 학교생활이 쉽지 않은 것 같아 미안했습니다.

지금까지 지방에만 살아왔고 예전엔 서울에서 살아갈 일이 없을 것 같아, 주택 가격이 하향 안정화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부정적인 생각만 가지고 있었는데요.  

어디든 내 쉴 곳, 내가 살아갈 집이 한 채 있다는 게 얼마나 심리적인 안정감이 있는지 최근 큰딸의 서울살이가 시작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딸내미는 졸업을 하고도 서울에서 산다고 하니 '집안 식구들이 이사 와야 되나!'라는 걱정이 앞섭니다.

 

어찌 됐든 자주 방문하는 서울은 아니지만 촌사람이 서울에 오는 것은 새로운 느낌과 신선함을 주기도 합니다.

최근 서울에 방문하면서 느낀 것은 미디어로 보는 서울과 내가 십여 년 전에 보았던 서울은 달라 보였습니다.

방송매체나 유튜브 같은 미디어로 보이는 서울은 화려하기도 하지만, 그 속에 살아가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내가 수십 년 만에 직접 보는 서울을 예전보다 도로가 정말 많아지기도 하고 좋아졌다는 점, 도로에 차들이 정말 많다는 것, 그리고 예전에 화려하고 세련돼 보이던 건물들이 지금은 많이 낡아 보였습니다. 

서울에 사시는 분들은 매일 보는 일상과 주위 풍경들이기 때문에 별거 아니라고 생각되시겠지만, 높은 부동산 값과 낡아 보이는 건물이 묘하게 대조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미리 연락을 하고 오긴 왔지만, 큰딸은 집 나간 주인을 몇 달간 보지 못하고 있던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촐랑촐랑 신나 하는 것처럼 좋아합니다.

성격이 예민하고 구구절절 잘 따지기 도하지만 활달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로 밝습니다.

그래서 옆에 있기만 해도 같이 기분이 좋아지는 성격입니다.ㅎㅎ

 

큰딸은 학교 커뮤니티를 통해 미리 알아본 학교 옆 숙소를 알아봤고요.

그래서 자동차로 소지품들을 새로 잡은 원룸으로 옮겨 주었습니다.

학교 옆이라서 숙소 하고 동선이 짧아 조금이라도 공부를 더 할 수 있어 좋다고 합니다.

그렇게 많은 짐은 아니지만 혼자 옮기려고 하면 반나절은 혼자서 고생해야 될 것 같아 보였습니다.

다행히 저도 서울하고 멀지 않은 당진이라서 시간 반이면 올라와서 얼굴도 볼 겸 소지품을 옮겨 주었습니다.

 

짐을 옮기면서 "공부하기 힘들지 않냐?"라고 하면,

"아빠, 난 그래도 일하는 것보다 공부가 제일 쉬운 것 같아! 아빠 회사 가서 열심히 일하잖아. 나도 그래, 힘들다고 생각하지 마. 나도 아빠처럼 일한다고 생각해!"

이런 게 '세상에서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가요?

아침 일찍 눈떠서 저녁 늦게까지 밥 먹는 시간 빼고 하루 16시간 이상을 한 자리에 앉아 공부만 하기도 쉽지 않을 텐데요.

노동으로 치면 상당한 노동일덴데요.

 

짐을 모두 옮기고 학교 내에 교수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저렴한 학생 식당이 따로 있는데, 그래도 아빠 왔다고 조금 비싼 교수식당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저염식이라서 맛은 없지만 요즘은 모든 게 합리 적고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게 우선인 것 같습니다.

 

큰딸은 작은딸과는 달리 밥을 먹을 때도 얌전히 밥만 먹는 게 아니라, 계속 조잘대며 대화를 멈추지 않습니다.

시시콜콜한 얘기도 정말 재미있게 말을 잘해서 평소 말이 없는 저도 그냥 듣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습니다.

 

식사를 끝내고 헤어지는데도 강아지처럼 졸졸졸 따라오면서 재잘거리며 조심해서 가라고 합니다.

큰딸 6살 때
작은딸 4살 대

이랬던 녀석들이 벌써 대학생이라니~.

예전 사진들을 보면 그때로 돌아가 다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ㅎㅎ

 

오늘은 군산에 와서 여왕님 여성질환 때문에 대학병원에 가봐야겠네요.

 

이웃님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