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좋은 글

소설가의 서재(김영하 산문)

728x90
728x90

 

김영하 작가님의 산문 <말하다>의 내용 중 책을 읽는 분들한테 공감이 가는 글이 있어 공유해봅니다.

 

세상을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살아온 세계가 좁았다고 생각될 때, 더 넓은 생각과 많은 사람들의 생각의 세계를 알고 싶을 때 도움이 되는 글입니다.

 

이 책에서 김영하 작가님이 직업군인이셨던 아버지의 진로에 따라 장교의 길을 가려던 길을 과감히 변경하고 작가의 길로 접어든 길을 담담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공감하겠지만 김영하 작가님도 학창 시절부터 문학에 심취하여 많은 책을 읽으셨는데요. 그중에서도 과거의 시간을 거슬러 온 고전문학과 만나는 것을 좋아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책에도 수많은 장르가 있지만 작가님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일어나는 일을 더 관심 있게 보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문학 중에서도 소설이란 장르를 더 많이 탐독하신 것 같기도 하고요.

독서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공감갈만한 부분만 인용해 보았습니다.


-책은 아무리 빠른 것이라도 적어도 몇 달 전에 쓰인 것이거든요. 더 오래된 것은 몇백 년, 몇천 년 전에 쓰인 것이고요.

그래서 서재에 들어간다는 것은 아주 오랫동안 살아남은 목소리들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서재는 오래된 목소리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영혼에 접속하는, 일상에서는 쉽게 만나기 힘든 타자를 대면하는 공간입니다. 사실 우리가 낯선 것을 가장 안전하게 만나는 방법은 책을 읽는 것이에요. 실제로 책에 등장하는 그런 목소리들을 현실에서 만난다면 정말 피곤할 거예요. 거기에는 무시무시한 인간들도 있고, 독특한 캐릭터도 있고, 그리고 위험한 음성들도 많거든요. 책은 하나하나가 다 타자죠. 그런데 책을 읽을 때는 가장 편안하고 잘 준비된 상태에서 이 낯선 목소리들을 받아들일 수 있어요.

 

그럼으로써 서재는 자아가 확장해가는 공간인데, 자기와는 생각이 다른, 자기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또는 자기는 한 번도 꿈꾸지 않았던 욕망들을 실현하는, 그런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책 속의 여러 가지 생각들을 통해서 자아가 확장되는 거죠. 작은 공간이지만 실제로는 가장 거대해질 수 있는 확장성이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한 평생을 살아가면서 '나'를 기준으로 몇 사람과 인연을 맺으며 살아갈까요.  특별히 많은 인간관계를 맺는 직업이나 사업을 하지 않는 분들이라면 대부분 한정적이지 않을까싶습니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내 주위 다섯 사람이 나의 평균이다.'라는 말도 하는데요. 가족, 직장이나 학교와 그 외 관계를 생각해보면 틀린 말이 아닙니다.  

 

필자가 상당한 시간을 운동을 하며 여가시간을 보내다가 다른 취미생활로 독서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금 살고 있는 내 주위의 관계, 과거 살아왔던 나의 관계 그리고 앞으로 내가 남은 인생을 살아갈 인생을 생각해보면 정말 보잘 것 없었거나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이런 생각을 조금 더 젊은 나이에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났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생각에 여러 생각을 만나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실행을 하고보니 과연 '나 스스로 쉼 없이 열심히 살았다'라고 자평하고 살았지만, 세상 좁게 살았다는 생각을 갖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경험하지 못하고 눈으로 보이는 세상도 넓지만, 생각의 세계도 넓고도 넓었습니다. 그래서 옛 선인들은 생각의 깊이를 알 수 없는 우주와 같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와 같다고 했나 봅니다.

 

작가님도 작가이기 전에 독서가로서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많은 생각들을 공유하고, 작가님이 쓴 작품들은 그 생각들에 대한 답변이라고 말합니다. 살다 보면 세상에는 정답이 없다고는 하나, 그 정답에 가장 가깝게는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생각과 경험이 결론이 되지 않고, 수많은 생각들을 경험해 보는 게 좋겠지요.

 

그래서 작가님과 같이 내가 가장 편안하게 다른 생각을 경험하는 것은 독서라고 생각됩니다. 기술시대에 와서 수많은 영상매체가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하고 정보를 전달하고 있지만, 그것은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처럼 눈과 머리를 스치며 사라져 가는 정보라고 생각됩니다. 

제대로 된 생각의 깊이를 알 수 있는 것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책만 한 게 없어 보입니다.

 

감사합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