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희노애락은 수없이 경험합니다. 누군가의 탄생과 살아가면서 '이게 행복인가?', '세상 살면서 오늘만 같아라'같은 생각을 하면서 행복을 만끽하기도 합니다. 그 행복도 어느순간에는 무슨 일이 되었든 불행으로 바뀌기도 하고요.
봄의 행복한 기분을 느끼며 주말과 휴일을 보내면서는 그랬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오늘만 같아라' 라고요. 여왕님과 따뜻한 봄기운과 벚꽃으로 여유로운 주말을 보내면서 정말 그랬습니다.
2일간의 불행
그 행복을 느끼고 있는데 갑자기 큰딸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당시 다른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큰딸이 저녁에 집에 들어가면 전화를 한다고 합니다. 너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나쁜 소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큰딸은 저녁에 집에 돌아오는 길에 통화를 했습니다.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다가 어깨에 통증을 느껴서 인대에 무리가 갔나 싶어 정형외과 진료를 받았아고 합니다. 결과를 엄마 아빠한테 전할 때는 걱정할까봐 최대한 편안하고 일상적인 목소리로 "어깨뼈 안쪽에 종양같은 게 보이는데 여기서는 치료가 불가능하니 큰 병원에 가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진료의 말로는 골육종의 일종인데 자신의 소견으로는 뼈 안쪽에 있어서 악성은 아닐 것 같다는 판단이라서 큰 문제는 될 것 같지 않다고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여왕님과 통화를 하면서 큰딸이 몹시 섭섭했나 봅니다. 엄마가 놀랄까봐 최대한 일상적인 어투로 통화를 했는데 엄마는 병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너무 일상적으로 대하는 바람에 '우리엄마 맞나?' 너무 실망했다고 합니다. 사실 저도 같이 듣고 있었는데 그때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엇그제 큰딸은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서 '시한부 인생'이나 '생존율'같은 용어들이 나오니까 많이 무서웠나봅니다. 어제 큰딸과 통화를 하면서도 미안했습니다.
걱정은 안한 건 아니었지만 필자나 여왕님도 병의 심각성을 몰랐기 때문에 희귀 종양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리고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서 희귀 종양에 생각보다 심각한 골육종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때부터는 눈앞이 까맣게 됐습니다.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이제 창창한 20대인데~', '치료는 어떻게 해야하지?', '그래도 젊으니까 괜찮을거야~', '나중에 수술이 잘돼도 추적관찰은 어떻게 해야하지?', '지금 하고 있는 공부는 어떻게 해야되나?' 등등 온갖 생각들을 하면서 한숨만 나왔습니다. 최대한 빠른 치료와 정상적인 일상을 찾도록 관련 영상을 보며 어제부터 오늘 오후까지 한숨만 쉬고 있었습니다. 차라리 한 세상 먼저 살아온 내가 아프고 말지~.ㅠㅠ
불행 뒤 행복
사실 큰딸은 어제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했습니다. 그렇지만 뼈종양 전문의가 비번이라서 출근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다른 전문의에게 진료를 했다고 합니다. 당시 외국인 의사와 한국인 의사가 영어로 대화를 했다고 합니다. 한국인 의사 "자네가 보기에는 어때?", 외국인 의사 "이머전시 같은데?". 큰딸이 영어를 못하는 줄 알고 둘이서 대화를 했는데 큰딸은 모두 알아듣고 여기서도 놀랐나 봅니다. 전문의는 아니지만 모두 교수들이라서 다시 한 번 살펴보더니 악성은 아닌것 같다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 오후에 다시 골육종 전문의한테 진료를 봤습니다. 잔뜩 긴장을 하고 진료시간 한 시간 뒤쯤 큰딸한테 전화를 하려고 했는데, 진료시간이 3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큰딸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결과는
아직 최종적인 진단을 하지 않았지만 큰딸 같은 경우에는 태어날 때 가지고 있던 종양이 지금까지 팔 뼈 안쪽에 있었던 걸로 보이고, 큰딸의 면역력이 강해서 오히려 종양이 소멸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전신 뼈 종양검사를 다시하기로 예약을 했다고 합니다.
필자는 오늘 오후까지 골육종 관련 영상이나 자료를 보면서 수술과 수술후 항암치료까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진단이 너무 좋게 나와서 한 숨 돌리기는 했지만 안심할 단계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의심할만한 전문의는 아니지만 조금더 확실하게 하기위해 다른 전문병원을 찾아서 다시한번 검진을 받아보라고 했습니다. 여왕님과 통화를 하면서도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니 너무 긴장을 풀지 말라고 했습니다.
큰딸도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는지, 어제의 불안한 목소리는 없어지고 한층 밝은 목소리였습니다. 제일 크게 놀란것은 큰딸이었지만, 가족들 모두가 그야말로 지옥과 천당을 오간 기분이었습니다. 큰딸은 엄마와 통화를 하면서도 "엄마 제발 사이좋게 지내자"라고 했다네요.
아픈데 돈 아끼지 말라
죽음에 관련되 여러 책을 읽었지만, 직접적으로 '내 가족의 일'이다보니 평정심을 갖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평소에 필자는 가족들한테 잔소리처럼 자주 이야기 합니다. "아픈데 돈 아끼지 말라"라고요. 처음에 쉽게 치료할 수 있는 병을 무섭다고, 치료비가 많이 든다고 병원에 가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사실 큰딸이 실망한 것은 여왕님이 습관적으로 '돈, 공부'이야기를 하기 때문입니다. 큰딸은 "가족이 생명에 위협이 되는 병이 걸렸는데 그깟 돈이나 공부가 뭐가 문제냐"라는 말을 듣고 싶었는데, 정작 엄마는 돈, 공부 걱정을 하니 실망스러웠을 수밖에요. 당시 상황을 심각하지 인지하지 못한 저와 여왕님의 판단 실수라 생각되니 큰딸한테 미안하기만 했습니다.
지금 코로나로 일상적이고 평범한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 외에도 여러가지 질병들이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도 필자 주변 지인이 비교적 젊은 50대 중반인 나이에 두 분이나 세상을 떠났습니다. 평소에 식사도 하고 운동도 같이 하던 분들이었는데, 두려운 마음과 함께 오늘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건강이 인생 최대의 재산입니다.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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