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팅 글이 길지만 책 전체 내용을 최대한 요약했으니, 이 포스팅으로 간단히 책 한 권을 읽는다 생각하시고 읽어주세요.
이 책은 고전문학으로 분류되며 독서를 하거나 글을 오래 하신분들한테는 기본 문학서라고 합니다. 독서를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필자로서는 생소하기만한 이 책의 제목이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얼마 전 읽은 김영하 작가님의 산문집에 자주 등장해서 궁금해지기도 해서 도서관에서 찾아 읽게 되었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느 국가나 신화가 존재하는데요. 이 책은 서양의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입니다. 필자가 흥미롭게 읽으면서 생각이 된 것은 마치 동양의 삼국지나 초한지를 읽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인간과 신들이 벌이는 전쟁이 주된 내용이라서 다소 과장 되어 있지만 읽는 독자에게는 지루할 틈이 없이 박진감 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원작자 소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쓴 호메로스에 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고 합니다. 소아시아의 이오니아 지방 출신으로 기원전 8세기 무렵 활동한 시인으로 추정할 뿐입니다. 그가 실재한 인물인지, 서사시인 전체를 가리키는 총칭인지, 실재한 인물이라면 두 서사시는 동일한 작가의 작품인지 등 호메로스를 둘러싼 질문들은 아직 정확한 답을 찾지 못하고 끝없는 논쟁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유가 어떠하든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현존하는 인류 최고 최대의 서사시로 평가받고 있으며, 인간의 위엄과 정서를 그려내며 서구 문학사 전반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는 점 입니다.
일리아스에 관한 간단한 소개
책 말미에 <일리아스>에 관한 간단한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총 15,693행 24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권 제목의 첫 글자가 그리스 알파벳 순서대로 짜여져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이 작품은 고대 트로이 전쟁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스 연합군 아카이아가 트로이를 침공한 전쟁으로 10년간의 전쟁 중 마지막 50일 간의 전투를 오스트리아의 작가 아우구스테 레히너가 독일어로 읽기 쉽게 평역하여 펴낸 작품입니다.
또한 수많은 작품과 영화 등에 인용되고 재가공되어 2차 창작물로도 셀 수 없이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2004년 브래트 피트가 이 책의 주인공 아킬레우스를 연기했던 명작 영화 <트로이>도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등장인물
이 작품에서는 전쟁을 벌이는 두 진영이 나옵니다. 그리스를 대표하는 아카이아와 트로이의 영웅들, 그리고 이 전쟁에 개입하는 그리스의 신들이 등장합니다.
-아카이아의 장수들
아킬레우스: 바다의 요정 테티스와 펠레우스의 아들. 트로이 전쟁에서 가장 용맹을 떨친 아카이아 최고의 장수. 아가멤논과 불화로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으나 친구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으로 참전하게 됨.
아가멤논: 미케네의 왕. 메넬라오스의 형이자 아카이아의 트로이 원정대 총사령관. 오만함으로 아폴론 신의 분노를 사 아카이아군을 위험에 빠뜨리기도 하며, 후에 브리세이스를 놓고 아키레우스와 불화를 일으킴.
메넬라오스: 라케다이몬의 왕이자 헬레네의 남편. 트로이의 파리스에게 아내 헬레네를 빼앗긴 후 연합군을 결성해 트로이를 공격 함.
오디세우스: 이타게의 왕. 뛰어난 지략으로 트로이 성을 함락시키고 아카이아 군을 승리로 이끔.
파트로클로스: 아킬레우스의 절친한 친구. 분노한 아킬레우스를 대신해 그의 장비와 전차를 빌려 출전하지만 헥토르에게 죽음을 맞이 함.
그 외 네스토르, 디오메데스, 아이아스 등이 나옴.
-트로이의 장수들
프리아모스: 트로이의 마지막 왕. 부인 헤카베와의 슬하에 많은 아들딸을 두고 부귀영화를 누리지만, 아들 파리스로 인해 전쟁이 일어나면서 아들들과 수많은 백성들이 죽는 고통을 겪음.
헥토르: 프리아모스 왕의 맏아들이자 파리스의 형. 트로이 최고의 장수로 아킬레우스와 목숨을 건 결투를 벌임.
파리스: 프리아모스 왕의 둘째 아들. 아카이아 군의 메넬라오스의 부인 헬레네를 빼앗아가 아카이아와 전쟁을 일으키고 트로이를 파멸로 이끈 장본인.
-비련의 여인들
헤카베: 프리아모스의 아내. 많은 자식을 두었으나 트로이 전쟁으로 다수의 아들을 잃는 아품을 겪음.
헬레네: 메넬라오스의 아내.아름다운 미모로 수많은 아카이아 장수들의 구애를 받음. 아카이아의 메넬라오스의 아내가 되었다가 파리스에게 납치당해 전쟁의 원인인이 된 여인.
브리세이스: 아킬레우스의 총애를 받는 여인이지만 그녀로 인해 아가멤논과 아킬레우스 사이에 불화가 생김.
안드로마케: 헥토르의 아내. 헥토르와의 사이에 아들 아스티아낙스를 둠. 전쟁 막판 아킬레우스에게 헥토르가 죽임을 당하자 헥토르와 자신을 한탄함.
작품 속 신들: 제우스, 헤라, 아폴론, 아프로디테, 아테나, 포세이돈, 헤파이토스, 아레스, 아르테미스등의 여러 신들이 등장해서 아카이아군과 트로이 군을 지원하게 됨.
아카이아와 트로이 전쟁의 배경
이 책에서는 10년의 전쟁의 막바지 50여일 간의 전쟁을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이 전쟁이 시작된 10년 전의 배경은 책 마지막에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올림푸스의 여신들인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는 서로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누가 가장 아름다운지를 지상의 가장 잘생긴 남자 트로이의 파리스에게 묻기로 합니다. 파리스는 아프로디테를 지목하고, 아프로디테는 자신을 지목한 보상으로 인간의 여자 중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선물하기로 합니다. 그래서 파리스는 이미 아카이아의 메넬라오스와 결혼을 한 헬레네를 데려오게 됩니다.
이에 격분한 메넬라오스는 아카이아의 대군을 이끌고 트로이 원정에 나섭니다. 이 전쟁에는 아카이아 군의 수많은 영웅들이 참전을 하게 됩니다. 메넬라오스의 형 아가멤논, 최고의 용맹을 자랑하는 아킬레우스, 지혜가 탁월한 오디세우스, 또다른 최고의 장수 아이아스와 디오메데스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트로이 진영에는 헥토르, 아이네이아스등 젊은 영웅들이 포진해 아카이아 군과 맞서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그리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전쟁 중 하나인 트로이 전쟁이 시작되게 됩니다.
줄거리
본격적인 이야기는 전쟁이 시작되고 지지부진하게 10여년을 보내고 난 다음, 막바지 상황이 전개됩니다. 이 글에서는 그리스 군을 아카이아 군으로 표기합니다.
어느날 아폴론 신이 그리스 군(아카이아 군)에 분노하여 역병을 보내는데, 그 이유는 아가멤논이 전쟁 중에 자기의 여사제를 납치해 갔기 때문이었습니다. 예언자는 그 여사제를 돌려줘야 한다고 하고, 심술이 난 아가멤논은 아킬레우스가 전시에 탈취한 여자이고 자신이 총애하는 아름다운 여인 브리세이스를 내놓으라고 합니다. 이 일로 아킬레우스와 아가멤논의 사이가 틀어지고 아킬레우스는 어떠한 전쟁에도 참전하지 않기로 결심하게 합니다.
아킬레우스는 자신의 어머니인 바다의 요정 테티스를 찾아갑니다. 아킬레우스는 테티스에게 제우스 신에게 탄원하여 트로이 군을 도와 그리스 군을 짓밟게 해달라고 하고, 테티스는 그대로 행동으로 옮깁니다. 제우스는 테티스의 탄원을 받아들여 그 때를 기점으로 트로이 군을 돕기로 하고 아가멤논이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가짜 꿈을 꾸게 합니다. 아가멤논은 그 꿈을 굳게 믿고 아카이아 군과 영웅들이 출동해 트로이 성으로 진군합니다.
이 소식을 들은 트로이 군도 헥토르를 중심으로 대응에 나서고, 양 쪽 군이 맞붙으려는 찰나에 파리스와 메넬라오스가 마주치게 됩니다. 두 사람은 전군이 맞붙어 희생을 치로기보다는 헬레네를 두고 둘이서 목숨을 건 결투를 하기로 하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게 됩니다. 멜넬라오스가 시간이 갈수록 싸움의 우위를 점하는 가운데 파리스는 목숨이 위태로워집니다. 그 순간 그를 아끼는 아프로디테 신이 개입해 파리스를 전장에서 트로이 성으로 옮겨버립니다.
올리포스 산에서 아카이아와 트로이의 전쟁을 유심히 지켜보던 신들은 회의를 하는데, 제우스는 트로이 편을, 헤라는 아카이아 편을 들며 언쟁을 벌입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신들의 최고인 제우스를 이길 수는 없었고, 제우스는 아테나를 시켜 전쟁에 개입해 트로이 군을 돕게 합니다.
치열한 전투의 속에서 메넬라오스는 부상을 당하지만 형인 아가멤논을 돕고, 아가멤논은 아카이아의 영웅들을 참전시켜 전투에 나서게 합니다. 전투가 격렬해지는 와중에 아카이아 군의 영웅 중 하나인 디오메데스가 맹활약을 하고, 트로이의 아이네이아스에게 부상을 입힙니다. 그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더욱 맹렬하게 트로이 군을 몰아부치는데 아폴론 신이 트로이를 돕는 한편, 헥토르가 나타나 아카이아 군을 막습니다. 전쟁은 혼전이 계속되고 각기 신들 또한 자신들이 원하는 편에 서서 전쟁에 개입합니다. 하지만 제우스의 중재로 신들은 전장을 떠나게 되고 인간들만의 전쟁으로 전개가 됩니다.
이 후 전투는 혼전을 계속하며 아카이아 군의 디오메데스와 아이아스가 맹활약을 하는 가운데, 헥토르는 트로이 성으로 들어가 승리를 비는 제사를 올려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헥토르는 전장을 이탈한 파리스를 찾아 함께 전장으로 향합니다. 다시 신들 중 아폴론 신과 아테나 신이 각각 트로이와 아카이아 군을 돕기 위해 나서게 되며 전황은 더욱 혼전을 계속하게 됩니다.
아폴론과 아테나는 트로이의 헥토르와 아카이아의 한 영웅이 결투를 벌여 승패를 정하기로 합의하고 헥토르를 끌어들여 결투를 신청하게 합니다. 아카이아 측에서는 아이아스가 나서게 되고, 헥토르와 아이아스는 치열한 결투를 벌이지만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그날 전투는 종료됩니다. 그날 밤 아카이아 군은 트로이 군이 쳐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함선들이 정박해있는 앞쪽에 방벽을 쌓습니다.
다음날 날이 밝자 제우스가 다른 신들의 개입을 막고 트로이의 손을 들어주는 가운데 트로이 군이 아카이아 군에게 파상 공세를 펼칩니다. 아카이아 편인 헤라와 아테나가 제우스의 엄명에도 불구하고 전쟁에 개입해 아카이아 군을 도우며 막상막하의 공방이 계속되지만, 트로이 군이 전황을 우세하게 이끌고 갑니다. 아카이아 군이 세운 방벽까지 밀리면서 날이 저물고 헥토르는 다음 날 반드시 아카이아 군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겠다고 다짐합니다.
한편 전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아카이아 군에서는 아킬레우스를 참전시키기 위해 오디세우스를 보내 참전해 달라고 간청하지만, 아킬레우스는 아가멤논과의 불화를 잊지 못하고 끝내 거절합니다.
아카멤논과 메넬라우스는 트로이 군을 염탐하기 위해 오디세우스와 디오메데스를 몰래 보냅니다. 그들은 트로이 군을 향하는 길에 헥토르가 파견한 첩자를 만나 그를 살해하고 트로이 진영에 몰래 잠입해 많은 적들을 살해하고 귀환합니다.
다음날 전투가 재개되고, 아가멤논이 직접 나서서 맹렬하게 싸우지만 끝내 부상을 당합니다. 아카이아 군은 사기충천한 트로이 군 앞에 속절없이 밀리고, 오디세우스와 디오메데스 등이 분전하지만 부상을 당하고 밀려납니다.
제우스가 결정적인 순간마다 트로이 편을 드는 바람에 헥토르는 엄청난 전공을 세우며 아카이아 군이 세워 둔 방벽을 돌파하는데 성공합니다. 트로이 군이 바닷가의 아카이아 군의 함선들까지 전진해 들어옵니다. 이를 본 헤라는 남편인 제우스를 유혹해 잠에 들게 하고,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부탁해 아카이아 군을 돕게 합니다. 포세이돈은 불같이 화를 내며 제우스가 마음 놓고 한눈을 파는 사이 전쟁에 개입하게 됩니다. 포세이돈은 아이아스 등에게 힘을 실어주며 그리스 군을 돕고, 그 때문에 전세는 역전이 되고 트로이 군은 아카이아 군에게 밀려나기 시작합니다.
그 때 정신을 차린 제우스는 전황을 보고는 화를 내지만 헤라와 상의하여, 헥토르가 아킬레우스의 절친인 파트로클로스를 죽게 만들어 아킬레우스가 참전하도록 해 그리스가 이기는 계획을 짭니다.
제우스의 엄명으로 포세이돈이 다시 전쟁에서 손을 떼게 되고, 다시 트로이 군이 아카이아 군을 몰아붙입니다. 헥토르는 더욱 강하게 아카이아 군을 몰아쳐 아카이아 군의 함선에 불을 붙이려 하지만, 아이아스의 활약으로 성공하지는 못합니다.
전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아킬레우스의 절친인 파트로클로스는 아킬레우스의 무기를 내어주게 하여 아킬레우스 대신 전투에 참전하게 됩니다. 아킬레우스와 외모가 비슷한 파트로클로스는 트로이군에게 공포심을 안겨주기에 충분했고, 그 활약 덕분에 아카이아 군은 트로이 군을 함선에서 몰아내는 데에 성공합니다. 파트로클로스는 트로이의 영웅 중의 하나인 사르페돈을 죽이는 등 눈부신 활약을 하지만, 너무 깊숙히 적진에 들어가는 바람에 제우스의 도움을 받은 헥토르에게 죽음을 당하고 맙니다. 이를 본 메넬라오스와 아이아스는 파트로클로스의 시신을 가져가기 위해 분투하고, 헥토르와 아이네이아스가 이를 막아보려고 하지만 결국 빼앗깁니다. 하지만 전황은 트로이 군에 유리했고, 아카이아 군은 후퇴하며 더욱 수세에 몰리기 시작합니다.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을 보고 받은 아킬레우스는 울분을 참지 못하고 참전을 결심하고, 바다의 요정인 어머니 테니스를 통해 새로운 무기를 얻습니다. 다음날, 아킬레우스가 전쟁에 나서게 되고 제우스도 신들에게 각각 원하는대로 전쟁에 개입해도 좋다는 허락을 합니다. 하지만 신들은 더 이상 인간들의 전쟁에 개입하려 하지 않기로 하고 관전만 합니다.
아킬레우스는 아이네이아스와 마주쳐 한바탕 싸움을 벌이고, 아이네이아스의 목숨이 위태로운 가운데 포세이돈이 그를 구해줍니다. 최고의 전투력을 가진 아킬레우스를 막을 수 있는 트로이 군은 없었고, 아킬레우스는 수많은 트로이의 장수들을 죽이며 트로이 성까지 육박해 들어갑니다. 아폴론은 그를 막아보기 위해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해 아킬레우스를 유인하지만, 아킬레우스는 더욱 맹렬하게 트로이 성으로 돌격합니다.
마침내 헥토르와 아킬레우스가 맞서게되고, 헥토르는 결국 아킬레우스의 손에 비참한 최후를 맞고 맙니다. 아들 헥토르가 죽는 광경을 트로이 성에서 보고 있던 프리아모스 왕과 왕비는 크게 절망합니다. 파트로클로스에 대한 엄청난 복수심에 불탄 아킬레우스는 헥토르의 시신을 전차에 묶어 끌고다니며 불결하게 군막 근처에 놓여지지만, 아프로디테에 의해 시신이 훼손되지 않도록 막습니다.
헥토르의 죽음으로 트로이 군은 공황 상태에 빠지고, 그 사이 아킬레우스는 파트로클로스의 장례를 장대하게 치릅니다. 또한 아킬레우스는 여러 가지 상을 걸고 아카이아 군의 영웅들에게 다양한 경기를 하도록 하면서 파트로클로스의 영혼을 위로합니다.
한편,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는 아들 헥토르의 시신을 되찾고자 신들의 도움을 받아 혼자서 아킬레우스를 찾아갑니다. 아킬레우스도 아버지의 자식에 대한 사랑에 감동해서 고집을 부리지 않고 헥토르의 시신을 내줍니다. 프리아모스는 헥토르의 시신을 찾아와 트로이에서 장례를 치릅니다.
마지막으로 아킬레우스도 최후를 맞습니다. 트로이 성을 전차를 타고 돌아보는 중 성 망루 위에 서 있던 파리스의 화살을 아킬레우스를 향해 쏩니다. 이를 본 아폴론 신은 아킬레우스의 발뒤꿈치를 향하도록 화살의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아킬레우스의 발뒤꿈치는 기이한 신의 섭리로 말미암아 그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는 부위였습니다. 아킬레우스의 최후를 끝으로 이야기는 마무리 됩니다.
감상평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 생각한 게 있습니다. 가장 쉽게 생각된 것은 동양의 삼국지나 초한지 같은 작품이 서양에서는 <일리아스>와 같은 작품이 비견될 만큼 엄청난 전쟁 서사시라는 점입니다. 삼국지를 꼭 읽지 않은 사람이라도 그 속에 나오는 영웅호걸들과 그 속의 관계는 많은 정치인들이 참고할 만한 모델이 되었고, 수천년이 지난 지금도 회자되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일리아스>를 보자면 시간과 공간의 차이와 등장인물들이 인간들 뿐 아니라 신들까지도 등장해서 이야기 자체가 조금 더 거대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삼국지는 주요 등장인물들이 남성위주의 대서사시라고 한다면, <일리아스>같은 경우 이야기의 시작이 아름다운 여신과 여자들이 발단이 되어 그 속에서 펼쳐지는 영웅들의 관계, 분노, 질투, 결투, 인간적인 감동까지 전해주는 작품으로 생각됩니다.
<일리아스>가 서양고전문학의 신화적 존재나 문학적 가치와 같은 전문가적 해석을 차지하고, 필자가 읽으면서 느낀 세 가지의 인간적인 느낌을 말해보고자 합니다.
1. 여자의 질투, 남자의 질투
<일리아스>에서 전재의 발단이 된 것은 세 여신 헤라, 아프로디테, 아테나의 아름다움에 대한 파리스의 평가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수천년 전에도 신이 아닌 여자들의 질투는 계속되어 왔고 지금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없을 수 없는 여자들의 감정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전쟁까지 일으킨 ‘질투’라는 감정이 꼭 ‘여자들만의 시기심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표현만 다를 뿐 소설 속에서 아가멤논과 아킬레우스의 불화의 원이 되었던 것은 아가멤논이 아킬레우스의 총애하는 시녀 브리세이스를 빼앗아가자 아킬레우스가 분노하며 더 이상 트로이 전쟁에 참전하지 않은 계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질투는 용어만 다를 뿐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도 있습니다. ‘사돈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라는 말과 같이 인간의 질투는 남녀를 불문하고 마음속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감정도 인간이라면 동물적 감정에 따르기보다는 이성적 판단이 우선되는 게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인간만의 도리라고 생각됩니다.
2. 아버지의 부정(프리아모스의 품위)
트로이의 왕인 프리아모스는 트로이 전쟁에서 많은 자식들을 잃고 그의 맏아들인 헥토르마저 아킬레우스에게 전사를 당합니다. 또한 아킬레우스는 헥토르의 시신을 전차에 매달고 트로이 성을 돌며 처참하게 수모를 당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아버지인 프리아모스는 위험을 무릎쓰고 신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아들의 시신을 되돌려 받기 위해 아카이아 군의 숙소를 홀로 들어가 아킬레우스에게 간청을 합니다.
“아킬레우스여! 나를 보시오!” 프리아모스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한 마디 한 마디 내뱉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아마 이 세상 인간들 중 그 누구도 자기 아들을 죽인 자 앞에서 무릎을 꿇은 사람은 없었을 것이오! 그러니 내가 여기 이렇게 당신 발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을 제발 가벼이 여기지 말아주시오! 나만큼 나이가 많이 드셨을 당신의 아버님을 생각해서라도 말이오! 나는 아들이 많았소. 그러나 거의 모두 이번 전쟁에서 목숨을 잃었소! 그중에서도 헥토르는 제일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아들이었는데 바로 당신이 내게서 아들을 빼앗아갔소. 당신에게 간청하건대, 내 아들을 다시 내게 돌려주고 그 대가로 저 바깥의 수레에 실려 있는 선물을 받아주시오! 혹여 선물이 모자라서 마음에 차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더 요구하시오. 원하는 만큼 드리리다!”
상대에게 죽은 자식에 대한 부정은 절친을 잃고 전장에서 광기어린 전투를 벌였던 아킬레우스마저 감동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아킬레우스 또한 아버지 펠레우스의 외아들로서 다시는 보지 못할 운명으로, 프리아모스에게 강한 부정을 느끼며 음식을 베풀고 다음날 새벽까지 잠을 잘 수 있도록 배려합니다.
비록 적으로서 그리고 전시 상황이지만 피를 나누지 않은 아버지와 아들로서 서로에게 부정과 아버지에 대한 강한 사랑을 느끼는 장면은 독자로 하여금 진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자간의 진한 감정은 인간이 가진 많은 감정들이 있지만, 현대에 있어 여러가지 이해관계로 멀어지는 가족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장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3. 전쟁에서의 승리자와 인생에서의 승리자
일리아스를 통해서 전쟁의 최종 승리자는 분명 아킬레우스입니다. 그러나 아킬레우스는 아버지와의 부정을 그리워하지만 전쟁의 끝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반대로 전쟁에서 패배자인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 역시도 전쟁 자체에서는 패전국이고 많은 아들을 전쟁에서 잃었지만, 전쟁 전까지만해도 다복하고 평안한 가정을 이룬 가장의 한 사람으로 생각한다면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간 사람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전쟁을 치르기 전까지는 인생에서의 성공을 이룬 사람이 아닐까도 생각이 됩니다.
결과적으로 아킬레우스는 전쟁영웅이고 많은 부하들의 존경을 받은 인생을 살았지만, 가족 안에서의 행복 즉, 자신의 개인적인 조그만 행복은 느끼지 못하고 젊은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합니다. 전쟁에서는 승리자이고 영웅이지만, 인생에서는 성공적인 삶을 살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는 비록 전쟁에서 패배하고 많은 아들들을 잃었지만 전쟁 전까지는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정적인 행복까지 누린 인생의 승리자가 아닐까요?
전쟁사에서 두 가지 승리자를 볼 수 있지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도 언제나 상대적인 비교가 될 수 있는 상황은 많아보입니다. 재정적으로 성공해서 부와 명예를 가졌지만, 내적으로 충만함을 가지 못해서 불행한 말로를 겪는 사람이 있습니다. 반면에 그런 부와 명예를 갖지는 못했지만 조그만 일상에서도 행복을 찾고, 가정을 이루어서 단란한 삶을 영위하고 노년의 행복까지 이어진다면 그것만큼 성공한 인생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오래전에 읽었던 소설 신달자님의 <물위를 걷는 여자>에서도 상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두 주인공이 나옵니다. 한 명은 사회적, 사업적으로 성공을 해서 부와 명예를 가졌지만 행복한 가정은 갖지 못하고 노처녀로 삶을 살아갑니다. 반면 친구인 또 다른 주인공은 부와 명예를 갖지는 못했지만 다정한 남편과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살아갑니다. 두 주인공은 서로의 사업적 성공과 가정의 성공, 행복을 부러워하며 자신이 가질 수 없는 성공을 두고 서로를 부러워합니다.
모든 것을 쟁취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면 좋겠지만, 인생사 모든 게 내마음대로 되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내가 두 번 인생을 다시 살 수 없는 만큼 항상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자신을 성찰하고 객관화하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성공했다다고 자만하지 말고, 가지지 못했다고 좌절하거나 자책할 필요없고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더 나은 행복과 마음 충만한 삶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살아가는 마음자세가 중요한 것이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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