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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주저리 주저리

군산 월명공원 야간 벚꽃 산책(큰딸vs여왕님, 작은딸vs여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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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님과 작은딸

어쩌면 필자인 저는 꽃밭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여우 같은 여왕님 토끼 같은 꼬맹이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개성을 키워주기 위해 최대한 작은 말이라고 끝까지 들으려고 했습니다. 그래도 어른은 어른, 아이들은 아이들이었지요. 그래서 뭔가 어른들한테 한 번씩 이해할 수 없게 대들 때는 여왕님이 혼내면 완력으로 이길 수 없기 때문에 벌을 서기도 하고 혼이 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모두 대학에 가고 집에 나가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자존감이 뚜렷해지면서 서로의 의견 차이에 따른 다툼이 많아졌습니다.

큰딸 vs 여왕님

큰딸 같은 경우에는 집을 나가서 고등학교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시작으로 벌써 7년째 따로 살고 있는데요. 성격 자체가 워낙 외향적이고 순간순간의 감정에 충실한 편입니다. 그래서 감정 기복이 아~~ 주 많이 심한 편입니다. 기분 좋을 때는 하늘에 별이고 달이고 따줄 것 같고요. 그렇게 기분이 좋다가도 조금만 기분이 나빠지면 적대적으로 변해서 상대를 당황하게 합니다.

오늘도 그랬습니다. 사실 며칠 전부터 엄마와 다툰 뒤로 서로 통화를 하지 않다가 큰딸이 병원 진료를 받고서 어렵게 전화를 했습니다. 아직 학생이기 때문에 무엇을 하든 금전적인 부분을 엄마한테 의지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오늘도 처음에는 서로가 세상 둘도 없는 모녀지간처럼 대화를 시작하더니 종국에는 또 조그만 말다툼으로 시작해서 감정이 상해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러고도 잠시. 두 시간쯤 뒤 다시 큰딸에게서 전화가 와서 뭔가 자신의 말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엄마한테 전화를 한 것이었습니다. 이 때는 여왕님이든 큰 딸이든 말 자체를 최대한 순화하고 자제를 하면서 순조롭게 긴 통화를 했습니다. 둘의 관계는 줄타기하듯 아슬아슬합니다. 금방 웃으면 통화를 하다가도 순간 기분이 상하면 툭하고 전화를 끊기 일수고요.

여러 정신과 선생님들의 책을 읽으면서 큰 딸의 이러한 성격이 매우 건강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습니다. 순간순간의 감정을 외부적으로 표출을 해서 마음에 병이 생길일이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여왕님은 손안에 자식인지라 소유 개념이 강해 쉽게 수평적인 입장에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아무래도 큰딸은 집을 떠나 외부생활을 하면서 여러 가지로 다른 환경, 다른 가치관과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서 어릴 때와는 다른 가치관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엄마가 과거에 얽매이기보다는 발전적으로 생각하기를 바라는 게 있어 보이기도 하고요.

 

좋을 때는 모녀가 친구같이 다정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다투고 나면 다시 안 볼 것처럼 상황이 좋지 않아서 아빠와 남편 입장에는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작은딸 vs 여왕님

큰딸과는 다르게 작은딸은 비교적 순종적이기는 합니다. 작은딸은 큰딸처럼 외향적이지는 않지만 집안의 막내이고 엄마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큰딸처럼 정면으로 부딪히지 않고 엄마의 의견을 무심하게 넘기는 게 엄마를 대하는 태도입니다.

여왕님: 수아야 세상이 그리 만만하지 않으니까 열심히 살아야 돼~!

작은딸: 어~, 지금도 열심히 살고 있어~!.

여왕님: 엄마 말 무시하지 말고 공부를 하더라도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공부를 하는 게 좋잖아~. 나중에 취업문제도 있고.

작은딸: 엄마! 벌써부터 설레발치지 마~. 내일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반박 불가. 늘 이런 식입니다. 그래서 더 이상 말다툼이나 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작은딸이 재미있는 것은 막내이면서 표현을 밖으로 하지는 않지만, 매우 섬세하게 집안 가족들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사실 필자도 알지 못했는데, 큰딸과 통화를 하면서 작은딸이 집안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엄마 아빠의 성격과 사회적으로 괜찮은 성격인지 아닌지까지 나름 예리하게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필자는 셋을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참 재미있습니다. 모두 다 다른 성격에다가 서로 다른 상황 대처법 등 세 여자를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하기는 합니다. 바라는 게 있다면 지금처럼 건강하고 너무 큰 다툼으로 이어지지 않게 말 한마디라도 생각하고 순화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군산의 월명공원 벚꽃이 살짝 덜 피었는데, 오늘 낮 기온이 너무 좋아서 오후에는 모두 만개를 했습니다. 

모처럼 작은딸이 집에 와서 늦은 밤에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며 벚꽃길을 걸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이 좋은 계절만큼이나 사람들의 마음도 모두 따뜻하길 빌어 봅니다. 모녀관계가 애증의 관계라고 말을 하지만 그조차도 서로를 너무 잘 알기에 발생하는 관계의 한 부분이겠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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