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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주저리 주저리

엄마와 딸(커져가는 애증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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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말 집에 내려가서 전쟁을 치르고 왔습니다. 추석에 가족들이 모두 모일 수가 없었던 저희 가족들의 사정 때문에 큰 딸이 서울에서 내려와 군산에서 2일 동안 머물다 갔습니다. 저희 가족은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어김없이 저희 가족들도 피해가지 못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큰딸하고 엄마하고의 관계인데요.

세 모녀


잠시 저희 가족 두 딸을 얘기하자면
큰딸은 엄마 배 속에서부터 유별났습니다. 여왕님이 임신을 했는데, 배 속의 아기가 두 달 넘은 시점부터 놀기 시작했습니다. 그에 비해 작은 딸은 다섯 달이 넘은 때부터 움직임을 보인 것 같고요. 그렇게 엄마 배 속에서부터 유달랐던 큰딸은 갓 태어난 날 부터 한 성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신혼때 육아를 해본 경험이 없던 저희 부부는 갓난 아이들이 모두 그런 줄 알았습니다.
아이들은 말을 할 수 없을 때 울음으로 표현한다고 하지만, 큰딸은 그 정도가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잠을 쉽게 자지도 않고, 엄마 젓과 육아용 젓병을 귀신같이 알아내서 젓병을 물려고도 하지 않고, 손도 다른 아이들보다 잘 타서 엄마 아빠가 아닌 다른 분들이 예쁘다고 안을려고 하면 그것도 귀신같이 알아서 울음으로 표현하곤 했습니다.

큰딸의 울음으로 표현하는 정도가 어느 정도였나면
잠을 곤하게 자고 일어나서 배가 고프거나 기저귀를 갈아야 할 때, 뽀얗던 몸과 피부가 갑자기 부풀어 오르고 빨갛게 변하면서 혈압이 오르는 게 보일 정도였습니다. 마치 조그만 아이가 변신을 하는 것처럼요. 커져라 쎄져라 변신하라.....지금은 웃으면서 생각하지만, 정말 무슨 헐크나 변신로보트가 변신하는 줄...... 그렇게 일단 한 번 울기 시작하면 동네 사람들이 어느집 아이가 울고있는지 알 정도로 동네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그 성격이 커가면서 야무진 성격도 있지만, 무슨 일을 하든 어느것 하나 대충 넘어가는 게 없습니다.

그에 반해 작은딸은
큰딸하고 정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배 속에서부터 노는 것도 조용하게 놀고, 태어나서 갓 난 아이 때도 정말 배가 고프거나 괴로운 상황이 아니면 잘 울지도 않고 조용했습니다. 큰딸을 갓난이 때 키우다가 작은 딸을 갓난 아이때 키우면서는 마치 천사 하나가 하늘에서 내려온 줄 알았습니다.
한 번은 너무 우스운 기억이 있습니다. 일찍 불을 끄고 가족들이 자고 있는데, 어둠 방안에서 낑낑대는 소리가 나는 것이었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불을 켜고 침대 옆을 봤더니 작은딸이 침대와 화장대 사이에 45도 쯤 기울어진 채 끼어서 낑낑대고 있는 것이 었습니다. 마치 곰돌이 푸 인형이 살아서 침대와 화장대 사이에서 나오려고 낑낑대는 것처럼 말입니다. 저희 부부는 한 참을 박장대소하고 큰 딸도 따라서 크게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후 커가면서도 조용했던 작은 딸은 큰 딸에 비해 말도 못할 정도로 차분하고 조용했습니다. 성인이 되었는데 가끔은 큰딸이 동생같고, 동생이 큰딸같은 느낌.

엄마와 딸의 애증 관계
사실 엄마와 딸과의 애증관계가 저희 집에는 없을 줄 알았습니다. 큰딸이 없는 집에 저희 부부와 작은 딸이 있으면 여왕님이 잔소리를 하지 않으면 쥐죽은듯 조용합니다. 이번에 큰딸이 집에 내려왔는데, 작은딸이 딱 그렇게 얘기합니다. 집에 언니가 없을 때는 집이 쥐죽은듯 조용했는데, 언니가 오자마자 아파트 떠나가게 시끄럽다고요.

이틀 내내 엄마와 딸은 사사건건 조그만 것을 가지고 싸워댑니다. 언제나처럼 돈, 냉장고 청소상태, 조그만 거라도 지저분한 게 있으면 지적하면서 엄마한테 따따부따 말싸움을 합니다. 마치 엄마가 딸한테 시집살이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정말 아파트 떠나갈 것 같습니다. 큰딸은 엄마와 말다툼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습니다. 어릴 때부터 엄마하고 말다툼을 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저 꼬마가 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상황파악이 빠르고 순발력이 좋았습니다. 그 때는 엄마가 힘으로라도 이기고 혼내고 했었는데요. 지금은 성인이 돼서 엄마가 힘으로도 큰딸을 이기지 못합니다. 엄마는 화가나서 어찌할바를 모르지만, 큰딸에게 완력을 쓰면 어찌나 힘이 쎈지 엄마가 튕겨나갑니다. 이틀 내내 돈문제로 내놔 안내놔같은 고성이 집과 차 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걸보고 작은딸과 저는 웃어야할지 말려야할지 모르고 난감할 때가 있는데요. 이것도 익숙해지니까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엄마와 딸의 애증관계가 이런건가요?

군산 오스트로한

그렇게 싸우다가도 5분 뒤면 둘이 다정한 자매처럼 조잘대고 있습니다. 딸한테 그렇게 당하고도 이런 고급 음식점에 가서 오랜만에 딸이 왔다고 퀄리티 좋은 음식도 사주고요.

투섬플레이스 생일케익

오전에 두 딸이 어디로 갔나 보이지 않더니 엄마 생일이라고 생일케익을 준비했네요.

그렇게 이틀동안 전쟁을 치르고 큰딸, 작은딸, 필자는 각자 따로따로 갈 길을 갔습니다. 여왕님은 큰딸하고는 도저히 같이 못있겠다고 쫓아내듯이 보냅니다. 필자는 사실 이런 상황에 가족이지만 누구 편들수가 없어서 매우 난감합니다. 서로 저한테와서 "큰딸 좀 어떻게 해봐!", "아빠 엄마 좀 어떻게 해봐!" 이러니 어찌할바를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당진에 올라왔습니다.
찾아주신 이웃님들 태풍 조심하시고, 건강한 일상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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