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날마다 주저리 주저리

눈 오는 날 월명공원 산책하기

728x90
728x90

여미당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봤더니 눈이 하얗게 내려 있었습니다.

여행객들에게 익숙한 여미당의 눈 덮인 풍경입니다.

워낙 메마른 겨울이라서 이제 눈을 보기 힘들거라 생각했는데 의외의 풍경에 눈이 즐거워졌습니다.

 

아침에 출근하기 전 여왕님이 내 준 과업(청소, 집안 정리)을 끝내고 편안하게 앉아서 책을 펼치는 순간 전화가 옵니다.

근처에 사는 처남이 때마침 휴일이라고 쉬면서 청승맞게 혼자 있지 말고 와서 막걸리나 한 잔 하자고요.

어제도 이런저런 일고 피곤해서 못 간다고 했는데, 계속 안 간다고 하기 미안해서 내려갔습니다.

저는 이상하게 막걸리에 약해서 금방 취하고, 금새 배가 불러와 많지 먹지는 못합니다.

그래도 장모님이 만들어 준 안주가 너무 맞이 좋아서 밥 한 공기와 함께 막걸리를 두 사발을 먹고 말았습니다.

배가 부르고 얼큰해져서 밖을 나왔는데 눈 풍경이 좋아서 배도 꺼트릴 겸 월명공원을 돌아보았습니다.

 

동신교회와 테디베어박물관

보통 월명공원을 산책할 때는 동신교회를 시작으로 산책을 하게되는데요.

오늘은 반대편 흥천사와 해망굴이 있는 곳으로 방향을 정해 올라가 봤습니다.

 

초원 사진관, 한일옥

군산에 다녀가신 분들은 익숙한 풍경인 초원사진관과 한일옥도 지나갑니다.

 

카페, 버거하우스

작은딸과 함께 오려고 했는데, 아직까지 방문하지 못한 버거하우스도 지나고요.

 

흥천사, 해망굴

조금만 걷다 보면 바로 해망굴과 흥천사가 나옵니다. 해망굴 위 계단으로 올라가면 바로 바다가 보이는 해망동이 보입니다.

해망굴 위 공원으로 향하는 계단

이 계단을 올라가면 해망동과 장항, 군산을 이어주는 동백 대교가 보입니다.

군산 사람들한테는 추억의 계단이기도 합니다. 가위 바위 보 게임을 하면서 오르내리던 계단입니다.

 

비둘기 집

계단을 올라가면 비둘기 집이 있는 공터가 나오는데요. 아이들 어릴 적에 자주 올라오던 곳인데, 지금은 아이들이 없어서 비둘기들이 다른 곳에 가서 먹이 활동을 하나 봅니다. 예전에는 옆에 매점에서 비둘기 모이를 500원에 팔아서 이걸로 비둘기 모이를 주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월명공원

예전에 눈이 많이 오면 월명공원은 아이들의 천연 놀이터였습니다. 눈이 많이 와서 무릎까지 쌓일 때면 인근 서해초등학교나 금광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일과가 끝나면 떼로 몰려가서 눈썰매를 탔다고 합니다. 그러면 다음날 등교할 때는 팔이나 다리가 골절돼서 등교하는 학생들이 많았다는 나이 지긋한 분들의 썰이 있습니다. 실제로 제 처남들도 눈이 오면 밤늦도록 집에 들어오지 않아 여왕님이 공원에 올라가 보면 어두워졌는데도 눈썰매 타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합니다.

저는 유년시절을 군산에서 보내지 않았고, 제 딸내미들을 데리고 올라와서 눈썰매를 태우곤 했습니다.

 

해병대 전승 기념탑

월명공원을 걷다 보면 수시탑이 잘 보이는데, 아래쪽에는 해병대 전승 기념탑도 있습니다. 이 탑은 공원 산책로보다 샛길로 나 있는 계단을 타고 올라가다 보면 만날 수 있습니다.

 

해망동, 장항

해병대 전승 기념탑에서 본 해망동과 바다 건너 장항입니다. 

 

해병대 전승 기념탑에서 계단을 따라 올라갑니다.

오랜만에 눈 밟는 느낌이 매우 좋습니다.

 

군산 월명공원 수시탑

그럼 이렇게 수시탑을 만날 수 있습니다.

 

철쭉 위에 핀 눈꽃

봄이면 화사하게 피어날 철쭉 위에 목화솜처럼 눈꽃이 피었습니다.

 

눈이 많이 쌓이지는 않았지만 뽀드득거리는 소리와 사뿐히 밟히는 느낌이 참 좋습니다.

일부러 밟히지 않은 눈을 밟으면서 걸어봤습니다.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 장항 쪽 풍경을 더 선명하고 깨끗하게 볼 수 있습니다.

하늘이 파스텔로 미술작품을 만들어 놓은 듯합니다.

 

이곳은 월명터널의 반대편 해망동입니다. 보이는 아파트가 예전에 행망동 달동네에 살던 분들을 이주시켜놓은 곳입니다. 월명동이 높지 않은 산이지만, 비가 많이 오면 재해위험이 있어서 지금은 공원으로 재개발을 해놨습니다.

 

월명터널 위인데 시내 쪽을 보고 찍어 봤습니다. 8부 능선 이하를 다시 공원화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산책로 반밖에 돌지 못했는데, 스마트폰 배터리가 모두 닳아서 더 이상 사진을 촬영하지 못했습니다.

아직 공기가 차갑기는 하지만 봄을 코앞에 둔 시기에 뜻밖의 눈 풍경을 보게 되었네요. 겨울 추위를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다양한 계절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축복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산책을 하면서 겨울을 즐기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금만 견뎌내면 화사한 옷을 갈아입은 풍경을 본다는 기대감도 갖게 합니다. 코로나로 두 해를 힘겹게 지내고 있지만, 따뜻한 봄바람과 함께 코로나도 물러갔으면 좋겠네요.

 

남은 겨울 추위 잘 견뎌내시고, 건강한 일상 되세요.

감사합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