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그제부터 군산 집에 다녀왔습니다.
네 가족이 모두가 서로 다른 곳에서 직장생활 학교 생활을 하고 있어서 모처럼만에 집에 모였습니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였으니 화목하고 밝은 표정으로 만날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가족 모두 모이기 전에는 그럴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필자의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여왕님과 큰딸은 눈만 부딪히기만 하면 중림의 호적수를 만난 듯 집이 떠나갈 정도로 다투기 시작합니다. 정말 아파트가 떠나갈 것 같습니다. 둘 다 목소리는 어찌나 큰지 쩌렁쩌렁 아파트 전체로 퍼져나갑니다. 딸들이 어릴 적 같으면 힘으로나 강압으로나 엄마를 이기지 못했었는데요. 이제 장성을 하고 힘으로나 언변으로나 엄마가 딸들을 넘어서지 못합니다. 사실 아빠를 친구처럼 대하는 큰딸한테 등짝 스매싱을 한번 맞으면 중국 무술에 나오는 철사장에 맞은 듯 화끈거리기까지 합니다. 힘은 또 어찌나 쎈지~.
큰딸은 오랜만에 온 집안의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았나 봅니다.
오늘날부터 집안이 어지러워서 정리 좀 하라는 것부터 시작해, 냉장고 정리, 식사를 하면서 교양을 갖추라, 품위를 갖추라고 하면서 교양과 품위는 절대 사치가 아니라 자기 주위 사람들한테 예의를 갖추는 것이라고 입이 닳도록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집 주방 정리부터, 냉장고에 안 먹고 묵혀 둔 음식까지 모두 정리하고 버렸습니다.
결국에는
갑작스럽게 시집살이를 당하는 여왕님이 딸의 끊임없는 잔소리를 못 이겨 멘붕 당하면서 폭발을 합니다.
"너도 나중에 너하고 똑같이 닮은 딸 낳아 키워봐라.."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나요?
사실 이 말은 많은 엄마들이 딸하고 말다툼을 하다가 딸들을 이기지 못하고 제풀에 꺾여하는 말입니다.
이 말을 듣고 저도 웃고, 큰딸도 제대로 엄마의 약점을 잡았다는 듯 한 마디 더 합니다.
"엄마, 그거 옛날에 할머니가 엄마한테 한 말 아니야?"
여왕님은 멘붕의 바닥까지 떨어진 듯 아무 말 못 하고 웃기만 합니다.
그래서 필자가 딸한테 물어봤습니다.
"큰딸, 그 말 누구한테 들었냐? 삼촌들한테 들었냐? 아빠는 삼촌들한테 들었는데..... 할머니가 엄마 처녀 적에 말다툼하다가 똑같이 그 말했다고 들었는데?ㅋㅋㅋ"
작년에 미국에 사는 처남이 한국에 다녀가면서 저도 들은 말입니다. 처남도 그 당시 그 이야기를 하면서 배꼽 빠지게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필자의 질문에 큰 딸 대답이 더 가관입니다.
"아니? 난 삼촌한테 들은 게 아니라 할머니한테 직접 들은 건데?"
웃느라 배 아파 죽는 줄 알았습니다.
가족들과 주말에 함께 한 시간
여자들이란 알 수 없는 게 그렇게 싸우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같이 수다를 떨고 쇼핑도 합니다. 필자가 결혼 전에는 꽃밭에서 살 줄 몰랐는데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알다가도 모를 모녀관계를 옆에서 지켜보면서요.
쇼핑도 하고
장을 봐서 장어도 저녁에 같이 먹고
주말에 같이 퓨전음식점에도 가봤습니다. 필자는 썩 좋아하지 않는 음식들인데, 여왕님과 딸들이 이런 곳을 좋아하니 따라가 봤습니다.
저녁 식사 후에는 새롭게 단장된 동네 공원도 산책해 보고요.
가는 날까지 말다툼으로 시끄럽긴 했지만, 큰딸은 어버이날까지 챙깁니다.
이 케이크를 사러 나갈때까지만해도 여왕님은 큰딸과 말다툼을 했었는데요.
큰딸이 케익을 사들고 들어오자마자 여왕님의 목소리 톤이 전투형에서 애교형으로 바뀌면서 이럽니다.
"너 케익 먹고 싶었구나~!?"
필자가 보기에는 여왕님이 케익을 더 먹고 싶었나 봅니다.ㅎㅎ 큰딸은 엄마의 갑작스러운 태도변화에 어이없어합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큰딸이 서울에 올라가는 길 터미널에 배웅하는 차 안에서도 이러쿵저러쿵 싸웁니다.
큰딸은 이런 말다툼을 즐기는 것 같습니다.
지나고 보면 이 모든 게 행복한 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딸이 서울로 올라간 뒤에도 필자는 여왕님한테 딸 뭐라 하기 전에 우리를 먼저 돌아보자고 했습니다. 7년을 넘게 따로 생활을 하다 보니까 서로 살아가는 습관, 주위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까지 서로에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데요. 큰딸은 어쩌면 집과 떨어져 살면서 자기 가치관이나 대인관계에 대한 예의범절이 가족들보다 더 섬세하게 바뀌고 몸에 배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찌 됐든 가족도 구성원 모두가 성장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같이 할 수 없어지는 시대인 것만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모두가 함께 한 지붕 아래에서 살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마음속의 유대감만큼은 변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버이날 행복하게 마무리하세요.
감사합니다.
'날마다 주저리 주저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야간 퇴근길 봄향기에 취하다(아카시아, 분홍낮달맞이꽃) (22) | 2022.05.18 |
---|---|
주방 가스렌지 찌든 기름때 제거(베이킹소다 사용) (19) | 2022.05.12 |
독서용 스탠드 구매 (8) | 2022.05.02 |
월명 공원 산책하기 (4) | 2022.04.30 |
당진 능안생태공원 겹벚꽃 구경하세요. (4) | 2022.0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