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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 피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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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 피 용>



400쪽 분량의 소설을 줄거리와 감상문으로 쓰다보니 길어졌습니다. 
간단히 소설책 한 권 읽는다고 생각하시고 읽어 주세요.


지은이: 베르나르 베르베르

장르: SF소설

 

 

  최근 현대문학에 관련된 소설은 많이 읽지 않았는데요. 약간은 딱딱한 경제나 자기계발 서적을 읽다가 머리 식히기에는 좋은 장르가 소설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책과 작가를 접한 것은 뜻밖에도 가족 중의 한사람이 최근에 재미있는 작가라고 해서 꼭 읽어보라고 추천을 해준 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읽은 책이었습니다.

  예전에 어느 개그맨이 '지구를 떠나거라'하는 개그가 있었는데요. 이 소설은 지구에 불만을 품은 과학자와 144천명의 인류가 다른 행성을 찾아 지구를 떠난다는 다소 황당한 내용입니다. 제목 <파피용>은 불어로 나비, 나방의 뜻을 가지고 있으며 이 소설에서 엄청난 규모의 우주선으로 제작되게 됩니다.

 

  이름부터가 재미있는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1961년 프랑스 태생으로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에는 기자로 활동을 합니다. 그의 첫 소설<개미>를 출간하며 작가의 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이 후 <나무>, <>, <파피용>등으로 세계적인 히트를 치며 이름을 알리게 되며 특히 대한민국에서 큰 사람을 받는 작가 중의 한사람입니다.

 

등장 인물

 

*파피용의 1세대 주인공.

이브 크라메르: 항공우주국 <혁신과 전망>팀장이며 우주범선인 파피용을 제작하는 <마지막 희망>프로젝트의 1세대 리더.

엘리자베트 말로리: 전직 요트선수. 교통사고 후 <마지막 희망>프로젝트에 합류하여 우주선의 항해사가 됨.

가브리엘 맥나마라: 폐암을 선고받은 시한부 재벌.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마지막 희망>프로젝트에 전재산을 투자함.

아드리앵 바이스: 생물학자이며 식물학자.

 

파피용의 1250년 후의 주인공: 엘리자베트15와 아드리앵18 4

 

 

줄거리

 

  주인공 이브 크라메르는 항공우주국에서 팀장으로 일하고 있지만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항상 상부로 부터 거절을 받습니다. 그러던 중 집에서 우연히 아버지의 프로젝트를 발견하게 되고 그것을 실행하기로 마음먹습니다. 바로 지구에 인류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우주선을 제작하여 지구를 탈출할 계획을 세웁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구는 전쟁과 환경오염, 종교적 광신주의, 인구과잉으로 치료제 없는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더 이상 미래의 희망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아버지의 꿈이자 이브의 꿈인 유토피아를 우주 밖에서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래서 투자자인 재벌 가브리엘 맥나마라, 전직 요트선수인 엘리자베트 말로리, 생물학자이자 식물학자인 아드리앵 바이스 등과 함께 <마지막 희망>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됩니다.

 

  프로젝트 진행자들은 여러 가지 논의를 한 결과 목표로 한 행성까지는 약 1000년의 시간이 걸리게 된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결론은 자신들은 그곳에 도착하지 못하지만 그들의 먼 후손들은 그곳에 도착해서 유토피아를 건설한다는 희망만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정부 몰래 오지인 사막에 기지를 건설하고 우주선 파피용을 제작하게 됩니다. 파피용 탑승인원이 처음에는 2천명 규모로 시작하다가 점점 규모가 더 커집니다. 1만 명으로 탑승인원이 늘어나더니 최종적으로 144천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가 탑승하는 것으로 결정됩니다.

  탑승인원이 많아짐에 따라 우주선의 환경, 생태, 중력 등을 지구와 똑같은 환경으로 만들기 위해서 영화제작자나 지리학자까지 동원되며 프로젝트가 진행됩니다. 또한 조그만 곤충부터 파충류, 양서류, 포유류 등 다양한 동식물들이 같이 탑승하는 환경이 조성되어 지구와 같은 내부 환경으로 만들어지게 됩니다. 탑승인원을 선발하는 과정에서도 도덕적으로 비폭력적이고 프로젝트에 끝까지 살아남아 우주여행에 동참할 사람을 고르기 위해 심리학자가 동원되기도 합니다.

 

  엄청난 탑승인원인 만큼 우주선 파피용의 크기와 규모도 엄청납니다. 원통형의 흉부의 길이 32km, 흉부(원통)의 직경은 5백미터, 마일라 돛은 1백만 제곱킬로미터로 큰 나라나 작은 대륙정도의 크기가 됩니다. 마일라 돛은 별빛을 받아 에너지를 생산하는 중요한 기능도 있습니다. 크기도 어마어마한데 모양을 상상해 보면 파피용이란 이름처럼 밤하늘에 떠있는 나비 모양으로 만들어지게 됩니다.

  지구에서 이륙할 때 이정도 크기면 이륙이 안되기 때문에 처음에는 원통이 1킬로미터에 불과하지만 우주 밖으로 나가면 32킬로미터로 늘어나게 설계가 됩니다. 1백만 킬로미터가 넘는 마일라 돛은 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의 두께에 지상 이륙시에는 선체 안에 있다가 우주에 나가면 나비가 번데기에서 부화하듯이 돛이 펴지도록 제작됩니다. 지구에서 발사된 파피용은 날개를 펴기 위해 대기권 밖에서 일정한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요. 이 마일라 돛을 조종하는 사람이 전직 요트선수였던 엘리자베트입니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다가 항공우주국에 발각되어 정부, 종교단체, 언론 등 각종 단체로부터 철회명령을 받고 마지막까지 헌병대에서 우주선발사를 못하게 막지만,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구를 떠나 우주로 향하게 됩니다. 지상에서 파피용을 보는 지구 사람들은 밤하늘에 거대한 나비가 떠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발사된 파피용 내의 승무원들간의 조그마한 내부 이견도 발생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유토피아를 향한 1세대 우주 행자들은 문안하게 기나긴 여행을 시작하는 듯 했습니다.

  나는 나비가 날개를 잃고 다시 애벌레가 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나는 애별레가 기어 다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나는 애벌레가 다시 예전의 나비로 돌아기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나는 애벌레가 다시 날개가 솟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탈바꿈은 언제든 가능한 일입니다. 비상할 수 있는 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 있습니다. 브라보 엘리자베트.(96p)

  새로운 희망을 찾아 떠나는 우주 여행자들의 파피용에 대한 희망이 이 짧은 글 속에 표현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행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파피용을 이끄는 지도부 승무원들의 바람과는 달리 살인 사건이 일어나게 됩니다. 144천명 전체가 도덕적이고 착한 사람들이었지만, 그 속에서 치정에 의한 살인을 하게 되고 범인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반성과 함께 자책을 하기도 합니다. 처음 지구를 떠나올 때는 무정부 상태에서도 범죄나 무질서 속에서도 아무런 불미스러운 사건이나 사고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파피용 내에서도 규율이나 법규가 생겨나게 됩니다. 지구에서 행하는 통치 방식으로 말입니다.

 

  최초의 범죄는 최초의 감옥, 최초의 법정, 최초의 무덤, 최초의 경찰, 최초의 정부, 최초의 의희, 최초의 헌법을 탄생시겼다.

  <이렇게 무질서에서 질서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아드리앵이 주장했지만 아무도 이 말에 동의를 하지 않았다. 파피용호의 키 앞에 홀로선 엘리자베트는 이브가 이만저만 심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꿈이 짓밟혔다.(269p)

  이렇게 최초로 <마지막 희망>프로젝트를 시작하고 파피용호를 만들어 지구를 떠나왔지만, 처음에 생각했던 유토피아로 향한 이브의 꿈은 멀리가지 못하고 사라져갔습니다. 그리고 144천명 중 지구에서 <마지막 희망>프로젝트를 진행하던 구성원 중 이브의 비서였던 사틴이 몰래 탑승해 있다가 같은 편 반란군 100여명과 함께 비상우주선을 타고 지구로 돌아가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사틴 역시 처음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와는 취지가 어긋남을 알고 지구로 돌아가게 된 것이었습니다.

  약이 병을 만들지. 법이 범죄를 만들고 감옥이 범죄자를 만들고 헌법이 혁명을 불러오는 것처럼 말이야(285p)

  <마지막 희망>프로젝트 1세대가 다시 2세대를 이으며 대를 이어 계속되는 우주여행이 진행됩니다. 항해사인 엘리자베트는 죽기 전에 다음 행성에서 필요한 모든 정보와 지구의 정보가 담긴 정보를 자신의 무덤의 사과나무 안에 보관해서 1000년 뒤에 도착한 행성에서 열어보도록 비밀정보를 보관하게 합니다. 그리고 1세대 여행자들이 하나 둘 생을 마감하고, 2세대가 여행을 계속하게 됩니다. 2세대부터는 이름을 엘라-1, 엘로디-1, 조슬린-1 등으로 세대를 이어갑니다.

 

  1000년 이상을 대를 이어 우주여행을 하는 파피용호는 수 많은 지도자가 바뀌고 유혈투쟁과 분란을 겪습니다. 휘고-66과 엘로-2의 전쟁, 천국의 도시와 지옥의 도시로 갈라진 통치 그리고 대를 이어서 공포정치, 진실교를 앞세운 종교정치, 엘렌-3의 무신왕의 등장으로 종교를 탄압하기도 하고 엘렌-4의 정치는 철권통치를 하기도 합니다.

 

평화 다음에는 전

중앙집권화 다음에는 분권

대도시들 다음에는 작은 마을

의회체제 다음에는 독제체

안정 다음에는 광

무정부상태 다음에는 전체주

학살 다음에는 출

화려한 패션 다음에는 경직된 패

파피용호의 탑승자들은 이렇게 후세 사람들이 인간 무리의 역사적인 호흡이라고 정의한 순환을 겪고 있었.

숨 들이쉬기 다음에는 숨 내쉬기.

엘리자베트-5라는 여성은 이런 현상을 바탕으로 전쟁, 경제, 전염병, 농사, 패션, 음식 분야의 예상 순환 주기를 계산하는 과학적 시스템을 구축하기가지 했.

그녀는 <어리석음의 계절 순환>이라는 제목의 책을 쓰기도 했.(335p)

  마치 인류의 탄생과 세계사를 한번에 보는 것과 같습니다. 이 과정에서 파피용호는 내부의 수많은 전쟁과 유혈사태 그리고 내란으로 인하여 내부 시설이 파괴되고 우주선 외부의 마일라 돛 역시 운석에 맞아 구멍이 수십 개가 뚫려 파괴되고 누더기 상태가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파피용호가 지구를 떠난 지 1251, 그들의 1세대 조상이 목표로 했던 삼각형 모양의 세 개의 빛 가운데서 빛나고 있는 별을 발견합니다. 이 때 우주선 안에는 여러 차례 전염병과 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탓에 지구를 떠나온 144천 명의 승객들 가운데 단 여섯 명만이 살아남아 있었습니다.

  마지막 6명의 이름은 엘리자베트-15, 아드리앵-18, 조슬린-84, 가브리엘-54, 엘레-19, 니콜라-55로 조상의 이름 뒤에 대를 이어 태어난 자손들입니다. 처음 1세대 프로젝트 탑승자로부터 15대에서 19대까지의 후손들로 보입니다. 이 중에 남자가 5, 여자가 1명이라 후손들을 탄생시키기에도 부족합니다.

  이들은 우여 곡절 끝에 1세대 엘리자베트의 무덤에 심어 둔 사과나무에서 수수께끼 같은 암호를 풀어냅니다. 사과나무에서 찾아낸 책 세 권은 <항해 일지>, <예전 세계의 백과사전>, <새로운 행성 사용법>에 대한 내용이 나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책에서 파피용에서 행성으로 타고 갈 작은 우주선인 무슈롱을 찾아냅니다. 문제는 무슈롱은 단 2명만 탑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6명의 파피용 탑승자들은 여러 가지 의견을 제시한 끝에 여자인 엘리자베트-15가 다른 남자 5명중 마음에 드는 사람을 선택하도록 합니다. 나머지는 남자 5명은 파피용에서 후손을 남기지 못하고 생을 마감합니다.

  엘리자베트-15에게 선택된 사람은 아드리앵-18로 선택되어 무슈롱을 타고 새로운 행성으로 이동을 합니다. 행성에 도착할 때 추락을 해서 부상을 당하지만 건강하게 행성에 정착하게 됩니다. 두 사람은 사과나무에서 얻은 책으로 여러 가지 지식을 습득한 뒤에 우주선 무슈롱에 실려 있던 냉동 보관 된 식물과 생물 종들을 새로운 행성에 번식시키며 적응해 나갑니다. 새로운 행성에도 공룡과 같은 동물들이 아드리앵에게 접근해 오지만 아드리앵은 사냥을 해서 식용으로 사용을 합니다.

  두 사람은 부부관계로 살아가지만 여러 가지 갈등을 겪게 됩니다. 그리고 집을 나가 버린 엘리자베트-15는 동굴 안에서 죽은 채 발견됩니다. 안타까운 것은 엘리자베트-15가 임신한 상태로 지구에서 가져온 뱀에게 물려 죽은 것이었습니다. 그는 엘리자베트의 무덤에 사과나무 씨앗을 심었습니다. 엘리자베트가 자신 때문에 죽었다는 자책과 더 이상 후손을 남길 수 없다는 생각에 낙심을 합니다. 그리고 혼자 남았다는 고독감에 힘들어 합니다.

  하지만 예전 세계의 백과사전을 공부해서 후손을 남길 지식을 습득하게 됩니다. 그는 냉동고 안을 뒤져 동물의 수정란, 인공 자궁, 인공 부화기 등을 공부합니다. 필요한 것은 인공 골수였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갈비를 통해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홉 달 후에 성공적으로 인간의 여자 아이를 얻습니다. 아이의 이름은 <에야>라고 불렀습니다.

  에야는 아드리앵의 집에서 자랍니다. 똑똑해서 금방 읽고, 쓰고, 셈법, 사냥, 요리, 천 짜기 등 여러 가지 일에 능하게 됩니다. 그리고 예전 세계의 백과사전과 새로운 행성 사용법도 아드리앵을 통해 빠르게 습득합니다그리고 아드리앵은 그들의 조상들이 지구를 떠나게 된 이유까지도 자세히 에야에게 말해 줍니다. 지식을 나누면서 그들이 서 있는 행성에서 반대로 그들의 조상들이 살았던 별인 지구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아드리앵은 이브의 뜻을 전하 듯 이야기 합니다.

<다시는 우리 자손들이 똑같은 실수를 무한정 되풀이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게.>

아드리앵이 말에 더 힘을 실었다.

  “먼 미래에, 우리 자손들이 다시 수백만, 아니 어쩌면 수십억이 될 때, 이 지구 전역에 뿌리를 내리고 살게 될 때, 전쟁과 환경오염, 종교적 광신주의, 인구 과잉으로 병들었던 우리가 떠나온 세계와 비슷한 세계를 다시 만들게 해서는 안 돼.”(423p)

 

  “그걸 재현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야. 그럼 우리의 모든 노력은 결국 허사가 되고 마는 거야. 그럼 이브의 꿈과 이브의 창조는 결국 실패의 시나리오를 재현한 것밖에 되지 않아. 내일은 똑같은 어제가 되겠지. 그리고~ 아이러니의 절정은 말이야, 6천 년 후에 우리 자손들은 또다시 새로운 파피용호를 만들게 될 거야. 가까이에 있는 새로운 태양계, 그리고 사람이 살 수 있는 새로운 행성을 찾아 떠나기 위해서. 세 번째 <지구>를 찾아서 말이야. 정말 안타까운 일일거야.”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에야가 갑자기 정리된 생각을 털어 놓았다. “결국엔 영원히 되풀이될 수도 있어. 아주 오래전에 시작했지만 앞으로도 여전히 계속되는 거지. 과거에, 살아남은 인류를 태운 파피용호가 있었던 지구가 백 개나 있었는지도 몰라. 미래에도 그런 지구가 백 개는 더 있을 수도 있고, 생존자들의 후손들은 번번이 어디서 왔는지는 잊은 채 단 하나밖에 없는 지구에 살고 있다고 믿겠지.”

  에야가 말을 이어 갔다. “아담이 이브의 책에서 읽고 나한테 말해 준 적이 있는 환생 이론과 어찌 보면 비슷해. 물론 여기선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전체의 문제이긴 하지만. 인류는 환생하는 거야. 다시 태어날 때마다 까맣게 잊어버리고는, 지구라고 부르는 행성에 자기 혼자 존재한다고 믿는 거지.”(424p)

 

  둘은 조상들의 이야기를 하며 절대 지구에서의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지 만들자며 이야기는 끝을 맺습니다.

  그녀가 <아담>이라고 부른 남자가 스스로를 <이브>라고 부르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확신을 갖기 위해 또 한번 말했다.

<영원히 탈출을 계속할 수는 없다>(426p)

 

 

감상평

 

  전체 쪽수가 400쪽이 넘는 분량이었지만 스토리 전개가 빠르고 상황전개가 흥미롭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고 쉽게 책을 읽었습니다. 이것은 작가의 필력과 조금은 과장되지만 독자의 상상력을 최대치로 올리게 만드는 이야기 전개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소설 초반에는 무슨 황당하고 과장된 이야기인가 하며 환타지 소설 같은 것으로 생각하고 가볍게 읽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소설만이 가질 수 있는 상상력의 극대화를 느낄 수가 있었고, 마지막에 살아남은 남녀 주인공이 아담과 이브가 남는 것은 정말 성경 속의 인간탄생 설화 같다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사과나무, 남자의 갈비로 여자를 만드는 것을 또 다른 행성에서 탄생 설화를 반복하는 것이지요.

 

  소설을 모두 읽고 나서 느낀점은 첫 번째로 인간의 상상력의 극대화, 두 번째는 우주 속에서 인류역사와 한 개인의 존재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간의 내면에 잠재해 있는 폭력성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인간 상상력의 극대화를 생각하게 된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우리가 이런 과장된 이야기를 생각하면 무협지나 환타지 소설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 같습니다. 재미는 있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서 저는 평소에 가까이 하지 않고 있는데요. 이 또한 글이나 소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이고 독자들은 무한 상상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소설들의 장점을 굳이 꼽자면 평소에 독서나 글을 멀리하던 사람들이 흥미를 끌고 책을 가까이 하기에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소설 속의 파피용은 규모가 우리의 생각했던 규모를 뛰어넘은 동체길이 32km, 동체직경 500m, 빛 에너지를 받아내는 마일라 돛은 1백만km로 지구의 한 대륙의 크기로 만들어집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크기로 생각됩니다. 이걸 만들려면 실제로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어갈까? 정말로 만들어 질 수 있을까? 실제로 만든다면 넓은 사막이나 대지 같은 부지에서 얼마만큼의 규모로 만들들 수 있을까? 이런 개인적인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재미있는 상상해 봤습니다. 이정도 크기의 우주선이 현실에서 밤하늘에 떠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밤하늘에 별자리처럼 나비모양의 큰 우주선이 보이는 모습을 말입니다. 별자리가 아닌 실제 나비 모양이 밤하늘에 떠 있는 상상은 이 소설을 읽는 재미중의 하나 일거라고 생각됩니다.

  예전80년대 TV개그프로그램에서 한 개그맨이 한 지구를 떠나거라~”라는 유행어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 자체로 개그일 뿐이었는데, 30년이 지난 지금은 현실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개그로만 볼 수는 없는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미국의 한 사업가가 화성 탐사를 넘어 화성 정착까지 생각하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두 번째, 우주 속에서 인류 역사와 한 개인의 존재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혹시 살면서 밤하늘을 보고 많은 별들 중에서 지구는 어떤 존재일까? 또 우주라는 큰 공간 속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는 어떤 존재일까? 더 작게는 나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있나요? 지금은 나이를 먹어 그런 생각을 해본지가 오래전의 일인 것 같은데요. 이 소설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이 큰 우주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는 한 점보다 못한 존재 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들은 수십 년, 수백 년, 수천 년 전의 빛을 내가 보고 있는 것을 아닐까? 라고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야말로 인간들은 대우주를 보면 미미한 존재들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많은 천체 물리학자들이 연구를 하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는 지구라는 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미래를 알 수 없기에 두려운 것이고 우주 또한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에 공포와 개척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반면 지구인이 아닌 누군가 우리를 보고 있다는 재미있는 상상도 해 봅니다.

  태초에 아담과 이브가 파피용 같은 우주선을 타고 지구에 정착했다는 소설과는 달리 또 다른 조물주가 지구에 생명을 뿌리기 위해 생명수인 물을 주고 온갖 초목들과 동물들을 만들어 온실 같은 지구환경을 만들었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관장하는 또 다른 인류가 있을까요?

 

  세 번째, 인간의 내면에 잠재해 있는 폭력성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소설 속에서 파피용을 만들어 지구를 떠나는 최초의 이유가 있습니다. 전쟁과 환경오염, 종교적 광신주의, 인구 과잉으로 병든 지구를 떠나 평화로운 유토피아를 찾아 또 다른 별로 이주를 하는 것입니다. 지구 환경과 같은 파피용의 내부 환경을 만들고 가장 모범적인 인간들을 선별해서 1000년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요.

  소설 속에서는 마지막까지 1200년의 여행을 합니다. 그런데 여행이 진행되는 동안 수십 번의 세대가 바뀌면서 다시 전쟁, 오염, 종교 분쟁과 광신주의가 나타나고 항체 없는 병원균으로 거의 멸망하다시피 합니다. 이것을 읽으면서 나는 지구 인류사나 세계사를 다시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듯이 우주여행을 기획한 최초 이브 크라메르와 그의 동료들의 뜻과는 전혀 의도 하지 않은 폭력이 최초로 나오게 되고, 그것을 계기로 법과 정치 그리고 사법제도까지 파피용 안에서 만들어지게 됩니다. 자기들이 떠나온 지구와 똑같은 환경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들이 탑승하고 한 세대가 지나기 전에 말이지요. 결국은 그들이 꿈꾸던 유토피아를 발견하기 위해 지구를 떠났지만, 한 세대가 지나기 전에 그 꿈은 깨지게 된 것이지요.

  모든 인류가 마찬가지지만 한 나라나 단체에서 잘못된 사상이나 생각을 가진 지도자가 나오면 그 인근 나라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되고, 그 영향력이 폭력이라면 당하는 나라도 폭력이나 정복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려면 다시 폭력으로 대항해야하는 일이 벌어지게 되고 맙니다. 폭력이 폭력을 낳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지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개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됩니다. 어떤 이유로든 간에 인간 사회도 정당화 될 수 없는 폭력으로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면 당하는 사람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폭력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작가는 아무리 좋은 도덕적 인간을 모아 둔다고 해도 인내 깊은 내면의 폭력성은 조직의 규모가 커지고 더 큰 조직과 사회를 형성하면서 폭력 또한 거대해 진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결론은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마지막 주인공의 대사에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영원히 탈출을 계속할 수는 없다>

  우주선 파피용은 1000년 여행 중에 수많은 전쟁과 유혈사태로 파괴되고, 외부적으로 운석에 맞아 마일라 돛이 망가집니다. 그것은 마치 지금 우리의 행성인 지구가 인간에 의해 개발로 인해 파괴되고 망가져가는 환경의 변화를 보는듯 합니다.

 

  결국에는 지구는 하나라는 것입니다. 지구를 떠나서는 그 어디에도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꿈꾸는 유토피아는 수많은 별들 중의 하나가 아니라 바로 우리가 서있는 바로 이 땅 지구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전쟁과 오염, 광신주의, 폭발적인 인구 증가로 인한 병원균 전파로 인류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것도 인간이라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는 수많은 인류와 그 지도자는 조그마한 이익다툼으로 인해 우리가 살아가야 할 지구라는 터전이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느 한 국가나 종교 단체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살아가야 할 땅이고, 지켜내야 할 소중한 자산이며 후손들에게 영원히 깨끗하게 물려 주어야 할 소중한 공동의 것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조금 더 나아가 지구에 있는 모든 동식물들과 자연 또한 우리가 공존해 나가야 할 공동운명체이며 인간의 욕심으로 파괴하고 정복해야 대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인간들이 활동이 줄어들자 야생동물들이 세계 곳곳 도심에서 출현하고 있지요. 공존해야 할 공동의 땅에 인간을 피해 달아났던 그들이 다시 돌아오는 것이지요. 이런 것을 볼 때 우리 인간이 많은 욕심으로 인간들과의 분쟁도 생기지만,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동식물들에게 얼마나 많은 폭력을 행사하고 있었나 반성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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