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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진이, 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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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유정

출판: 은행나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간단합니다. 유투브에 책을 소개 하시는 분이 있는데, 운영자님과 작가님과의 대담으로 책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책을 가까이 하는 분인데도 소설을 너무 현실성있게 잘 전달되었고, 읽고 나서도 여운이 많이 남았다고 합니다.

  독서 초보인 나는 정유정이란 작가는 처음 알아서 그다지 많은 이력은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검색을 해봤더니 이력이 문학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은 간호사 출신이었습니다. 나한테는 소설의 내용도 궁금했지만, 작가님의 이력도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다음번에 정유정 작가님이 펴낸 에세이도 함께 읽어봐야겠네요. 작가님의 인생관이나 가치관을 공유하는 것도 책을 읽고, 공감하는 기쁨일테니까요.

  정유정님은 장편소설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내 심장을 쏴라>로 세계청소년문학상과세계문학상를 수상하신 경험이 있고, 그 외 다수의 장편소설을 집필했습니다. 그 중에 <7년의 밤><내 심장을 쏴라>는 영화로 개봉되기도 했습니다.

 

등장인물

이진이: 이 소설의 주인공. 동물사육사보조로 시작해서 영장류연구를 하는 영장류전문가. 보노보를 구조하러 간 뒤 영장류연구센터로 돌다오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이 순간에 보 노보인 지니의 육체 안으로 영혼이 들어감. 이진이의 육체는 병원으로 후송되고 병원 에서의 육체는 의식불명상태로 소설은 진행됨.

김민주: 나이 30이 넘도록 취업을 못한 취업준비생. 그로인해 집에서 쫓겨나 방황함. 숲속 정 자에서 우연히 이진이의 영혼이 보노보인 지니의 육체 안으로 들어간 것을 알게 됨. 지니의 육체 안으로 들어온 이진이를 배낭에 넣어 이진이의 육체가 입원 해 있는 병원으로 데려가는 데 도움을 주고 소설 속에서는 유일하게 지니의 육체 안 의 이진이와 소통하는 사람.

지니: 지니를 구조 한 후 영장류연구센터로 돌아오는 길에 이진이의 스승인 장교수가 보노보 에게 지어준 이름. 소설 속에서는 교통사고로 인해 이진이의 영혼이 지니의 육체안으로 들어가 지니의 고향인 콩고에서의 삶과 무리 안에서의 공감능력이 인간의 공감능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됨.

  소설의 프롤로그에 간단히 아프리카 콩고의 <왐바 캠프><보노보>에 대한 설명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일반인 대부분이 왐바 캠프와 보노보란 동물이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생소한 동물 일 수밖에는 없기 때문에 이것을 알고 소설을 읽어야 소설을 쉽게 이해하며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왐바 캠프: 콩고민주공화국 밀렘에 자리 잡은 왐바 캠프는 1974년 일본 영장류학자가 보노보를 연구하기 위해 설립했습니다. 세계 각지의 동물학자들이 이곳에 모여들어 보노보에 대한 현장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보노보: 영장목 성성이과에 속하는 유인원으로 인간과 가장 유사한 DNA(98.7% 일치)를 가졌으며, 학계 일부에선 현존하는 세 영장류(침팬지, 인간, 보노보)원형과 가장 닮은 꼴로 봅니다. 침팬지보다 체구가 작지만 공감 능력은 훨씬 뛰어나며, 온순하고 쾌활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치적이고 다소 공격적이며 수컷 중심 사회를 이루는 침팬지와는 달리, 연대와 평화를 중요시하고 암컷 중심 사회를 이룹니다.

  정유정 작가님도 보노보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책을 집필하기 전에 보노보에 대한 사전조사만 6개월을 했다고 합니다.

 

줄거리

  주인공인 이민주는 콩고의 영장류연구센터의 연수를 마치고 떠나기 전날 폭우를 피해 들어간 상점에서 우연히 조그만 철창 안에 갇혀 있는 밀렵당한 보노보를 발견하게 되면서 시작이 됩니다. 콩고에서는 보노보 한 마리 가격이 네 달 수입과 맞먹은 가격으로 거래가 되기 때문에 제법 큰 돈벌이가 되는 것이지요. 이진이는 가지고 있던 파인애플 조각을 주면서 짧은 만남의 시간에 소통을 하고 공감을 하며 친해집니다. 하지만 언젠가 밀렵꾼들의 물건을 손대면 목과 손이 잘려나가 사람들의 뉴스가 생각납니다. 그래서 보노보 연구원으로서 구해주고 싶은 마음이지만, 밀렵군들을 피해 달아나 한국으로 돌아옵니다.

  다음 장으로 넘어가면서 또 다른 주인공 김민주가 등장합니다. 김민주는 나이 30에 취업을 하지 못해 집을 쫓겨 나온 방랑자입니다. 그래서 삶의 마직막 선택이라 생각하고 강원도 산골짜기의 무곡마을에 있는 영장류연구센터로 와서 주인공 이진이와 잠깐의 만남을 갖습니다. 그리고는 잠을 청할 곳이 없어 숲속 출입금지구역 안에 있는 정자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됩니다.

  이진이는그날 밤을 마지막으로 영장류 연구센터를 떠나 독일로 유학길을 떠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보조사육사 시절부터 양엄마노릇을 한 보노보 팬이 출산소식이 있고, 바로 뒤이어 119구조대의 요청으로 침팬지의 구조요청으로 장교수와 함께 현장으로 향하게 됩니다. 인동호 근처의 외진 별장에는 여러 동물들이 있었고, 불이 나는 바람에 침팬지 한 마리가 탈출하게 된 것입니다. 이진이는 별장을 탈출해 나무 끝에 올라간 것은 침팬지가 아니라 보노노인 것을 알게 됩니다.

  장교수와 이진이는 현장에서 무사히 보노보를 구출하고 다시 영장류연구센터로 향합니다. 돌아오는 길에 보노보의 이름을 <지니>로 지어줍니다. 지니의 저체온증 때문에 이진이는 지니를 안고 조수석에 안전벨트를 하지 않고 이동하게 됩니다. 그런데 비오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장교수는 난폭운전을 하고 갑자기 나타난 고라니 때문에 큰 사고가 납니다. 장교수는 운전대에 엎드린 채 경음기로 구조요청을 하고 이진이와 지니는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탓에 앞 창문으로 튕겨져 나가버립니다. 이 사고 순간에 이진이는 보노보인 지니의 선명한 눈을 보게 되고, 이진이의 영혼이 지니의 육체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진이의 육체는 중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됩니다.

  근처 골짜기 정자에서 노숙을 하던 김민주는 잠결에 경음기소리를 듣고 구조대에 연락만하고 구조대가 도착한 것을 확인 한 후 잠자리로 돌아와 바로 잠을 청합니다. 출입금지구역이라서 나중에 문제가 될 것 같아서 구조대에 연락만 하고 숲속 정자로 돌아온 것이지요.

  다음날 아침 구조대가 행방불명된 침팬지를 구조하기 위해서 김민주가 노숙하고 있던 정자로 찾아옵니다. 지니를 보지 못한 김민주는 구조대를 돌려보낸 직후 침팬지 한 마리가 나타납니다. 겁에 질린 김민주는 침팬지에 대항하지만 이겨내지 못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이진이가 보노보인 지니 육체 안으로 영혼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진이는 김민주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진이도 상황을 알아야 했고 또 다시 이진이의 육체로 돌아가려는 단서를 찾으려는 생각으로 이진이의 육체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데려가 주라고 부탁합니다.

  이 후 진이는 자신의 육체를 되찾으려고 병원에서 단서를 찾으려고 노력을 하지만 구조대에 쫓겨 잡히게 됩니다. 영장류센터에 보호되다가 내부구조를 잘 아는 지니는 다시 탈출하게 되어 김민주와 만나게 됩니다.

  지니의 육체에 들어와 있는 진이는 자신의 육체를 찾아 삶도 되찾고 지니의 육체도 돌려주려고 노력을 합니다. 하지만 진이는 자신의 육체로 돌아가면 상황이 뜻대로 통제도 되지 않고 심지어는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진이는 한편으로는 억울해 합니다. 같이 차에 탑승을 하고 사고를 겪는 장교수는 살아나게 되고 자신은 보노보의 육체로 들어가게 된 상황이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반면 지니의 육체 속에서 진이와 지니의 영혼이 교차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진이는 지니의 기억 속 과거와 감정을 알게 되면서, 자신을 포함한 인간들이 콩고 숲속에서의 평화로운 삶을 빼앗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또한 콩고를 떠나오기 전에 철창속에 갇혀 있던 어린 보노보가 지니라는 사실도 같이 알게 됩니다. 숲속에서 지니의 엄마가 동생을 출산하던 순간을 기억하며 까꿍소리를 내선서 좋아하던 때, 그리고 강가에서 밀렵꾼들에게 생포되던 때, 몇 달을 큰 배속에서 일곱 마리의 보노보와 같이 있으면서 혼자 살아남아 한국에 오기까지의 여정, 마지막으로 인동호 옆의 별장에서 인간에게 학대받으며 길들여지고 화재가 나서 탈출했던 기억까지 모든 기억과 과거가 진이의 영혼에 공유가 됩니다.

  진이가 지니의 시점에서 본 책의 본문입니다. 지니의 시점이 된 후에야 비로소, 내가 아닌 지니를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에 의해 인간들 속으로 나온 후, 인간으로 인해 생사의 절곡을 넘나들고 인간을 위한 쾌락의 도구가 되었다가 인간에게 자신을 통째로 강탈당해버린 지니의 삶을, 지니 자신으로서 바라보게 되었다. 운명은 우리 둘 사이에서도 공평하지 않았다. 지니에겐 선택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내가 지니의 몸으로 들어간 순간부터 나는 지니의 삶에 쳐들어온 침입자였다. 지니에게 인간의 말을 할 수 있는 입이 있다면 나와 똑같은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너는 내게 왜 이러느냐고.” 때문에 진이는 지니가 원래 살았던 콩고의 밀림으로 가야되고 결국 지니의 몸을 돌려주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리고 민주의 도움을 받아 병원으로 향하는 길에 자신을 위해 강하게 세상을 살다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고 영장류연구센터에서의 보노보 마마의 딸 팬이 출산을 하게 되는 것을 회상합니다. 그리고 진이는 병원에서 자신의 몸과 진이의 손을 맞잡으며 죽음을 맞이합니다.

  이 후는 장교수와 김민주가 지니를 콩고로 돌려보내며 이야기를 끝을 맺습니다.

 

감상평

 

상처입은 치유자, 트라우마를 넘어 눈부신 사랑의 길로 떠난다.” 이 문장이 책의 전체의 메시지를 대변해 주는 것 같습니다.

  트라우마는 일반적으로 피해자에게만 있다고 생각들 합니다. 피해자의 트라우마는 사건의 피해를 당할 때 공포와 그것이 기억 속에 깊이 박혀 정신적인 고통으로 남는 것이라고 합니다. 피해자의 상처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있기도 하지요. 하지만 가해자의 상처는 이해와 공감도 얻어내기 어려울뿐더러 자신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고 합니다. 스스로의 죄의식이나 폭력의 기억으로부터 필사적으로 도망치려는 방어본능이 작동하기 때문이지요. 착한 사람이거나 좋은 사람, 공감능력이 좋은 사람들, 양심적인 사람들이 자신을 영원히 용서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깊은 죄의식이 자리 잡기 때문이지요.

  <진이, 진이>에서 이진이는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일찍 여의고 홀어머니에게서 혼자 자라나게 됩니다. 정신적으로도 힘든 삶을 살기도 했지요. 그러면서 자신이 콩고에서 떠나오던 전날 밤 밀렵꾼들에 의해 갇혀 있던 보노보를 구해서 밀림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할 수 있었음에도 도망쳐 나와 버립니다. 자신이 일반인도 아니고 영장류 연구센터의 학자임에도 불구하고 구조를 하지 못한 죄책감에 한국에 돌아와서도 아예 영장류센터를 떠날 결심을 하게 됩니다. 가해자의 트라우마로 남긴 상처 때문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영장류센터 마지막 날임에도 불구하고 알지 못하는 침팬지를 구하러 빗길을 뚫고 별장으로 향하게 됩니다.

  남자 주인공 김민주 역시 30이 되도록 취업에 실패하고 집에서 쫓겨 나와 노숙자로 생활하지만, 10년전의 가슴 아픈 사연이 있습니다. 공익요원으로 근무하던 때 동네 노인들에게 식사를 배달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요. 그 당시 해병대 할아버지의 구조요청이 있었음에도 민주는 못들은 척 그냥 지나쳐버립니다. 결국은 할아버지는 죽음채로 민주 앞에서 발견됩니다. 민주는 자신 때문에 해병대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교수와 이진이가 타고 있던 자동차에서 경음기로 구조요청을 하자 어둠과 빗속을 헤쳐가 구조요청을 하게 됩니다.

  두 사람은 이 후에 트라우마로 인한 상처와 죄책감을 보노보를 구조함으로서 그리고 자기한테는 아무관계가 없는 사람을 구조함으로서 무의미하게 살아온 과거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해 나갑니다. 진이와 지니와의 공감, 진이와 민주와의 공감들을 통해 삶의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해 보고 주위의 이해관계자들과의 아픔과 기쁨도 함께 할 때 우리인생은 더욱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됩니다. 아픈 가해자의 상처를 가지고 있었지만, 나아가서는 인간애와 인간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상처 입힌 존재들에게까지도 실천해야 할 사랑의 가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면서 소년기나 청년기의 성장이 아닌 성년들도 과거를 반성하며 내일을 위한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함께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삶의 끝의 죽음에 다다를 때까지도 사람은 더 성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전해집니다.

  정유정 작가님은 다른 책을 집필을 준비하던 중 한 문장에 시선이 걸렸다고 합니다. 시간의 어떤 순간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문장으로 오래전 돌아가신 어머님을 기억합니다. 3년여의 투병생활 끝에 작가님이 근무하던 중환자실로 오가다 3일후에 세상을 떠나셨다고 합니다. 작가님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어떤 순간이 어머니에게 닥쳐오기까지 3일이 걸렸다고 합니다. 짧은 3일이었지만 작가님한테는 백일몽과 같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바로 생의 가장 치열했던 사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줄거리와 주인공, 제목까지 한자리에서 정해버리고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가볍지 않고 진중하게 삶에 대하여 생각하게 한 책입니다.

  그래서 작품속의 진이는 작가님의 어머님과도 오버랩이 되고 누구나 가장 가까운 사람을 이승에서 떠나보낼 때의 우리의 지인들이 아닐까도 생각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책 말미에 남긴 작가님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우리는 모두 죽는다’. 언젠가는 반드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어떤 순간이 온다. 운명이 명령한 순간이자 사랑하는 이와 살아온 세상, 내 삶의 유일무이한 존재인 나 자신과 작별해야 하는 순간이다. 그때가 오기 전까지, 치열하게 사랑하기를, 온 힘을 다해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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