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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벚꽃의 후회, 인간의 후회(책,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 다섯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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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이미지

벚꽃도 후회라는 걸 할까?

거리에 흩날리는 벚꽃을 보면서

나는 문득 이런 궁금증이 들었다.

 

꽃잎들이 하늘하늘 춤춘다.

지는 꽃에는 아무 관심도 없다는 듯 사람들은 

저마다 갈길을 재촉한다.

기척 없이 내리는 봄비가 세상을 적시고

연약한 벚꽃은 가는 빗줄기에 뿔뿔이 흩어져 허공에 날린다.

 

꼬박 일 년을 기다렸다.

꽃이 피기를

그러나 언제 활짝 피었나 싶더니

순식간에 벚꽃은 저 멀리 사라지고 만다.

꽃이 만발했을 때가 바로 꽃이 지는 순간이다. 

그 순간 후회는 없을까?

절정과 동시에 세상에서 사라질 때 미련은 없을까?

 

봄날 아침 앞마당에는 산화한 꽃들이

마지막 흔적을 새기고 있다.

남은 꽃잎들도 먼저 떠난 이의 뒤를 쫓아

잠시 허공을 여행하다가 이내 방바닥에 떨어진다.

현관으로 이어지는 돌담은 하얀 화강암이 아닌

엷은 분홍 꽃잎으로 뒤덮여 있다.

그렇게 모두가 떠나고 홀로 남은 나는 나 자신에게 묻는다.

 

벚꽃은 떠나가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후회는 없을까?

 

그런데 산화한 꽃잎들의 표정에는 

후회 따윈 느껴지지 않는다.

흔히들 '한 순간'이라고 너털웃음을 짓는 인간의 일생과 비교하면

정말 찰나를 살다 간 그들이지만

슬픔이나 미련은 없는 것 같다.

 

어떻게 아무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을까?

아무도 그건 살아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기 때문이리라.

시간에 관계없이 꽃을 피운다는 소명을

완전히 이루었기 때문이리라.

 

인간은 어떠한가?

사람도 하루하루 생명을 부지하는 일조차 힘든 시대가 있었다.

옛사람들은 순간에 지는 벚꽃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했다.

먼저 떠나는 벚꽃과 그 뒤를 따라 떨어질 벚꽃

현대의학은 인간과 죽음을 조금 멀리 떨어뜨려 놓았지만

자연은 변함없는 진실을 우리에게 속삭인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언젠가 사라지기 마련이지만

주어진 시간을 열심히 살아내려는 생명은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그 진리를 깨친 벚꽃은 미련 없이 떠난다.

당당히 벚꽃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내기를 기도했다.


사는 게 참 별 것 아닌 것 같다 생각되기도 하고

지나온 시간을 보면 이렇게 시간이 빨랐나 싶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난 왜 조금이라도 젊을 때

'더 빨리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하고 행동에 옮기지 못했을까?'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모두 부질없지만, 다시 돌아보면서 

다가올 미래를 더 열심히 살 것을 다짐해 봅니다.

 

지난 주말 사고로 세상을 떠난 분들에게 명복을 빕니다.

아직 세상을 등지기에는 너무도 젊은 청춘들이라서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내 딸 같기도 하고, 내 아들 같기도 하고....

유가족분들에게 무슨 위로를 해도 위로가 되지 않겠지만 

조그만 마음이나마 위로를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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