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듯했지만 그럭저럭 여름을 보내니 바로 추석 연휴가 코앞입니다.
아무리 바빠도 조상님 벌초는 빼놓고 넘어갈 수 없습니다.
저희 회사 동료들도 지난주부터 조상님 묘에 벌초를 다녀 온 분들이 많은데요.
전문 벌초꾼들이 아니다보니,
말벌에 쏘여 다리가 퉁퉁 부어서 출근한 분,
뱀에 물려 병원에 가보아야 한다는 분,
모처럼 안 쓰던 근육을 쓰다 보니 저처럼 팔다리가 힘이 빠져 일상이 힘들다는 분들이 계십니다.
사실 저도 코로나 이후에 체육관이 모두 폐쇄되는 바람에 운동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아침 5시 30분 기상.
여왕님이 같이 일어나 가까운 콩나물국밥집에서 일찍 아침을 먹었습니다.
집 앞 고우당 옆에 있는 콩나물국밥인데, 가격도 싸고 먹어도 장에 부담에 안되어서 참 좋습니다.
바로 시골로 출발.
시골집에서 기르고 있는 래브라도입니다.
제일 먼저 요녀석이 저를 반깁니다.
까만색 댕댕이도 참 멋진 것 같네요.
나중에 은퇴하면 요런 까만 댕댕이를 키우면서 시골에서 살고 싶습니다.
저도 댕댕이를 매우 좋아해서 같이 있으면 산책도 같이 해 줄텐데, 갈 때마다 쓰담쓰담만 합니다.
7시쯤 부안 시골집에 도착했는데, 어른들은 아직 아침 전이네요.
같이 벌초를 하기로 한 동생을 기다리며 벌초 장비를 챙겨봅니다.
예초기, 갈퀴, 낫, 톱을 챙겨 놓습니다.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벌초는 2인 1조나 3인 일조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연로하셔서 그냥 따라만 다니시고, 벌초는 동생하고 필자만 장비를 다룹니다.
예초기가 다른 분들 다루는 걸 보면 참 쉬워 보이는데, 은근 지면과 수평도 잘 맞춰야 되고 장시간 기계를 다루다 보면 팔이 떨릴 정도로 힘이 듭니다.
잡초와 잡목이 우거지게 자라서 정글이 따로 없습니다.
동생이 꽤 몸은 좋은 편인데, 동생 역시도 몸을 자주 쓰지 않아서 꽤 힘겨워하네요.
저는 뒤를 따르면서 잘린 풀들은 가장자리로 쓸어 냅니다.
동생이 힘에 붙이면 서로 교대로 예초기를 다루었습니다.
아버지는 예초기가 작업을 하지 못하는 곳만 낫으로 조금씩 손을 보십니다.
깊은 산은 아닌데 도토리도 있고요.
벌초 초보라서 처음엔 요령이 없었는데, 가장자리부터 풀을 베어 나가고 가운데로 작업을 해 나가니 수월하게 일이 진행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어머니 묘 7대조 조상님 묘까지 모두 벌초를 끝냈습니다.
다 끝내고 나니 동생하고 필자의 팔이 부르르 떨리네요.
몇 달 머리를 못 깎다가 시원하게 스포츠머리로 이발을 한 듯 깨끗합니다.
아직 이른 가을인데도 30여 년 전에 심어놓은 밤나무에서 밤이 알차게 들어있네요.
동생과 제가 나누어서 가져왔습니다.
내년에는 저희 집안 조상님 묘들도 모두 합장 예정이라서 매년 하던 벌초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아마 오늘 벌초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예전에는 대가족들이 모여 살아갔지만, 요즘에는 집안 대소사가 아니면 가족들이 모두 모이기 힘듭니다.
그래서 이런 벌초가 조금은 힘들고 번거로운 면도 있지만, 점점 핵가족화되어가는 과정에서 점점 사라지는 조그만 행사들이 아쉽다는 생각도 듭니다.
포스팅을 하고 있는 지금도 팔이 달달 떨리네요. ㅎㅎ
모두 건강한 가을맞이 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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