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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주저리 주저리

즐거운 상상을 하고 서울에 갔는데....(큰딸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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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에 내려가서 이런저련 일로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여왕님이 큰딸 생일도 되고 얼굴본지도 오래되었으니 서울에 다녀오자고 합니다. 예전처럼 떨어져 있다고 얼굴을 보지 못하거나 서로 연락이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하는 공부를 더 독려하고 혹여나 다른 생각을 하지는 않는지 점검하는 노파심이 더 강했던 것 같습니다.

아뭏튼 간만에 큰 딸을 본다는 생각에 필자와 여왕님 작은딸까지도 들뜬 마음으로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이성당

집과 가까운 이성당에서 큰딸이 먹고 싶다는 빵 몇 개와 생일축하 케익도 사고요. 여왕님이 일을 다니는 관계로 음식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장모님한테 부탁해서 회무침과 쭈꾸미볶음 양념까지 싸들고 올라갔습니다. 

필자는 하루종일 처가댁 일과 시청에 가서 여권을 만들고 이래저래 움직이다보니 낮에 피곤해 있었습니다. 저녁에 여왕님이 일이 끝내고 올라가게 되었는데, 역시나 촌 사람들은 서울 나들이가 쉽지 않았습니다. 수도권에 가까워질수록 막히는 도로는 답답하게만 느껴지고 밤 11시간 다 된 시간에 큰딸 숙소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어김없이 벌어지는 여왕님과 큰딸의 기싸움

숙소에 도착하기 전 카톡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까지만 해도 서로 얼굴을 볼 생각에 반가워서 기대감에 찬 문자를 주고받았는데요. 여왕님과 큰딸은 아니나다를까 문을 열고 얼굴을 마주치자마자 언성을 높이기 시작합니다. 부부가 전생에 원수라고는 하지만 우리집은 여왕님과 큰딸이 서로의 원수가 아니었나싶습니다. 공동주택이고 늦은 밤이라서 조용히 해야되는데, 목소리가 커지다보니 괜히 민폐를 끼치고 있었습니다. 

 작은딸과 필자는 제발 조용히좀 하자고 하는데도 서로가 말꼬리에 꼬리를 무는 말다툼에 정신이 없어질지경이었습니다. 서로 머리 위에 서려고 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상대에게 숙이고 들어가는 법이 없어서 더 문제입니다.ㅠ 눈감을 때까지 투닥거려서 여자들 3대가 같은 거 아니냐고 필자가 물었습니다. 그러면 자신들은 절대 같지 않다고 합니다. 

 

 

"너 시집가서 너와 똑같은 딸 낳아 키워봐라"

누가 한 말일까요?

제 블로그를 방문해주신 이웃님들은 아시겠지만 장모님이 한 말입니다. 사실 장모님도 이런 이야기를 쉽게 하지 않으시는데, 가끔 여왕님이 하는 행동을 보고 속상할 때 저한테 한 말입니다. 정말이지 장모님한테 이 말을 듣는 순간 밥을 먹다가 뿜을 뻔했습니다. 또 웃을수만은 없는 이유가 장모님은 그렇게 얘기하면서도 표정이 정말 심각해서 너무 웃을수도 없었습니다. 정말이지 여왕님 처녀적에 지금 필자의 큰딸하고 똑같았다고 하네요.ㅠ

이렇게 블로그로 글을 올리기는 하지만 여왕님한테도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지 못합니다. 장모님하고 여왕님하고 또 다툴까봐서요. 

 

뒤 돌아서면~.

그런데 참 신기한 게 다음날 눈을 떠서 같이 돌아다니거나 차를 마실때면 언제그랬냐는듯이 다정한 자매처럼 두런두런 얘기를 하면서 지냅니다. 남편이고 아빠인 제가 볼 때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할 뿐이네요. 날이 좋아서 조용히 둘의 뒤를 따르면서 작은 딸한테 이런 얘기를 했더니 또 박장대소를 합니다. 작은딸은 정말 조용하고 다소곳한데, 같은 딸이고 자매인데도 자신도 이해가 안된다고 합니다. 잡아먹을 듯이 싸우다가 돌아서면 세상 둘도 없는 관계같아서요.

나중에 주위 분들 말을 들어보니 많은 모녀지간이 이렇게 지낸다고 하네요. 그래도 저희 집 여자들만 그런 것 같습니다.

 

승자는 없지만~.

혈연관계지만 굳이 이유를 찾아보면 서로가 너무 오랜동안 다른 세상을 살아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여왕님은 집안 서열관계상 위에 서서 통제를 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 같습니다. 반면 큰딸은 고등학교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같이 가족들과 떨어져 생활하다보니, 가족들과 같은 생활패턴에서 멀어지고 대학에 가서는 만나는 친구, 교수님, 선후배들을 다양하게 만나다보니 가족정체성이나 가치관을 조금 더 폭넓게 보는 세계관을 갖게 된게 아닌가싶기도 합니다. 표현이 맞을지 모르지만 기존의 가족정체성을 고수하려는 사람과 나이는 어리지만 조금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한 큰딸의 차이같이 보이기도 하고요. 

다행인 것은 가족과 떨어져 지내면서도 도덕적으로 벗어나지 않고 자신의 꿈을 향해 꿋꿋히 살아가는 큰딸이 대견스럽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가족을 떠나 객지 생활을 오래하다보면 즐기는 것에 익숙해서 본분을 잊고 정신적으로도 가족들과 멀어지는 사람들을 보아왔기 때문에 필자는 조금은 염려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휴게소에서 먹는 호두과자

3일 동안 빡빡한 일정을 마치고 드디어 당진에 도착했습니다. 가족들이 만나서 반갑기는 한데, 완력싸움에다가 수도권 곳곳에서 밀리는 교통체증 때문에 촌놈이 갑자기 전쟁터에 다녀온 기분이네요. 내려오면서 뻥뻥 뚫리는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용변을 보고 잠시 답답했던 마음을 달래면서 호두과자 한 봉지를 사먹었습니다.

 

이상으로 티격태격했던 가족 상봉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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