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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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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김정은. 유형선

 

  책의 장르를 정하고 책을 고를 때 가장 쉽게 들어오는 게 제목입니다. 장르만 정했지 미리 빌릴 책을 정하고서 도서관에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안 그래도 인문학이나 고전 같은 책을 일고 싶었는데, 첫눈에 이 책 제목이 들어와서 망설이지 않고 고를 수가 있었습니다. 내용이 책을 매개로 가정교육과 관련이 많았고, 책 내용 안에서도 관련된 책을 많이 소개해 주어서 앞으로 읽을 책 목록에 메모를 해 두었습니다.

  작가는 다름 아닌 초등학생 두 딸을 둔 엄마 아빠입니다. 아빠는 2008년 금융 위기로 인하여 파업에 참여하게 되고, 엄마는 바쁜 회사일 때문에 직업병에 걸려 어쩔 수 없이 퇴사를 하게 됩니다. 엄마나 아빠나 바쁜 회사 일로 아이들을 부득이 시가나 처가에 맡겨 질 때가 많았던 아이들은 가정에서 엄마나 아빠의 존재감을 잃어버린 상태였습니다. 그렇게 엄마 아빠의 고난이 시작되면서 이 책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책 전반적인 구성은 엄마 아빠가 글을 쓰고, 다시 아빠나 엄마가 아이들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쓰여 진 책입니다. 한 목차가 끝나면 어린이, 청소년, 성인들이 읽으면 좋은 인문학 서적도 같이 소개해 주어서 나중에 독자들에게 좋은 책을 선별해서 읽을 수 있는 참고가 될 수 있었습니다.

 

  엄마는 아파 누워서 아이들과 벌어져 버린 가족 간의 유대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고민을 하게 됩니다. 남편이 파업 중이고 자신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되어 벌이는 없고 아이들과의 유대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 선택했던 것이 책 읽기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엄마 아빠는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을 다니며 책을 고르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 서두에 엄마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림책을 읽고 아이들과 공감합니다. 엄마는 작가의 의도와 독자인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요점을 잡아서 설명해주고 책 내용에 대해서 아이들과 대화를 나눕니다.

  모든 가족들이 살다 보면 고난의 시기가 오기 마련입니다. 이 가족도 마찬가지이지만 내 생각에는 불안한 가정 환경에서도 엄마 아빠는 최고의 선택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만, 책이야말로 엄마 아빠와 아이들 간의 벌어진 유대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최고의 매개체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가족과 함께하는 독서의 효과라면 첫 번째가 유대 관계이고 두 번째가 학습 능률도 뒤따르기도 하고, 세 번째 간접적이나마 새로운 세계를 볼 수 있고, 마지막으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의 생각을 공유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책을 읽어보지 않고 그 효과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절대 알 수가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책 내용을 들여다보면 소명, 신화, 가족, 형제, 우정, 배움, 국가, , 시간, 이상에 대해서 목차를 구분하였습니다. 엄마가 책을 읽어주고 대화하며, 아빠가 편지로 답하는 방법으로 아이들과 많은 소통을 하는 것도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배움에 대한 아빠의 가치관도 아이들에게 잘 전달이 된 것 같습니다. 아빠는 철학을 전공한 사람답게 공자와 논어를 읽고 아이들에게 배움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줍니다. 아빠는 '배움은 곧 기쁨이다'이라는 공자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마흔의 위기를 극복해 훨씬 더 행복한 삶을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즐겁지 않은 배움은 기쁨이 될 수 없기에 즐거움을 잃은 배움을 진정한 배움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합니다. '학교식 공부''짜놓은 장막 너머 새로운 지도 그리기에 나선 부모라면, 부모가 먼저 배움에 대한 열망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기쁘고 즐거운 환경을 만들어 자녀들도 배우는 것이 좋은 일임을 체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것입니다.

  위 글은 '아빠가 공자의 생애'라는 책을 읽고 현재 학교 교육과 진정한 배움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가 명쾌한 답을 얻었다고 합니다. 나도 공자에 관한 책을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관련된 책을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위에서 말한 공자의 배움에 대한 가르침은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원래 배움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즐거워야 쉽게 익힐 수 있고 머릿속에 오래 남아 있는 것인데 말이지요.

  요즘 학부모님들을 보면 소위 있는 집 아이들은 주입식 선행 교육으로 학교 교육을 앞서 가고, 서민들의 가정에서도 뒤떨어질세라 자녀들한테 아낌없는 사교육을 하는 것을 많이 봅니다. 그렇지만 초등학교 선행 학습을 한 아이들이 초등학교나 중학교 초반까지는 월등한 학습 능력을 보이지만, 고학년이 될 수록 학업 성취도가 급격히 떨어진다는 교육 관계자의 말이 떠오릅니다. 진정한 배움이 퇴색해 쉴 틈 없이 공부하고, 경쟁하는 것이 요즘 학교 교육이 되어서 배움의 즐거움을 찾기란 그야말로 공자시대 때 이야기로만 들리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이듭니다.

 

  엄마는 책 '기억 전달자'를 통해서 국가에 대해서도 공감을 합니다. 우리가 겪었던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를 떠올리며 국가에 대한 정의를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기억전달자에서는 혼돈을 막기 위해 통제를 극대화한 결과가 얼마나 비인간적인 사회를 초래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행복은 힘들어도 '혼돈'속에서 찾아가야 한다는 말입니다.

  기억전달자의 핵심 내용을 살펴보면 사회적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장애인, 노인은 임무 해제 대상이 된다고 합니다. 임무 해제란 약물을 주입하여 강제로 생을 마감하게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모두의 행복을 위해 사회에서 열등한 모든 것은 제거의 대상이지요. 주인공인 조너스는 기억 보유자가 되어 여러 감정과 특히 사랑의 기억을 전달 받으며 갈등합니다. 장애를 가진 어린동생이 곧 임무 해제 대상이기 때문이지요. 그 동생을 안고 바로 탈출을 감행하게 됩니다. 기억 보유자로서 국가를 운영하는 원로들에게 자문하는 명예로운 역할을 버리고 곧 죽임을 당할 어린 동생을 안고 탈출하는 조너스의 모습에서 마치 ''를 희생하여 '우리'가 행복해질 수는 없어! 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국가를 만든 사람들은 '개인'없이 '국가'만 존재하는 사회가 정답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모든 혼란과 혼돈으로 일어난 피해를 사전에 막기 위해 개인이 '감정''자유'를 차단한 사회에선 모든 사회 구성원이 평화롭게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의 삶은 희로애락의 감정이 소거된 기계 같은 삶일 뿐이란 것입니다.

  어찌 보면 세월호나 메르스 사태를 겪은 우리는 책 '기억전달자'처럼 살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정권을 가진 몇몇의 기득권들의 권력자들에 의해 통제받고 억압을 받았고, 불의에 대해서도 대항하지 못하고 억눌려 살았다는 시절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국가 구성원 하나하나가 통제되고 필요 없으면 죽어나가도 누구 하나 죄의식이 없는 사회가 된다면, 영혼 없는 좀비와 같다는 생각이 들어 비참해 지기까지 합니다. 어두웠던 지난 시간을 다시금 되돌아보고 이러한 책을 통해 지식의 폭을 넓히는 것도 비도덕적인 정권이 통치할 수 없도록 판단을 할 수 있는 냉철한 개개인의 판단기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것이 인문학을 배우고 철학을 배우는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시간에 대해서도 가족과 여러 가지 대화를 합니다. '모모''나 하나로는 부족해'를 통해 역설적인 부분을 이야기 하며 시간과 일에 대한 답을 얻습니다. 모모에서는 시간을 아끼면 곱절의 시간을 벌 수 있다! 시간 절약, 나날이 윤택해지는 삶! 시간을 아끼면 미래가 보인다! 더욱 보람찬 인생을 사는 법, 시간을 아껴라! 책에서 나오는 회색신사들이 하는 이야기입니다.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 공연히 서글픈 날, 여태 제대로 산 것 같지 않아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날, 우리 마음속에 생겨나는 존재들입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저런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그렇지만 그렇게 시간을 아끼는 사이, 가족 구성원 간의 사랑이나 친구 간의 우정 같이 삶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를 잃어 갔습니다. 그리고 '모모'속 친구들의 삶은 점점 획일화되고 빈곤해지고 차가워졌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시간을 아끼는 것도 좋지만 ''를 중심으로 맺어진 인간관계에서는 진정한 인간미를 잃고 살게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 같습니다. 이 글을 보면서 생각하면 요즘 사람들은 참 바쁘게 살아갑니다. 하지만, 바쁜 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일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바쁜 일이라는 걸 살펴보면 게임, 영화, 인터넷 검색 등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유익하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은 대개 쓸데없는 것에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에 충고도 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변할 생각이 없는 사람들에게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나 하나로는 부족해'에서 핵심은 한꺼번에 전체를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바로 지금 딛게 될 걸음, 다음 순간에 쉬게 될 호흡, 다음 순간에 할 일만 생각해야 한답니다. 그렇게 계속해서 반시간씩만 이어서 바로 다음 일만 해보는 겁니다. 그러면 숨이 차지도 않고 지치지도 않을 겁니다. 일이 즐거워질 겁니다. 일이 즐거워지면 일을 잘해낼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 보면 어느 새 목표에 가까이 와 있다는 것을 깨닫지 않을까요.

  나의 외부로 보이는 성격은 차분하고 온순합니다. 하지만 어떤 일이 생기면 급해지고 위 말처럼 한꺼번에 전체를 생각해서 한 번에 끝내려고 합니다. 지나고 나면 급하게 하나 천천히 하나씩 처리해 나가나 시간적으로 큰 차이는 없습니다. 이런 내 성향을 파악한지도 얼마 되지 않아서 예전에는 왜 그렇게 급하게 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일을 빨리 처리하려다보니 실수도 하게 되고, 일이 틀어져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지요. 쉽게 되지는 않겠지만, 급하게 마음먹지 않고 차분히 가도록 해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님이 에필로그로 쓴 글이 인상 깊게 남습니다. “우리 가족이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흔들리지 않고 잘 버텨낼 수 있었던 것 특히 인문 고전의 힘이 컷다. 지금은 힘든 시기가 지나갔지만 힘든 시기는 언제든 또 찾아올 것이다. 그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가족은 인문 고전을 꾸준히 읽으려 한다. 인문 고전, 철학, 문학 분야의 책을 우리도 읽고 아이들도 읽는 삶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다. 책속에 길이 있다는 것을 여러분에게도 꼭 전하고 싶다.”

  책 서두에 동화나 그림책으로 시작해서 그냥 아이들의 학습 지침서나 가정 학습의 중요성을 쓴 책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책을 계속 읽어 가면서 어린이들만의 책이 아니라 성인들도 살면서 공감하고 배워야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람이 살면서도 알아야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굳이 예를 들자면 산에 산삼이 일반인들한테는 그냥 잡초일 뿐이지만, 약초꾼들한테는 보물과 다름없는 최고의 약초이지요. 책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책들이라 간과하고 별 볼일 없는 잡초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만, 책을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것, 간접적으로나마 현인들의 가치관을 배우는 것 등 많은 것들을 체험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가정에서 유아나 어린이시절에 아빠엄마가 책을 가까이 하고 같이 읽어주는 것은 아이들이 커서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그 효과가 체험하지 못한 부모님들은 상상도 못할 만큼 크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님도 책에서 말한 것처럼 학원을 보내지 않아도 스스로 자기주도 학습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고, 인생의 목표를 책에서 찾게 되어 스스로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즉 목표의식이 생겨서 자연스럽게 학업성취도가 높아지게 됩니다.

  처음 저자님이 아이들과 그림책으로 시작했지만, 300쪽 분량의 책을 읽고, 700쪽의 돈키호테를 초등학생이 읽는 것은 쉽지 않은데, 어렸을 때 책을 가까이 한 어린이들은 책 쪽수와 관계없이 두꺼운 책을 쉽게 읽는 것도 주위에서 많이 보았습니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도 저자님이 겪어 보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나는 책 중후반부터 상당히 어려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책을 읽고 엄마 아빠와 대화나 토론을 하는 것을 보고서, 초등학생이지만 사고 능력은 중고등학교 학생 이상이 되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그만큼 책속에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그 속에서 생각하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배워야 할 것들에 대해서도 많은 길을 체험 할 수 있겠지요.

  평범한 가정의 책과 관련된 이야기였지만, 많은 공감을 하고 앞으로 내가 읽어야 할 책을 많이 소개시켜준 책이기도 합니다. 좋은 책 남겨준 저자님과 아이들에게 감사하고, 고난 뒤에 낙이 온다는 말이 있듯이 가족 구성원 모두 앞으로도 활짝 펼쳐진 꽃길만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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