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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책, 종이동물원(역사의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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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중국인 작가인 켄 리우의 작품 종이 동물원은 단편집입니다. 이 책은 모두 14편의 단편 소설이 수록된 책입니다. 장르가 소설이니만큼 잘 읽히면서도 단편집 답지 않게 각 작품마다 주는 메시지가 강력해서 여운도 깊네 남는 작품입니다. 작가인 켄 리우의 직업이 프로그래머, 법률가, 소설가답게 SF와 판타지 그리고 역사가 적절하게 조합이 되어 읽는 재미와 이야기 구성도 짜임새 있게 쓰였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꼭 읽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이 포스팅에서는 종이동물원의 마지막 작품인 <역사의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에 대한 줄거리와 감상평을 남겨보겠습니다.

역사의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


이야기의 전개는 잘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쓰였습니다.

주요 등장인물

아케미 기리노: 일본계 미국인 여성 물리학자이며, 뵘기리노 입자를 이용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일종의 타임머신을 개발해서 과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하얼빈 외각의 731부대의 행적을 따라감.
에번 웨이: 중국계 미국인으로 일본고대사 전문학자로 아케미 기리노의 남편이기도 함. 731부대의 진실을 파헤쳐 진실을 세상에 알리려 하지만 부정론자와 회의론자들에 의해 좌절하고 자살함.

줄거리


이야기의 시작은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이란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이 되면서 시작이 됩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아케미 기리노와 에번 웨이는 부부입니다. 서로가 일본계 미국인, 중국계 미국인 이라는 미국 사회의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면서 동질감을 느끼면서 가까워지게 되고 결혼을 한 관계입니다. 웨이는 일본 역사의 매력에 빠져 일본의 고대사 전문가가 되고 아케미 기리노와 결혼까지 한 사이지만, 시간여행 영상을 보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흑역사를 알게 된 이후 역사의 진실, 즉 731부대의 만행을 알리기 위해 뜻을 같이하게 됩니다.

물리학자인 아케미 기리노 박사는 뵘기리노 입자를 이용해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냅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에 보이는 화면에는 중국 헤이룽장성의 하얼빈시 외각의 버려진 공장을 보여줍니다. 서양 사람들한테 '핑팡'이라고 불리우는 공장지구입니다. 핑팡은 1931년부터 시작된 제2차세계대전 시작된 이후 아시아의 아우슈비츠로 불리는 일본 육군 731부대가 주둔하며 생화학 무기 개발, 인체 내구력의 한계를 조사하는 연구의 일환으로, 수많은 중국인과 연합군 포로에게 끔찍한 생체 실험을 자행한 곳입니다.
아케미가 개발한 시간여행은 원하기만 하면 자신의 과거 어디든 갈 수가 있습니다. 그 과정에 731부대의 만행을 옆에서 지켜봤던 부대 관련자의 증언과 희생자의 유족이 시간여행을 통해 자신의 친족이 만행을 당하는 끔찍한 과정을 보게 됩니다. 이 책에서도 많은 증언들이 나옵니다. 대표적으로 포로의 인체를 동결시켜서 얼마나 버티는지와 피부가 괴사하는 과정, 어떤 환경에서 빨리 회복되는지를 실험합니다. 꽁꽁 얼린 팔을 치면 부서지기도 합니다. 여성 포로 같은 경우 강제로 강간을 하고 임신을 시키거나 매독 실험을 해서 장기가 어떻게 망가져가는지를 보기 위해 인체 해부까지 합니다. 클로로포름이란 화학제로 마취를 하기도 하지만, 마취 없이 진행하기도 합니다. 사람이 최대한 생명이 살아있게 하기 위해 심장을 맨 마지막에 적출을 했습니다. 또 어떤 창고에는 인체가 반으로 잘리거나 목이 없는 상태로 보관된 곳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 모든 실험은 전쟁중에 있는 일본군의 부상과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실험이었습니다. 전쟁도 전쟁이지만 점령된 지역의 아시아 국가들의 점령지 포로와 아녀자들을 무자비하게 성폭행을 해서 많은 일본군들이 매독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1945년 일본의 항복으로 전쟁이 끝나지만 731부대의 전범들은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미국의 사령관이었던 맥아더가 생체실험 자료를 731부대로부터 넘겨받는 대가로 사면해버렸기 때문입니다. 무참하게 실험대상이 되어 죽었던 희생자들과는 반대로 전범들은 종전 후에도 의사로 살아가며 녹십자를 세우거나 사령관이었던 이시이는 미국의 생물학 무기 연구에 도움을 주었다고 합니다.

기리노 박사와 에번은 진실을 전범국이든 희생자가족이든 모든 것을 알고 인류에 대한 공감과 화해를 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반대하는 친일 미국 정치가와 학자, 일본의 고위 관료들의 부정론과 회의론으로 실패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 이유로 에번 웨이는 정신적인 충격을 견디다 못해 지하철에 몸을 던져 자살을 하고 맙니다. 그리고 국가간에는 시간 여행 중지 협약이 맺어집니다. 과거를 되돌아보기 싫어하는 사람들에 의해 진실이 감춰지게 된 것이지요.


에번 웨이가 세상을 떠난 후 아케미 기리노는 감추고 있던 비밀을 두 가지를 공개합니다. 첫째는 에번에게 외할아버지 산소에 데려가서 외할아버지의 이름을 가르쳐 주지 않은 것, 또 하나는 아케미 기리노가 혼자서 떠났던 과거 여행입니다. 기리노가 간 날짜는 1941년 7월 9일 핑팡입니다. 찾아간 곳은 731부대 지휘소입니다. 거기에는 잘생겼으며 키도 크고 날씬한 관리관이 편지를 쓰고 있었습니다. 관리관의 당시 나이는 서른두 살이었습니다.
일본에 있는 가족한테 보내는 편지의 대략적인 내용은 만주의 신선한 콩으로 만든 신선하고 맛있는 두부, 소련군이 물러간 오족(한족, 만주족, 몽골족, 조선인, 일본군)이 온순하고 평화롭게 지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 하기 위해 소수의 공비를 몰아냈다는 이야기를 포함해서 편지는 이어집니다. 대부분의 내용은 아내와 아이를 위한다는 가정적인 내용이지만, 일본군이 대동아 공영에 이바지한 구원자라고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실험실로 이동하는 관리관. 관리관은 군의관 조수한테 실험에 필요한 걸 가져오라고 지시를 합니다. 잠시 뒤에 돌아온 조수는 피투성이 덩어리가 담긴 쟁반을 들고 오는데 내용물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부 같았습니다. 그건 사람의 뇌였습니다. 살아 있는 사람의 몸에서 방금 꺼내서 서늘한 실험실 공기 속에 피어 오르는 김이 보일 정도로 따뜻한 뇌. 다음 이어지는 관리관의 말. "훌륭해.", 고개를 끄덕이며 "아주 신선하군. 이거면 됐어."
아케미 기리노가 핑팡의 실험실에서 본 관리관은 다름아닌 당시 젊은 외할아버지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기리노는 중국의 국적을 가졌던 에번, 자신의 국적 미국과 전 국적 일본, 전범자의 가족이라는 이유 때문에 혼란스러운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그리고 에벤에게 자신의 가족에 대해 알리지 못한 점을 후회합니다.
그리고 시간 여행 전면 중지 협약은 그래로 남아있게 됩니다. 이 단편 소설의 제목처럼 역사의 종지부를 찍지 못했습니다.

감상평

'역사는 승리자에 의해 쓰여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소설은 안타깝게도 인류애보다는 현실적인 힘의 논리가 더 적용되었다는 점에서 안타깝게 생각됩니다. 이 책에도 열거가 되었지만 과거 일본의 만행뿐만 아니라 거슬러 올라가면 유럽 강대국의 신대륙 발견으로 시작된 식민지 정책에서도 극도의 만행이 저질러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로 인해 남미의 마야 문명의 몰락, 북미의 수많은 인디언 원주민들의 이주와 학살 등이 자행되었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면 아메리카 대륙뿐만 아니라 호주 대륙, 아프리카, 아시아까지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글에 쓰인 일본뿐만 아니라 유럽의 식민지 역사도 다르지 않다는 말입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도 많은 부분에서 왜곡이 되어있을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지기가 떳떳해야지만, 통치를 하는 권력자 입장에는 피지배계층의 생각을 하나로 모을 수 있으니까요. 많은 부분에서 '현대화' 되었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자국의 이해관계 때문에 전쟁을 하고, 화합보다는 자신의 권력을 더 과시하는 강대국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학자는 건국이념이나 종교적 이념조차도 신화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코스모스>를 쓴 칼 세이건 교수는 천체물리학을 연구하는 동시에 인류학을 연구했습니다. 중요한 메세지 중에 하나가 150억 년 우주 역사를 비교해 보면 인류의 역사는 하루의 시간 중 23시 59분 59초 정도의 짧은 역사라고 합니다. 공간적으로는 수많은 우주의 행성들이 있지만, 아직까지 생명체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직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은 지구라는 행성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만큼 지구의 살아있는 동식물 하나하나가 귀중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인간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로 자연을 파괴하고, 뜻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침략하고 무자비한 살생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과거 인간 때문에 사라진 동물, 식물들이 어마어마하고 현재도 지나친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온난화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화합을 하고 인류애를 나누지는 못할망정 자신과 다르다고 파괴를 일삼고 살생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는 평범하지만 중요한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단편 <역사의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의 마지막 메시지로 글을 마무리 합니다.
너무 오랫동안 역사학자들은, 그리고 우리 모두는, 망자들의 착취자 노릇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과거는 죽지 않았습니다. 우리와 함께 있습니다. 발 딛는 곳마다 마치 창밖을 내다보는 것처럼 쉽게 과거를 보게 해 주는 뵘기리노 입자장이 우리를 뒤덮고 있기 때문입니다. 죽은 이들의 고통은 우리와 함께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비명을 들으며 유령들 사이를 걷고 있는 겁니다. 눈을 돌릴 수도 없고, 귀를 막을 수도 없습니다. 우리는 말 못 하는 이들을 위해서 보고, 말해야 합니다. 바로잡을 기회는 오직 한 번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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