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작은 공주는 성격이 매우 조용하고 필요 이상 대화를 많이 하지 않는 편입니다.
방학 때도 친구들 만나는 일이 아니면 집콕을 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어쩌다 집에만 있는 것이 답답해서 나중에 꿈이 뭐 냐고 물어보면 '노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나중에 놀려면 돈도 적당히 벌어야 하기 때문에 지금 공부도 뒤떨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고 하는 조금은 엉뚱한 구석이 있는데요.
일주일씩 외지에 나가 있는 아빠에게도 정말 필요한 일이 아니면 연락을 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런데 어젯밤 갑자기 먼저 카톡이 왔길래 '요녀석이 웬일이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 비지해? 프사? 가 무슨 말인지 몰라 3초간 고민했습니다.
바쁘다는 말을 비지해로 했고, 프사는 생각해 보니까 프로필 사진을 그렇게 말한 듯해서 며칠 전 카톡 사진을 바꾼 생각이 났습니다.
제가 요즘 책을 읽기는 하는데, 요즘 트렌드에 한 참 뒤떨어졌다는 생각도 듭니다.
문맹, 컴맹, 넷맹, 스마트맹, 금융문맹까지 알고는 있지만, 막상 쓰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요.
얼마 전에 작은딸 옆에 있으면서 1초에 한 번씩 카톡이 오니까 궁금해서 잠깐 봤더니,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ㅋㅋㅋ'만 계속해서 뜹니다. 그래서 저는 딸내미한테 카톡 하는 것을 'ㅋㅋㅋ'한다고 합니다.
계속해서 카톡 하던 중 다시 한번 멘붕이 왔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묻는 말에 대답해"라고~.
보는 순간,
뜨헉~!!, 경찰서 가서 취조받는듯한 압박감이 드는 멘트. ㅋㅋㅋ
아빠한테 카톡을 한 이유는 설 명절이 끝나면서 알바가 끝나고 만족할만한 금액의 돈을 받았나 봅니다.
그래서 엄마 아빠한테 맛있는 식사라도 할까 해서 물어보는 거였습니다.
이제 대학교 1학년을 마친 상태고, 아직까지는 자신이 일해서 돈을 버는 경험은 두 번째입니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용돈으로 받는 돈은 항상 부족했고 받아 쓰면서도 여유 있게 쓰지 못하는 게 답답했나 봅니다.
알바를 보름 정도 해서 큰돈은 아니지만 백만 원이 조금 안 되는 돈이라도 몇 달은 여유 있게 쓸 수 있으니 마음은 어느때보다 여유 있는 생각이 들겠지요.
엄마한테 뭘 먹을지 물어보니 대답이 명확하지 않아서 아빠한테 카톡을 한 것입니다.
그래서 조금 비싼 음식점을 얘기했더니 보시는 것처럼 "나한테 너무 많은걸 바라지 마세요."라고 하네요.ㅋㅋ
이 멘트는 작은딸이 능력 밖의 일이라고 생각되면 자주 쓰는 말입니다.
작은딸은 작년에도 알바를 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는 엄마가 "딸 돈 벌었으니까 엄마한테 따뜻한 커피라도 한 잔 사봐"라고 했더니, 아무것도 사지 않고 한 푼도 엄마한테 쓸 생각을 하지 않더라는 겁니다.
그사이 작은딸의 생각이 성숙해졌나요? 아님 제가 딸바보인가요?
요래조래 무슨 짓을 해도 귀엽기만 합니다. ㅎㅎ
작은딸은 항상 엉뚱하고 예상을 빗나가는 언행에 즐거움을 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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