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생활을 하다 보면 피해 갈 수 없는 게 부부싸움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알고 보면 원인은 별 거 아닌데, 서로의 조그만 자존심 때문이 싸움이 커지기 마련입니다.
저 역시도 마찬가지였구요.
언제나 그렇듯 심각한 싸움도 '부부싸움 물 베기'라는 말이 있듯이 쉽게 풀어지든 말을 며칠씩 안 하고 늦게 풀어지든 시간이 지나고 나면 또 세상 둘도 없는 사이가 됩니다.
문제는 얼마나 빨리 냉전이 끝나느냐겠지요.
그런데 부부싸움도 외부로 알려지면 더욱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는데요.
더구나 아이들로 인해 집 밖에 알려지면 더욱 그렇습니다.
필자가 예전에 딸들을 유치원에 보낼 때 일입니다.
유치원에서 학기말이나 학년 말에 부모님한테 소원편지 같이 전하는 글을 써서 앨범처럼 만들어 추억을 남겨주었습니다.
대부분이 '엄마 아빠 사랑해요', '엄마 아빠 키워 주셔서 감사해요', '태어나게 해 줘서 감사해요.'등 부모님들한테 보기 좋은 글들이 많았는데요.
읽다 보니 유독 짜증 섞인 글이 있었습니다.
'엄마 아빠 제발 싸우지 마세요.'ㅎ
뭐 그 아이의 엄마 아빠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표정과 감정이 머리에 그려졌습니다.
엊그제 군산에 내려갔는데 필자가 도착하기 전에 처남 부부가 싸움을 했었나 봅니다.
문제는 둘이서만 싸우고 넘어가면 되는데, 옆에 여왕님과 아이들이 있어서 또 사실이 저에게까지 전해졌습니다.
그날 저녁까지 여왕님은 왜 싸웠는지 저한테 말 한마디 하지 않았습니다.
이유가 별거 아니어서 얘기하기도 창피했나 봅니다.
서로 다투다가 화를 못 이긴 처남은 군산 시내에 있는 장모님 댁으로 가서 하룻밤을 보냈고요.
왜 싸웠는지 내용은 다음날 알게 되었습니다.
미국인인 처남댁이 처남한테 라면을 끓여 달라고 했나 봅니다.
처남이 "5분이면 물을 앉혀서 끓여 먹는 걸 자기가 끓여 먹으면 되지 그런 것 까지 해줘야 되나"라며 다툼이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다음날이었습니다.
처남과 처남댁은 언제 그랬냐는 듯 둘이서 전주 공원에 나들이를 나갔고요.
아침식사를 대부분 하지 않는 저희 부부도 별 일없이 출근을 하고, 저는 장모님 시장을 보는데 픽업을 했습니다.
간단히 시장을 봐서 돼지고기 한 근과 채소를 사 가지고 들어와 늦은 아침을 대신해서 일찍 점심을 먹었습니다.
처가댁에는 큰 처남과 장인어른도 같이 살고 계신데, 식사를 할 때면 큰 처남이 연로하신 장인어른이 먹기 좋도록 음식을 잘게 잘라 줍니다.
그런데 장인어른은 식사를 할 때마다 조그만 음식 투정을 하십니다.
"고기가 먹기에 너무 크네". "반찬이 너무 짜네" 이러시면서요.
옆에서 고기 손질을 해주던 큰 처남이 한 마디 합니다.
"아버지, 아부지는 행복한 줄 알아야 돼요~"
장인어른 왈 "왜, 또~"
큰처남, "아니 아부지 봐봐요. 한 사람은 맨날 아침밥도 못 얻어먹고 다니고, 한 사람은 라면 안 끓여 줬다고 밤에 집에서 쫓겨나고, 아버지는 이렇게 꼬박꼬박 밥 챙겨주는 사람 있으니까 행복한 줄 알아야지~, 안 그래요?"
그 얘기를 옆에서 듣고 있던 장모님은 빵 터져서 배꼽 빠지라고 깔깔대며 웃어 댑니다.
옆에 가족들이야 부부싸움 그러려니 하고 이해를 하지만, 당사자들은 나중에 화해를 하더라도 주변 사람들한테 화자로서 웃음거리가 된다는 기분에도 썩 마음이 좋지 않을 겁니다.
시간이 흐르면 또 맞춰서 살아가겠지요.
어찌됐든 처남 부부의 행복을 빌어봅니다.
감사합니다. 매일매일 행복한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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