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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책 <상처받은 나를 위한 애도 수업>, 전체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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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현직 정신과전문의인 강은호님이 쓴 책입니다. 정신의학을 잘 몰랐던 필자는 사회생활에 있어서 심각한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만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독서를 시작하고 심리 관련한 책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정신의학에 관련한 책도 읽게 되었는데요.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영위하지 못한 정신질환자들은 극히 일부의 환자들이라고 생각했던 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면 우리의 많은 부분이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정신불안, 인간관계에 있어서 어려움과 가치관의 혼란, 때로는 가장 말하기 힘든 부분인 가족관계에 있어서 심한 우울증을 겪는 경우도 정신의학의 도움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정신과 관련 책을 읽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살면서 관계에 힘들어 하는 사람, 조금 더 정확한 정체성과 존재감을 확인하고 싶을 때, 과거의 힘든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현재에도 자신감이 없을 때 등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관계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은 장르가 정신분석과 심리학 분야가 아닌가싶습니다.
덧붙여서 그러한 심리적 고통, 정신적 고통을 겪는 분들이 일상에서 해결할 수 없고, 견디기 힘들다면 정신과전문의를 방문해서 도움을 받는 것을 추천합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정신적 고통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그 상처는 반감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책 내용 살펴보기


기본적으로 이 책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의 내용과 저자가 정신의학 전문으로서 환자들과 상담을 하면서 겪은 내용들을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책의 구성


서문 삶의 닻에 대하여
1장 아파하되 자책하지 말 것
2장 충분히 분노하고 온전히 슬퍼할 것
3장 오직 나를 위해 울 것
4장 비로소 자유로울 것

“일과 사랑은 인간됨의 핵심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본문을 시작하기 전에 일과 사랑에 관한 정의를 시작합니다. 이 세상에서 일과 사랑에 대한 정의는 다양할 수 있지만 이 책에서 일이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잘 할 수 있는 것, 충분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사회적인 활동을 모두 일컫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특히 중요해 보이는 것은 사랑입니다. 사랑도 해석하기에 따라 여러 가지로 해석이 되는데요. 이 책에서는 모든 사랑의 밑바탕에 자기 자신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랑의 밑바탕에는 자신에 대한 사랑이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속담처럼 자기 마음의 곳간이 충분히 채워진 사람만이 타인을 제대로 사랑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관계는 대개 사랑이라는 이름의 포장된 공격성이나 착취 또는 피착취로 점철된 도착일 뿐이다.(서문 7p)

사람이 살아가면서 많은 관계를 갖고 살아갑니다. 태어나자마자 가족관계를 맺고, 친구, 연인, 직장 동료, 사회생활을 하면서 갖는 많은 관계들이 있습니다. 태어나서 가장 첫 번째로 맞는 가족관계도 기본적으로는 관계 안에서 사랑이란 이름으로 서로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막상 그 관계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지 전에는 무한 사랑, 무한 애정으로 보이지만 정작 그 안에서도 위에 말한 착취와 피착취는 존재하게 됩니다. 다만 그 관계 속에 속한 사람들은 그게 무엇인지도 모르고,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무척 많습니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이 성장과정에서의 가족관계서 자기도 모르게 갖게 된 트라우마나 정신적 충격을 예로 하고 있습니다.

정신분석에 대해 내가 황홀하게 느끼는 것은, 내 안에 있는 그 바위 몇 개를 찾아내고 그것들을 해결할 수 있으면 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문제의 원인을 자신 탓으로 돌리는 것과는 분명히 구분해야 할 점이기도 하다. 내가 나 자신을 바꿀 수 있다는 것, 이것만큼 삶에서 매혹적이고 감동적인 것도 없다.(11p)

어떤 가정이든 가부장적인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은 부모에게서 어릴 때부터 무언가에 대한 책임이나 강요 속에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 책임을 미루는 부모도 받는 자식도 그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자식은 성장기를 마치고 세상에 나와 다시 가족의 울타리가 아닌 더 큰 세상에 비추어 자신을 재설정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억압된 환경 속에서 자라온 자신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왜 자신이 목소리를 내어야 할 상황인데도 자신 있게 나서지 못하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최초의 문제는 다시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발생합니다. 기존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부모세대, 세상에 나와 관계설정을 다시 한 자식은 그야말로 서로 다른 생각으로 멀어지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 그 문제의 바위들을 자신이 찾을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정신분석에 관한 네 가지 정의를 제시합니다. 이 모든 게 전문적인 영역에서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 모두의 일반적인 문제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첫 번째, 정신분석은 자신에 대한 호기심을 회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편 중 하나다.
두 번째, 정신분석은 관계의 문제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세 번째, 정신분석은 과거와 현재의 관계를 재설정하게 돕는다.
네 번째, 정신분석은 나의 삶을 이루는 연결들을 전체적으로 붙들 수 있게 해준다.


1장 아파하되 자책하지 말 것


누구나 살아가면서 상처를 받거나 트라우마를 겪습니다. 살아오면서 아픈데 아픈 줄도 모르거나 마음의 상처를 받았는데 치유를 받기는커녕 무시당하거나 아무일 없다는 듯 지나치거나 하면서 감정의 덩어리들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상처받지 못한 감정의 덩어리들이 쌓여 어느 순간에 폭발하기도 하고, 그러지 못하고 마음속에 담아 두면 우울증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더 크게는 다시 돌이키지 못하는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이 장에는 우리 마음속에 상처를 받게 하는 것과 그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익힙니다.

성인이든 아이든 감정의 덩어리가 잘 정리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한다. 감정이 엉켜 있다는 말은 그것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는 뜻이다. 또한 자신의 상태를 나타내는 감정에 대해 섬세한 마음으로 살피지 못한다는 것은 곧 자신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신을 잘 알지 못하면, 타인을 이해하기도 어렵다. 내가 어떤 상태인지 지금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 명확히 모른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들이 내 성격이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또한 타인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도 알지 못하게 된다.(28p)

사실 대부분이 이렇게 살아가지 않나 싶습니다. 때로는 가정환경에 길들여져 나 자신의 꿈이나 이상보다는 부모의 가치관과 환경에 따라 꿈도 길들여지고 진정한 나를 발견하거나 잃어버린 채 성장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 생각됩니다. 특히 가부장적이거나 폐쇄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란 사람들 또는 지금 환경 때문에 힘들어서 나를 돌아보거나 주위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까지 말입니다. 더하여 심리적 충격을 경험한 사람들 같은 경우 사고의 피해자들이 계속 과거를 곱씹으며 ‘그때 이랬어야 하는데’라며 자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울증 환자는 자신이 누구를 잃었는지 알고 있지만, 자기 안에서 무엇을 잃었는지 모르고 있다.”-프로이트(37p)

이 말을 가장 대표적으로 표현한 소설이 위대한 개츠비입니다. 소설 속 개츠비는 자신이 과거에 사랑했던 여인 데이지가 잘 보이는 곳에 지을 짓고 그녀가 아직도 자신을 사랑한다고 착각하고 살아가지만 정작 데이지는 부자를 좋아하고 현실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속물입니다. 이 글에서는 자아이상이라는 전문용어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프로이트의 자아이상이란 ‘내가 지향하는 모습’ 내지는 ‘내가 되고 싶은 존재‘를 일컫습니다. 그렇지만 자아이상과 현실이 일치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적당한 자아이상은 스스로를 다그치며 발전할 수 있게 돕는 원동력이 됩니다. 하지만 자아이상이 지나치게 높으면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허용할 수 없으며 말 그대로 자신에게 혹독한 ’채찍질‘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자아이상이 어떤 것이든 거기 집착하게 되면 점점 ‘현실의 나’와 멀어지게 된다. 개츠비의 자아이상은 데이지뿐만 아니라 개츠비 자신의 현실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한다. 모든 게 만족해야만 만족하는 자아이상은 우리 삶을 단단하게 만들지 못한다.(38p)

더하여 개츠비의 마음속에 비친 데이지는 개츠비 자신의 이상적인 자아를 투사한 대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하면 개츠비가 사랑하는 것은 실제의 데이지가 아니라 데이지라는 거울에 비친 개츠비 본인의 자아이상이었던 것입니다. 어느새 그는 한 여자가 아니라, 자신이 환상 그 자체를 사랑하게 됐을 것입니다.



내 마음을 적으로 돌리지 말기

자아이상이 가혹하게 작용해서 심하게 매질하는 경우를 우리는 우울증, 특히 만성 우울증이나 경계성 인격 장애 환자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39p)
상실을 받아들이고 잘 떠나보내기 위해 우리는 마음속에 있는 자아 이상과 현실의 내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45p)
소중한 ‘나’가 자아 이상에 압살당하지 않도록 우리는 자아 이상과 현실의 ‘나’ 사이의 간극을 냉철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47p)
그러나 현실에서는 자신의 자아 이상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개츠비도 자신이 그런 자아 이상에 빠졌다는 것을 알았으면 다른 사람과 결혼해서 살아가는 데이지를 찾지도 않았을 뿐더러 밀주를 판매해서 얻은 막대한 부를 사람들에게 과시를 하지 않았겠지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이 이를 인정하기를 싫어하고, 주변 사람들도 이러한 지식이 없다면 자신의 현실을 조언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병이 그렇듯 상황이 심각해진 뒤에야 해결책을 찾으려 하고 정신과의원을 찾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나’를 괴롭히는 ‘나’로부터 벗어날 용기

부모와 가해자들의 역할 외에도 자신의 내면에서 어떤 마음이 스스로를 계속 학대하는지에 대한 탐구가 충분히 진행되어야 자신에게 너그러워지고 자유로워질 수 있는 애도과정이 진행될 수 있다. 많은 경우 트라우마가 시작되는 원인과 별개로 치료와 애도 과정의 핵심열쇠는 자신 안에 있다.(58p)

결국에는 자신 안에 있는 공포심과 두려움을 이기는 게 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단은 가해자들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고, 그 다음에는 어떻게든 자신의 현실을 파악하고 벗어나려고 하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결국에 이 공포심과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가 없다면 다시 피해는 자신에게 오겠지요. 따라서 외부의 가해자나 내부의 나를 괴롭히는 나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나를 정확히 알아가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또한 용기도 필요하고요. 하지만 그 용기는 결국 나를 괴롭히는 여러 가지 굴레와 속박으로 벗어나는 자유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관계를 갖고 그 관계 속에서 수많은 감정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어떤 이유로 상처가 되고 트라우마가 되어 삶을 힘들게 합니다. 계속해서 어둠속의 터널을 지나고 더 큰 상처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이 살고 있는 환경에 대한 이해와 극복하려는 노력 그리고 상황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이 중요해 보입니다. 1장을 마무리 하면서 약간은 긴 저자 글을 인용합니다.

우리는 살면서 계속 상실을 겪는다. 우리는 그 상실에 대해 꾸준히 애도해야 한다. 평생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타인과의 연결감과 애착, 내 안의 두려움과 불안 등의 실체를 마주하고 해결해가면서 사는 이유를 하나씩 발견하는 것, 그래서 삶이 늘 아름답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죽고 싶은 이유보다 살 만한 느낌이 하나라도 더 드는 순간을 발견하는 것. 그 순간을 구원의 순간이라 부르지 않는다면 무어라 부를 것인가.
정신분석가 도널드 위니컷은 완벽한 부모나 완벽한 양육이 아닌 ‘이 정도면 족한, 또는 만족스러운 양육’을 이야기했다. 우리 삶도 그러할 것이다.(75p)



2장 충분히 분노하고 온전히 슬퍼할 것


살아가면서 생기는 분노는 다양하고 다르게 나타납니다. 하지만 이러한 분노를 풀지 못하고 마음속에 쌓여만 간다면 이 또한 심한 정신질환의 원인이 되겠지요. 어쩌면 우리는 대대로 내려오는 관습 또는 가정환경 때문에 자신의 의견이나 분노를 표출하지 못하고 살아왔던 환경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분노를 하고 감정의 충돌이 있다고 할 때, 화해를 했다고 그 분노가 온전히 사그라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감정의 충돌은 언제든지 충돌할 수 있겠지요. 대표적으로 프로이트의 무시간성을 예로 들고 있습니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로 무시간성을 들었다. 예를 들어 어떤 사건을 겪은 지 20년이 지나고 많은 것들이 기억에서 사라지더라도, 어떤 대상과 관련된 감정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94p)
이 책에서도 예를 들었지만, 유교적 관습이 많았던 80년대까지 어머니 세대에서 많이 나타났습니다. 수십 년간을 시집살이를 하며 억울했던 시간을 보냈던 분들이 더 이상 괴롭히는 식구들은 없어졌지만, 억울했던 그 때의 감정을 삭이지 못하며 살아가며 울분는 삭이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예가 아니더라도 직장의 상하관계, 가부장적 가족관계 등에서도 트라우마로 남아 평생을 치유 받지 못하며 살아가는데요.



참고 또 참기, 억압과 감정 고립

억압은 마음속의 불편한 생각, 느낌, 감정, 연상, 이미지, 기억 등을 눌러서 전혀 느끼지 못하거나, 기억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방어기제다. 이는 프로이트가 말한 대표적인 방어기제다. 억압이나 감정고립은 대상이 되는 감정이나 사건, 연상 같은 것들로부터 당사자가 받을 수 잇는 심리적 상처나 고통을 보호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다른 방어기제와 마찬가지로 이 방어기제도 당사자에게 ‘방어’라는 느낌이나 인식을 주지 않는다.(137p)

큰 문제는 모든 문제에 대해서 ‘내 잘못’이라는 자기에게로의 전환입니다. 분명 외부에 있어서 상대로 공격을 해야 되는데도 스스로에게 향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자신을 탓하거나, 자신에게 공격성을 향하도록 하는 것은 그 자체로 고통스럽습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이만큼 손쉽고 분명하고 확실한 것은 없습니다.




성숙한 방어기제, 승화

정신분석에서 공격적이거나 성적인 무의식적인 욕망을 사회 문화적으로 합당한 방식으로 추구하는 방어기제를 승화로 정의 한다.(143p)

예로 비행 청소년이었던 이가 어느 날 마음을 다잡고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상담을 전공해서 청소년들의 아픔을 돌보는 상담사가 되는 경우가 승화의 한 예에 해당합니다. 남 앞에 나서기를 끔찍이 싫어하던 이가 리더십 강사로 활발히 활동하는 경우도 승화의 한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내면을 성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마음속에서 어떤 종류의 방어기제가 많이 이용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애도 과정이 진행된다는 것은 내 삶이 바뀐다는 말이고, 이는 내 내면의 갈등을 처리하는 방어기제들의 양상이 바뀐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애도되지 않은 상상 속에서 멈춘 시간들

충분한 애도의 과정은 현재 속에 여전히 살아 있는 과거를 과거로 흘려보내고, 현전하는 부재의 대상을 부재로 떠나보내는 과정이다. 그리고 프로이트는 이를 통해 부재의 대상을 대상으로 기억하고 추모함과 동시에, 대상에 대한 사랑과 미움이라는 상반된 감정을 충분히 통합하여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애도의 과정이라 했다.(158p)

병환이나 사고로 가까운 형제자매를 잃었을 경우 이 세상 사람이 아닌데도, 가족들의 한 사람은 마치 떠난 사람이 살아있는 듯 잊지 못하고 살아있을 때와 똑같이 행동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대표적으로 형제자매가 현존하지 않음에도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경우가 충분한 애도의 과정을 하지 못한 경우입니다. 생로병사를 다 하고 생을 마감하는 경우는 모두가 인정하는 애도의 과정의 과정을 거치고 부재를 인정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남아있는 가족들조차 상실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경우 우울증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수많은 상실을 애도하고 트라우마로부터 우리 삶을 건져낼 수 있는 정신의학적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무의식에 귀를 기울여라

정신의학적인 측면에서는 무의식에 귀를 기울이라고 조언합니다. 다시 말해 의식이 깨어있는 상태에서는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당사자의 마음 깊이 자리하고 있는 아픔을 찾아내지 힘들다는 말입니다. 무의식, 즉 꿈에서 자기도 모르게 나타나는 본질적인 마음의 아픔을 정신의학자들이 중요한 단서이며 현대 정신분석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앞의 문장 ‘우울증 환자는 누구를 잃었는지 알고 있지만, 자신 안에서 무엇을 잃었는지는 모르고 있다.’를 상기하게 된다.~중략~ 애도되지 않은 상실이나 트라우마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대표적인 현상 중 하나는 ‘왜?’라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대답을 결코 얻기 어려워 보이는 질문들이 끊임없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애도 과정은 어디까지가 우리가 답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질문인지, 어디서부터가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한 질문인지를 구분하고 후자를 호기함과 동시에 인간의 한계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162p)

아무리 정신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도 쉽지는 않은 문제 같습니다. 사건이나 사고로 인한 충격과 트라우마는 그 강도와 깊이에 따라서 다를 수 있으니까요.


3장 오직 나를 위해 울 것


누구든 살아가면서 상실과 트라우마를 겪고 또 애도를 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우리가 갑작스런 사고를 경험한 것이 아니라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상실을 겪는 것일 수도 있고요. 그렇다면 우리는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어떤 존재이고 어떤 상태로 살아가는 것인지 냉정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대성당>의 주인공인 ‘나’는 우리와 비슷하기도 하다. 우리는 바쁜 삶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렸지만, 그 사실조차 모를 때가 많다. 그런 어려움들은 현실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사회적 기능이 잘 수행되면, 그 자체로 삶이 잘 흘러간다고 믿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가 느껴야 할 것들은 느끼지 못하거나 아예 감정을 무시한 채로 지낸다면, 우리의 무의식은 신호를 보낸다. 삶의 방향이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마음의 감정을 잃어버리지 말라고, 우리에게 ‘잠’이나 ‘꿈’으로 알려준다.(178p)

어떤 상황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일과 자신을 이 사회에 견주어 객관할 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바쁜 현대 사회에서 어느 조직에 속해 개인의 정체성보다는 단체의 조직력을 더 중요시 하는 문화가 우리에게 ‘나’를 읽어버리게 만드는 원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은 조직문화에 적응하고 열심히 살아간다고 하지만, 조직에서의 긴장감은 어느 때나 꿈 속 무의식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억눌린 감정에 길 내어주기

억압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어떤 생각을 억제하고 참는 것과는 다르다. 고립은 당사자가 무엇을 억제하는지 알지만, 억압은 무엇을 억압하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정신분석 상담을 하다보면 잊혀진 기억을 불현듯 떠올리는 경우를 보기도 한다. 오랫동안 기억했던 사건이지만, 그와 관련된 감정을 느끼지 못하다가 갑자기 감정을 분출시키는 경우도 있다.(186p)
슬픔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타인에게 공감할 줄도, 위로할 줄도 압니다. 누군가에게 위받은 슬픔은 인생의 실패나 상처를 털고 다시 일어설 원동력이 됩니다. 인간으로서 갖게 되는 기본적인 감정을 느끼지 못할 때, 우리의 내면은 공허해지고 삶은 방향을 상실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무의식은 계속해서 삶의 조종간을 잡으라고 잠과 꿈으로 알려줍니다. 만약 잠과 꿈으로 인해 문제를 겪고 있다면, 자신의 내면을 살펴야 하는 시간이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우리가 상실한 것들과 쉽게 헤어지지 못한다. 상실했다는 사실조차 받아들이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상실을 받아들이고, 흘려보낼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 상실한 것, 상실한 후에 남은 것들과 만나는 시간은 낭비가 아니다. 상실의 아픔을 되새길 때, 우리는 분명 더 크고 깊은 존재로 성장할 수 있다.(211p)
갑작스런 상실을 겪고 커다란 마음의 상처가 남았을 때, 그 슬픔을 감내하지 못하고 떠나보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슬프다고 참기만 하고 감정을 억누르는 것은 해결책이 되지 못합니다. 부재를 그대로 인정하고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갖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 되겠지요.


4장 비로소 자유로울 것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하여

어린시절부터 타인에 대한 과도한 배려가 몸에 밴 ‘애 어른’은 적절하게 자기를 주장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다. 너무 일찍 자신의 욕구를 억압하는 데 익숙해져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오래 방황하게 된다. 그렇게 속이 깊고 철이 든 것 같은 그들의 내면은 성장하지 못한 채 어린 아이로 남아 있게 된다. 마음속에 남은 어린 아이는 시간이 지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그 아이는 10년 20년 뒤에, 이제는 무자비한 채권자가 되어서 돌아온다. 게다가 이 채권자는 무엇을 내놓으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본인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는 그저 앞에 와서 우두커니 내놓으라는 말만을 반복하면서 서 있다.(246p)

이 채권자가 무엇을 저당잡고 있는지 모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어른스러운 가면을 쓰고 성장하는 동안 한 번도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생각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유는 자신의 내면 그대로, 경우에 따라서는 천진난만한 모습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못했던 상처로 인해 스스로 가면을 벗지 않으려 노력해왔기 때문입니다. 후자의 경우 불안이나 두려움과 관련된 경우가 많습니다. 마음에 있는 것들을 충분히 표현하면 타인에게 상처를 줄 것 같다는 불안이 흔한 예 중에 하나가 될 것입니다.

자기 자신이 되지 못하는 데는 숱한 이유가 있다. ~중략~ 인생의 큰 상처가 될 만한 사건을 겪는 과정에서 본인이나 부모의 의도와 상관없이 안타깝게도 정서적인 측면이 충분히 잘 돌봐지지 않는 경우다. 거리에 덧붙여 많은 엄친딸, 엄친 아들에게는 주위의 칭찬이 오히려 굴레로 작용한다. 부모나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느라 스스로 충분히 만족스럽고 충만한 삶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251p)

우리는 모두 부모의 희망과 좌절, 부모가 자신의 부모와의 사이에서 영향을 받은 것들을 모두 떠안고 삶을 시작합니다. 이러한 면에서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는 부모나 가계의 대리아인 셈입니다. 이를 뚫고 자신만의 고유한 정체성과 삶의 방식을 세워나가는 것은 그만큼 쉽지 않고 큰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즉 우리 모두에게 삶의 시작부터 ‘자기 자신’으로 살기 위해서 상당한 과제가 주어지는 셈입니다.

애도의 마지막 단계는 ‘수용’이다. 수용은 삶에서 상실을 자연스러우며,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262p)

다시 말하면 수용은 내가 통제 할 수 없는 것들에 집중하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불안을 줄이고, 현실을 살아갈 힘을 얻는 것입니다. 결코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원인에 공포를 느끼고, 그 결과에 대해 불안해하기 때문입니다. 상처받은 나 자신을 받아들이기 위해 우리는 불안과 공포라는 마주하기 싫은 감정들에 마주해야 합니다.




전체 감상평


정신의학이나 심리학에 관련된 책을 읽으면 항상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왠지 내가 살아온 과정과 같다는 것 또는 내 이야기 같다는 것입니다. 똑같은 경우는 아니지만 어쩌면 우리는 전 세대에 겪은 관계에서 오는 트라우마나 상처를 다시 반복하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또 하나는 많은 관계에 대한 어려움 또는 가족 같은 울타리 안에서의 불편한 감정이나 관계들을 외부로 알리고 싶지 않아 감추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편안한 공간이 되어야할 가족 안에서의 관계에서도 어떤 사람한테는 지배적인 권한을 갖고, 반대로 자식들은 부모의 정서적 안정보다는 자기도 모르게 부모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서 성장기를 끝낸 자녀세대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부모와 심각한 갈등을 겪기도 하고 내적 혼란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필자 같은 경우도 책의 내용과 같은 경험을 한 적도 있고, 경우는 다르지만 비슷한 가정적 환경에서 자라서 강한 트라우마를 겪고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가 회복하기 힘든 지경에 이른 경우도 있습니다.

모든 아이들에게 부모는 일종의 ‘스파링’ 상대다. 낯설고 거친 세상에 나가기 전에 충분한 지지와 적절한 좌절, 갈등과 타협, 협력과 경쟁 등 인간사에서 필요한 모든 측면들을 부모와의 관계에서 일정 정도 경험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부모나 가정은 일종의 이행 대상과 이행공간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여러 이유로 이러한 과정이 충분치 않거나 트라우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270p)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모자식간의 문제를 지적한 글입니다. 이 글대로만 되면 좋겠지만, 이런 내용을 인지하는 부모가 얼마나 될까요. 좋은 부모의 조건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어릴 적 자녀의 정체성의 표본이 되는 것도 부모입니다. 그런데 정작 부모들이 이런 정신적 소양을 가지지 못한 가정들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오직 부모가 옳고, 세상 최고의 거인이며 가치관 형성의 기준이 됩니다.
최소한 편협한 가치관과 정체성을 가진 자녀로 기르고 싶지 않다면 독서를 통한 간접경험이 어릴 때부터 중요해 보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희노애락의 감정이 공유가 되고 부모만의 가치관이 아닌 더 넓은 세계관을 가질 수 있는 아이로 키워야 할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가정환경이라도 한 가지 세상이나 생각을 갖게 된다, 개인이든 사회든 부정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성장과정에서 아이와의 의견 대립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책을 통한 관계와 감정 표현 등을 배운 아이는 부모가 느껴보지 못한 감정과 가치관을 가질 수 있다는 좋은 신호로 생각됩니다. 어른들이 세상을 먼저 살았다고 생각해서 올바른 또는 삐뚤어지지 않는 가치관을 가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이는 책 속에서 더 큰 세상을 보았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감정과 관계속에서의 정답이란 찾기 힘듭니다. 때로는 가고자 하는 방향과 다른 길로 갈 수도 있고, 원하지 않는 감정대립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방향이 틀렸다고 생각될 때 조금씩 방향전환을 하고 잘못된 점과 힘든 점은 고치고 극복하면서 더 성장할 수 있는 게 인생이 아니겠습니까.

마지막으로 저자가 전하는 메세지로 마무리 합니다.
리페어는 받아들이는 것이다. 물론 이는 현재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아니다. 변화가 불가능한 부분은 받아들이고, 변화가 가능한 부분은 조금씩 바꾸어 가는 것이다. 리페어를 통해 흉한 발자국이 찍힌 작은 연못이 앙증맞은 것으로 바뀔 수도 있다. 나 자신을 수용하면서 조금씩 우리 스스로를 옥죄고 있는 굴레로부터 서서히 벗어날 수 있다. 리셋 대신 리페어를 선택할 때, 우리 삶이 지금보다 더 아름다워질 여지는 충분히 존재한다.(302p)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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