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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낯선 곳에서 온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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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서 온 소녀

 

-프리드리히 실러

 

어느 골짜기 가난한 목동의 집에

해마다 첫 종달새들이

포르르 하늘 위로 날자마자

놀랍도록 어여쁜 소녀가 나타났네.

 

소녀는 그 골짜기에서 태어나지 않았네.

그녀가 어디서 왔는지는 아무도 몰랐네.

소녀가 작별을 고하고 떠나자마자

금방 그녀의 자취는 사라졌네.

 

소녀가 가까이 있으면 행복했네.

모든 이의 마음이 넓어졌네.

그렇지만 어떤 품위와 고귀함이

허물없이 대하지 못하게 했네.

 

소녀는 꽃과 과일을 가져왔네.

다른 땅에서, 다른 햇볕을 받은,

더 행복한 자연 속에서 익은 꽃과 과일을. 

 

모두에게 선물을 나눠주었네.

이 사람에게는 과일을, 저 사람에게는 꽃을.

소년에게도, 지팡이를 짚은 노인에게도.

누구나 선물을 안고 집으로 갔네.

 

찾아오는 손님은 누구든 반갑게 맞았으나

서로 사랑하는 한 쌍의 남녀가 가까이 오자

소녀는 그들에게 가장 좋은 선물을 건네주었네.

가장 아름다운 꽃을.


요즘 정치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전기를 읽고 있습니다.

책을 두 번째 읽고 있는데요.

20세기 최고의 여성 철학자라고 불리지만, 정신적으로는 매우 외로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만큼의 깊은 생각을 한 철학자로서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이기를 바랐는지가 위의 시 <낯선 곳에서 온 소녀>에 모두 포함되어 있어 보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악의 평범성>을 발표 후, 다른 민족도 아니고 유대인들에게 유독 비난을 받았습니다.

일부 유대인들이 유대인 학살에 책임이 있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우리 역사에서 친일파와 같은 사람들이 유대인 중에도 있어서 보고서에 포함되었나 봅니다.

 

중요한 것은 한나 아렌트도 유대인이다는 것입니다.

<악의 평범성>뿐만 아니라 그녀가 쓴 모든 책에는 인류는 폭력과 폭동을 부르는 모든 행위 전에는 혁명가들이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 있었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생각을 해야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나 아렌트가 유대인임에도 불구하고 유대인만을 옹호하는 글을 쓰지 않고 철저하게 수평적인 시각으로 집필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정치 철학자로 알고 있지만 한나 아렌트는 "당신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에

자신이 누구라고 어떤 사람이라고 쉽게 대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시인이었는가? 철학자였는가? 정치사상가였는가?

 

한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과일과 꽃과 같은 선물을 주고 싶었지만, 정작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지인에게 보내는 편지에 쓰여 있었습니다.

"저는 한때 그랬던 것처럼 그야말로 낯선 곳에서 온 소녀라고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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