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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딸과 치킨 먹기(bhc 뿌링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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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집에 오면 저는 어김없이 여왕님과 작은딸의 딸랑이가 됩니다.
작은딸이나 여왕님이 쇼핑을 가면 쇼핑 비서 딸랑이, 사무실이나 알바를 나갈 때는 출퇴근 딸랑이가 됩니다.
휴일인데 갑자기 실업자가되어 제 직업의 상실을 느끼게 되는 시간이 아닌가싶습니다.

쇼핑을 가는 여왕님과 작은딸

그런데 요즘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 나가지도 않고, 주말 알바를 빼면 기말 고사 이후로 집 밖에 나갈 일이 없으면서 방콕족이 된 작은딸을 데리고 어디든 가려고 하는데요.
작은딸은 다음날 특별한 일이나 약속이 없으면 곰순이 겨울잠 자듯 방구석에서 일어날 생각을 않습니다.
정말 곰순이 같습니다.
간지럼을 태워도, 파리 앉은 듯 귀찮게 해도 곰인형에 돌부처를 넣어 놓은 같습니다.

늦은 오후 어찌어찌 일어나면 아빠가 말하는 모든 게 흥칫뿡입니다.
결국은 먹을 것으로 꼬십니다.
"맛있는 것 살 줄게 뭐 먹고 싶은 거 없냐?"
"버거 사줄까?"
"아니면 카페 가서 너 좋아하는 조각 케이크 비슷한 그런 거 사줄까?"
요래 말해도 혹? 하다가 그래도 귀찮은가 봅니다.

마지막으로 "너 좋아하는 치킨 사줄까?"
요러니까 그제야 "아! 치킨 먹은 지 오래됐는데 뿌링클이나 먹을까?" 이런 대답이 나옵니다.
전 뿌링클이 뭔지 몰라서 예전에 맥주 안주로 먹던 '프링글스'라는 과자를 생각했습니다.

프링글스 감자칩

작은딸은 살짝 곁눈질을 하며 '아빠는 그런 것도 몰라?' 하는 눈짓으로 말합니다.
"예전에 아빠가 영화 보고 생맥주하고 치킨 맛있게 먹은 곳 있잖아~. 거기 bhc에서 먹은 치킨 중에 카레맛 하고 다른 양념으로 치킨 겉에 바삭하게 나오는 치킨 메뉴야"라고 합니다.

원래 치킨 원조가 서양에서 왔지만, 지금은 한국 사람들 입맛에 맛게 더 많은 맛의 치킨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전 양념하고 후라이드 정도만 아는데, 요즘 사람들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까지 정말 다양한 치킨 맛을 즐기는 것 같습니다.

바로 전화로 <뿌링클> 주문을 하고 치킨집으로 달려갑니다.
요즘에는 치킨 요리하고 배달료가 분리되어 있어서 주문하고 직접 찾으러 가면 3000원이 절약되네요.

치킨집으로 가던 중에 한번 더 물어봤습니다.
"수아야, 치킨 먹는데 뭔가 빠진 것 같지 않냐?
이러니까 특유의 늘어지는 단답형 대답.
"왜~~ 또~~?"
"치킨 먹은데 맥주 한 잔 안 할래?"
평소 같으면 아빠하고 술을 먹지 않는다고 했을 텐데, 오늘을 전혀 다른 대답이 나왔습니다.
"그럼, 내가 아르바이트하면서 시음하면서 먹은 맥주 좋았는데 그거 먹을래요?"
"좋지~!, 편의점에 가서 입맛에 맞는 걸로 고르면 되겠다. 4개에 만 원짜리로."

그래서 치킨을 사 가지고 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수입맥주를 샀습니다.
제 취향은 오리지널 맥주 맛인 하이네켄, 작은딸은 아무래도 음주를 경험한 지 오래되지 않아서 진향 꽃향기나 과일향이 진한 수입맥주를 고르는 것 같았습니다.
나중에 저도 맛을 봤는데, 블랭크와 데스페라도 같은 맥주는 맥주 맛이 아니라 진한 탄산음료 맛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 오리지널 맥주가 좋네요.

치킨값이 많이 오르긴 올랐네요. 배달료를 빼고도 17,000원입니다.

치킨이 박스로 포장되어 있고, 소스도 하나 같이 들어있습니다.
소스는 요거트에 치즈향이 진하게 섞여 있었습니다.
이것도 저는 먹지 않고, 작은딸이 잘 찍어서 먹습니다.

뿌링클 치킨 개봉.
후라이드 치킨에다가 누런 강황가루와 파, 후추 같은 양념이 섞여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자주 먹는 치킨 맛이 아닌데, 독특하게 중독성 있는 맛입니다.
많은 양은 아닌데 맥주와 함께 먹다 보니까 3~4개를 먹고서는 작은딸과 여왕님한테 넘겼습니다.
작은딸은 치킨을 정말 오랜만에 먹나 보네요.
마지막까지 하나도 남기지 않고 혼자서 모두 먹어 치웁니다.
맥주까지 한 캔을 먹고 나니 얼굴도 화장한 것보다 더 예쁘게 불그스레 합니다. ㅋㅋ

요런 재미에 딸내미를 키우나 봅니다.
전 치킨을 먹고 넷플릭스 정주행~.
못 보던 킹덤을 첫 편부터 마지막까지 한 번에 봐집니다.

요렇게 집에 가서 딴 데 정신 팔려 주말을 보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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