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말하다(김영하 산문) 전체 감상문

728x90
728x90

 

누군가의 탐욕과 이해관계는 누군가의 결핍으로 이어지는 세상에 김영하 작가님의 글을 통해 현재 겪고 있는 우리세대의 문제를 생각하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또한 작가님이 얻는 다양한 문학세계의 경험을 통해 다시 지금의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보고 개인은 무엇을 해야하는지, 나아가서는 우리 공동체가 공감해야되는 것은 무엇인지도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보다>, <읽다>, <말하다>를 통해 문학을 통해 자신의 자아를 다시 생각하게 되고, 폭넓은 작가님의 식견을 통해 독서에 대한 개념, 독서를 통해 다시 세상을 보고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를 깊게 공감했습니다.

감상문 내용이 길기 때문에 시간이 없으신 분들은 굵은 글만 읽어 보세요.

1부 내면을 지켜라

 

  건강한 개인주의란 타인의 삶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독립적 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그 안에서 최대한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라 정의하고 싶습니다. 이때 즐거움은 소비에 의존하지 않는 즐거움이어야 합니다. 물건을 사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아니라 뭔가를 행함으로써 얻어지는 즐거움입니다. 구매가 아니라 경험에서 얻어지는 즐거움입니다.(27p)

  사람이 생로병사가 정해져 있는 한정된 삶 안에서 잘 산다라는 정의를 세우는 것은 수많은 철학자들이 고민해 온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기술이 정점에 달하고 모든 게 풍요로운 시대에 진정한 삶의 가치를 생각하게 하는 글입니다. 사실 물질만능화 된 사회, 자본과 윤리의 영역이 구분되지 않는 현실을 우리는 매일 전해지는 뉴스를 접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작가님은 이런 현실에서 나 자신이 자본의 영역과 마케팅에 종속된 소비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게 마케팅  화 된 세상 속에서도 이 세상에 진정한 를 찾고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 잘사는 것과 같은 다소 철학적인 답을 주고 있습니다.

  이는 작가인 김영하님이 문학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고 우리가 어지러운 세상에서 우리를 지킬 수 있는 조그만 메세지를 보낸 것으로 보입니다. 조금만 옆으로 눈을 돌려면 우리는 조그만 스마트폰을 통해 거대기술기업들의 콘텐츠에 매몰되어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무서운 것은 우리가 장바구니나 카트를 들고 다니는 물리적인 소비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거대기술기업들이 만든 콘텐츠에 를 지킬 수 있는 방어적인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물을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지금 느끼는가, ,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 그것을 제대로 느끼고 있는가?(35p)

  사실 최근 십여 년 사이에 우리는 빠르게 발전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를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잠깐 거리를 나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다보면 어김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다수의 사람들이 단 한가지 도구로 비슷한 정보를 보고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는데요. 그런 점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매일매일을 진정으로 누구를 위해 살아가는지 정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심지어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도 휴대폰을 놓지 못하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더욱 이 세상에서 나는 누구인가와 같은 심오한 질문이 아니더라도 하루쯤은 자기자시을 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게 좋을 듯 합니다. 그러므로 작가님의 질문은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한테 적절한 질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작가님은 그 대답으로 문학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날로 발전해가는 기술시대에 책을 손에 들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지만, 문학만큼 다양한 개인의 생각과 느낌을 작가마다 독특한 스타일로 우리에게 전달해주는 매체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어떤 주제에 관한 문학을 접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생각하고 느끼고 의미를 찾아가는 것도 각자 개인의 몫이고 급하게 변화하는 세상에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글쓰기는 우리가 잊고 있던, 잊고 싶었던 과거를 생생하게 우리 앞으로 데려다 놓습니다.(중략) 이렇게 써나가는 동안 우리에게는 변화가 생기고 이렇게 축적됩니다. 우리 마음속에 숨겨진 트라우마나 어두운 감정은 숨어있기 때문에 무시무시한 것입니다.(58p)

  이 과정에서 우리는 좀 더 강해지고 마음속의 어둠과 그것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힘을 잃습니다. 이것이 바로 글쓰기가 가진 자기해방의 힘입니다. 우리 내면의 두려움과 편견, 나약함과 비겁함과 맞서는 힘이 거기에서 나옵니다.(59p)

  작가님도 글쓰는 작가이기 때문에 강연이나 인터뷰를 할때면 가장 흔하게 받는 질문이 하나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필자 역시도 어떤 대단한 답변이 나올까 궁금했습니다. 답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문학적 구성이나 문법, 미사여구를 동원한 화려한 문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작가님은 어떤 형식에 얽매여 타인(선생님이나 평가자)들한테 보여지기 위한 글은 읽은이로 하여금 절대 감동을 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비록 비참하고 기억하기 힘든 내용이라도 나를 직접 대면하고 솔직하게 써내려간 글이 잘 쓴 글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 필자 역시도 과거 삶을 돌아보면 기억하기 싫은 일들이 너무도 많은 것 같습니다. 항상 좋은 기억과 즐거운 일만 글로 남기고 싶은데, 부끄러워서 감추고 싶고, 너무 힘들어서 꺼내기 싫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은 나의 알몸을 사람들 앞에 드러내기 싫은 것과 같은 생각이 듭니다. 작가님은 자신이 경험한 일 중에 헌병대 군생활 당시 죄수들에게 반성문 비슷한 글을 쓰는 게 있었는데, 의외로 중범죄자들이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을 하면서 솔직하게 쓴 글들이 기억에 많이 남고 읽는 사람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고 합니다.

  아마도 죄의 경중과 처벌의 경중을 떠나 글을 쓴다는 것은 마음의 거울 같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뒤돌아보면 순수했던 마음으로 학교를 다닐 때 일기를 쓴 것을 보면 세파에 물든 지금의 생각보다 마음 속을 일기에 내려 놓은 것처럼 보이는 이유도 그런 이유가 아닌가싶습니다.

 

 

2부 예술가로 살아라

 

  서재는 오래된 목소리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영혼에 접속하는 일상에서 쉽게 만나기 힘든 타자를 대면하는 공간입니다. 사실 우리가 낯선 것을 가장 안전하게 만나는 방법은 책을 읽는 것이에요.(80p)

  책을 읽는 분들이 가장 공감하는 내용이고, 책을 읽는 단순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시공간의 제약 없이 과거 몇 개월에서 멀게는 수천 년을 거슬러 위대한 글을 쓴 작가의 생각과 철학을 같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책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는 세상에 살아가더라도 책이 주는 유일한 자기 객관화의 도구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입니다.

 

  그럼으로 서재는 자아가 확장해가는 공간인데, 자기와는 생각이 다른, 자기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또는 자기는 한번도 꿈꾸지 않았던 욕망들을 실현하는 그런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책 속의 여러 가지 생각들을 통해서 자아가 확장되는 거죠. 작은공간이지만 실제로는 가장 거대해질 수 있는 확장성이 있습니다.(80p)

  살다보면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기도 하고, 요즘같이 기술이 발전한 세상에서는 여러 가지 의견을 기사나 영상을 통해 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자가 가진 생각이 획일화 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고는 하는데요. 그러면서 내 자신도 나를 뒤돌아보고는 합니다. 그래서 한 가지 생각으로 굳어져 나이를 먹어가면서 가치관이 형성되어 가는 분들을 외골수꼰대같은 부정적인 언어가 탄생하기도 합니다. 물론 절대 좋은 말은 아니지만 세대간의 생각의 차이와 가치관을 공유할 수 없다면 이런 말들도 쉽게 사라지지 않겠지요.

  중요한 것은 이 사회 속에서 내가 나를 더 객관적으로 파악할 줄 아는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작가님은 이전 산문 시리즈에서도 말했지만, 책을 읽는다는 것은 기존의 나의 자아를 파괴하고 새로운 나의 자아를 세울 수 있는 매개체라고 말합니다. 육체적 능력의 한계는 있지만, 책을 읽고 나의 생각을 확장하는 것은 정신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눈을 뜰 수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지요.

 

 

3부 엉뚱한 곳에 도착하라

 

  독서는 다른 사람과 뭔가를 공유기 위한 게 아니라 오히려 다른 사람들과 결코 공유할 수 없는 자기만의 세계, 내면을 구축하기 위한 것입니다.(180p)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독서의 깊이를 넘어서 또 다른 영역의 깊이의 독서를 알게 해주는 글이 아닌가 싶습니다. 잘 사는 것에 대한 정의가 철학이라면, 문학은 어쩌면 읽는 사람의 생각에 따라서 다중적인 학문이 아닌가도 싶습니다. 그러나 누가 가르쳐 줄 수도 없고 내가 원하고자 해서 얻을 수 없는 것, 그래서 문학을 통한 이해를 기반으로 나의 자아를 발전시키고 실제의 사람들과 대면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 고유한 나, 누구에게도 털리지 않는 내면을 가진 나를 만들고 지키는 것으로서의 독서, 그렇게 단단하고 고유한 내면을 가진 존재들, 자기 세계를 가진 이들이 타인을 존중하면서 살아가는 세계가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세계의 모습입니다.(181p)

  다독을 하거나 많은 생각을 하지 않으면 가질 수 없는 작가님만의 독특한 생각이라고 생각됩니다. 어쩌면 이렇게 글을 쓰면 작가님은 겸손하게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고, 누구나 갖출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독서를 많이 하지 않는 필자도 책을 몇 해 읽으면서 생각되는 게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같은 세상을 같이 살아가고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자기우물에 갇혀 다른 사람의 우물을 보지 못합니다. 또한 더 큰 강물이나 바다로 나가려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나가려하지도 않는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작가님이 말하는 나의 자아를 파괴하고 새로운 자아를 세운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사는 세상은 자본가, 정치가와 전문직과 평범한 직장인들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자 영역에서 자기주장만 하고, 서로에게 보이지 않는 피해를 주고 있는지는 넓게 생각하지 않아 보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사회적 윤리, 공익, 국민 같은 좋은 말로 포장하고 있지만 결국에 근본에는 자기이해관계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보입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유토피아는 쉽지 않을지라도 작가님과 같은 책을 읽고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짐으로써 그래도 사회는 밝은 곳을 향해 나아지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기술기업의 콘텐츠소비보다는 다소 아날로그적인 책을 통해 자아를 발전시켜 가기를 희망해 봅니다.

 

 

 

4부 기억 없이 기억하라

 

 

  4부에서는 작가님이 작가가 된 동기와 지금까지 써 온 소설에 대한 생각을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80년대와 90년대를 살면서 쓴 <비상구>에 대한 인터뷰입니다.

  당시 작가님은 군대생활을 수원에서 하고 있었는데, 당시에는 방위병들이 후방에서 18개월의 군생활을 하던 시기였습니다. 대부분 생계 때문에 방위병 복무를 하면서도 밤에는 조폭, 나이트클럽 웨이터 등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보니 쉽게 범죄나 사고에 연루되기 쉬웠고 작가님이 근무하는 헌병대로 오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작가님이 놀란 것은 이들 중 대부분이 삶을 있는 그대로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10대 후반이면 동거를 시작하고, 결혼도 하지 않으며, 양가 부모는 자연스럽게 동거를 받아들이고 간단한 가재도구를 마련해 독립을 시킵니다.

  그 시대 이들 가정은 일반적으로 열일곱 살이 넘어서도 집에 붙어 있으면 심각한 압력에 시달리게 됩니다. 경제적인 능력이 되지 않는 부모들은 일찍 집밖으로 내보내어 경제적인 독립을 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작가님의 표현으로는 내보내는 게 아니라 방출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작가님이 본 이런 삶들은 수도권 위성도시들과 서울의 일부 지역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경험한 대다수 지방이나 시골 출신의 사람들도 이렇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작가님은 이러한 중산층의 모델은 완벽하게 붕괴되어가고 가족이 해체되는 모습을 비켜보면서 소설 <비상구>를 쓰게 된 계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소설에서 90년대 이러한 사람을 산 사람들을 보이지 않는 인간이라고 썼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나 이러한 가정형태의 가족해체는 사라져 갔지만, 작가님은 다시 시간이 흐른 뒤 현재에 나타는 또 다른 형태의 보이지 않는 인간을 다시 보게 되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현재에 일어나고 있는 1인 가구의 급증, 희망 없는 미래, 자살률의 폭증, 관계의 단기화, 폭력의 일상화 같은 것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문제는 어느 단기간에 나타나게 된 게 아니라 아주 오래전부터 밑바닥부터 천천히 전해져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작가님은 자신의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들이 어쩌면 우리가 마주하게 될 미래 도시의 모습이라고 예언하고 있습니다. 중산층의 눈을 가려운 가짜 희망이 사라지는 순간, 도시는 순식간에 정글로 변해버린다는 2011년 영국 폭동이 잘 보여 줍니다.

 

  작가님은 자신의 소설을 통해 간접적이지만 날카롭게 우리 사회를 고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독자들이 느끼는 현실적 감정은 더 직접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실제로 같은 직장에 다니는 동료들을 보면 연애에 대한 희망, 결혼에 대한 희망, 노후를 잘 보내겠다는 희망 등은 사치로 보입니다. 이러한 과정이 오기까지 분명히 누군가는 이익을 보기도하고 내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 탐욕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는 김영하 작가님이 소설로 말하는 우리사회의 어두운 면을 함께 해결하고 극복해 나가는 것에 대해 다양한 계층에서 심사숙고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