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날마다 주저리 주저리

영화, <김씨 표류기>

728x90
728x90

독서도 독서지만, 휴대폰 메모장에 메모해 둔 영화만도 꽤 많은 것 같습니다. 영화 매니아같으면 어떻게든 보겠지만 이래저래 다른 일상이 겹쳐 영화보기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꼭 보고싶은 영화라서 생각난 김에 보게 되었습니다.

 

다음 캡춰

주인공: 정재영, 정려원

보시다시피 꽤 오래된 영화라서 많은 분들이 봤을거라 생각됩니다.

줄거리

간단히 줄거리를 정리하자면 두 김씨 성을 가진 주인공이 나옵니다. 남자 김씨는 구조조정과 많은 빚때문에 파산상태로 희망없는 삶을 포기 하고 자살을 하려고 한강에 몸을 던졌는데, 한강 가운데 있는 무인도 밤섬에 표류하게 됩니다. 밤섬에서도 삶을 포기하려다가 무심코 발견한 짜파게티 라면 봉지 속의 분말스프를 보고 희망을 갖고 밤섬에서 살아가기로 결심합니다. 오직 짜장면을 먹겠다는 희망이지만, 어찌보면 삶에 대한 희망을 본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새똥에서 채취한 옥수수 씨앗으로 밭을 일구고, 우연찮게 떠내려온 오리배를 자신의 첫 집장만이라 생각하면 만족하며 밤섬 표류 생활을 합니다.

 

한편 또다른 주인공 여자 김씨, 그녀는 성격장애가 있는지 3년 동안 밖을 나가지 않고 오직 방안에서 사이버 홈피를 만들어 외부와 소통하고 지냅니다. 남자 김씨와 장소는 다르지만 또다른 도심 표류자입니다. 그녀 역시도 삶의 희망을 잃은 채, 달을 보며 사진을 찍습니다. 달 사진을 찍는 이유는 '달에는 아무도 없기 때문에, 아무도 없으면 외롭지 않기 때문에~'. 사진을 찍던 중 밤섬에 표류하며 살아가는 남자 김씨를 발견하면서 관찰을 시작합니다. 남자 김씨가 모래사장에 HELP에서 HELLOW로 바꿔 쓴 것, 오리배로 숙소를 만드는 것, 새똥으로 옥수수 씨앗을 얻어 밭을 일구는 것까지......

 

남자 김씨를 관찰하던 여자 김씨는 와인 병에 자신의 편지를 보내 소통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는 종반부로 이어가게 됩니다.(안 보신 분들을 위해 여기까지만....)

 

감상평

영화 개봉일이 미국의 서브프라임 금융위기와 비슷해서 그런지 그때 상황에 잘 맞춰서 나온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스토리만 보면 로빈슨크루소나 영화 캐스트 어웨이를 연상하게 하는데, 배경이 깊은 산이나 섬이 아닌 우리가 일상을 매일 반복하는 생활 속이라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는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을 살아가지만 어쩌면 정신적으로는 표류 상태가 아닐까 싶다는 생각이 들게도 하고요. '빛이 밝으면 그늘도 짙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회나 세상이 발전하지만, 시스템 안에서 고립되고 희망의 빛을 잃어버린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을테니까요. 남자 김씨 같은 경우 희망이란 빛을 보고 자살을 포기하고 살아가려고 밤섬에서 지나가는 유람선에, 강 건너 하늘 높이 솟은 건물을 향해서도 소리도 치고 또 모래사장에 HELP라고 커다랗게 쓰고 구조요청을 합니다. 단순히 무인도에서 구조요청을 하는 게 아니라 희망을 잃어버린 세상을 향해 구조요청을 하는 듯 보였습니다. 마치 세상이 훤히 보이는 거울 감옥 속에 갇혀 돌아오지 않는 외침인양 조그만 희망의 끈이라도 잡고 싶지만, 세상은 이런 외침은 그저 소음으로 들리듯이 말입니다.

영화 이야기에서 조금은 벗어난 이야기지만, 지금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수입에서 감당이 안되는 대출을 받아 영끌로 집을 산 사람들, 그리고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지자 슬슬 기업들의 구조조정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나마 이런 사람들은 언론에라도 나오지만, 사회적으로 관리가 되지 못하는 고립된 독거 거주자들과 자본주의 라는 정글 속에서 고립되어 생존능력을 잃어버리고 헤메고 있는 분들이 밝은 빛의 그림자 뒤에 서 있는 분들이 많을 것이고요. 그래서 생을 달리한 무거운 소식들이 간간히 들려오는 소식들이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지금도 인플레이 상황이 지속되면서 '위기'라는 말이 언론이나 미디어에서 자주 들려옵니다. 이럴때일수록 '나만 살아남으면 돼'보다는 '같이 살아가는 사회, 함께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세상'을 생각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든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으니까요. 영화 속에 대사 중에 달을 찍는 이유가 '아무도 없어서 외롭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내가 부자인 것도, 명예로운 것도 어찌 보면 우리 주위의 구성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소소한 웃음을 주기도 했고, 오래된 영화였지만 인상깊게 본 새해 첫 영화였습니다.

감사합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