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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책, 상처받은 나를 위한 애도 수업(애도와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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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 상담가가 자신의 의식과 무의식의 소통 창구를 총동원해서 의식과 무의식간의 연결을 일상 언어로 이어주는 것과 비슷하게 예술가들은 장르에 따른 각자의 언어를 이용하여 이러한 통역기능을 수행한다. 이런 면에서 모든 예술은 예술가 자신의 상실과 트라우마를 애도하려는 개인성과 고유성을 지닐 수밖에 없고 또 무언가를 건드리고, 애도되지 않은 상처가 조금이라도 애도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편성을 지니게 된다.

 

예술작품이 갖는 특징들 중 대표적인 것이 상징화다. 이러한 상징화를 통해 우리 안에  '잃어버린 것'을 외부로 표현하는 데, 이 외부적인 상징은 다소 역설적인 두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이를 통해 그 상실을 애도하도록 돕는 것이다. 대상이 이 세계에서 사라졌어도 그를 상징하는 무언가가 여전히 이 세상에 남아 있다는 것, 이것만큼 상실의 아품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이 또 있을까? 반대로 이 외부의 상징은 우리가 무엇인가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분명히 직면 시킨다. 상실을 애도하고 대상을 기억하는 이러한 방식에는 비단 예술만 포함되지 않을 것이다. 무덤과 성묘, 제사, 기념일 등 이 모든 것들이 다 해당된다. 다만 예술은 예술가 자신의 가장 고통스러운 개인성을 상징을 통해 보편화 시키고, 보편화된 상징물은 다른 상처받은 개인들의 고유한 상실과 트라우마를 위로하는 기능을 갖는다.

어떤 특정 예술작품에 큰 감동을 받고, 나와 작품, 작가 그리고 세계가 하나로 이어지는 경험을 할 때, 우리의 무의식 속에서는 적절한 귀와 입을 갖지 못해 애도되지 못한 어떤 것이 작품을 통해 의식과 일부 연결 되는 것이다.

진정한 애도는 해석되지 않은 뒷모습을 해석되지 않는 그대로 흘려 보내고 받아들이는 것일 수도 있다.

맬컴과 헤어져야 하는 순간이 오자, 콜이 말한다. "내일 만날 것처럼 인사해도 되죠?" 충분히 애도된 상실은 그런것이 아닐까 한다. 슬프고 안타깝다. 그래서 무겁지만 그렇다고 마냥 무겁지만은 않다. 내일 만날 것처럼, 약간의 가벼움이 있듯 슬픔이라고 믿는다. 미당이 이렇게 노래했듯이.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 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이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엇그네

만나고 가는 바람이 아니라

한 두 절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과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합니다. 그 중에서 가장 아끼는 사람, 소중히 생각했던 것들과 이별하는만큼 가슴아픈 일도 없겠지요. 꼭 그것이 아니더라고 요즘처럼 시간과의 헤어짐, 인생을 뒤돌아보면 십대에서 20대로, 20대에서 30대로, 30대에서 40대로, 40대에서 50대로 넘어가는 인생의 변곡점이라고 생각되는 시간들에 대한 이별도 그 중 하나가 아닌가싶습니다. 물론 나이가 들어갈수록 한 해 한 해 바뀌는 것도 마찬가지일테고요. 언제나 지나고보면 후회되는 일들 투성이지만, 지나간 자신들의 시간을 애도하고 다가올 시간앞에서 최소한의 후회로 남게 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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