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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자전거, 수영, 체육관)/수영

태안 바다 수영대회 리얼 실패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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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피하지만 성공담이 될거라 믿어 의심치 않고 호기롭게 도전했는데, 무지한 바다수영지식과 준비되지 않은 도전은 무모할 뿐이라는 경험을 남기며 실패담이 되어버리고 아쉬움만 남긴 태안바다수영 도전기입니다.
  이 글이 처음이거나 익숙하지 않은 바다수영에 도전하는  스위머들에게 참고가 되길를 바라며 후기를 남깁니다. 대회 참가전에 바다수영에 대한 팁을 얻고자 인터넷검색을 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참가 후기는 많은데, 그 속에서 초보분들이 어려움을 겪었던 내용이 없어서, 대회에 참가해서 겪은 어려웠던 점과 실패담을 남겨봅니다.

  출발 당일 날씨는 새볔부터 비가 내리고 하루종일 막바지 장맛비가 예보되어있었습니다. 나는 슈트를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흐린날씨가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맨몸으로 참가한 나는 수영슈트를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뜨거운 태양빛 바다보다 흐리고 비오는 날씨가 피부도 상하지 않을것 같았고, 수영하기에 안성맞춤일 것 같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내 생각일뿐이고 희망사항이었을 뿐, 대자연의 현실은 냉정했고 나의 교만이었습니다.

  실전에 나가기 전에 강사님들이 바다수영할때 슈트를 입어야 하는 이유. 넘실대는 파도를 타고 넘는법, 목표지점을 보고 수영을 해야하는 이유 등 바다 수영에 관한 팁도 알려주었고, 수영장에서 헤드업 자유형, 헤드업 평영, 입영훈련도 시켜 주었습니다.

  알려준대로 연습도 열심히 해서 헤드업수영도 되고 매일 수영장 20바퀴씩 돌며 대회전날까지 이정도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물론 바다수영에 관해 인터넷검색으로 전대회 참가자들의 후기도 찾아서 참고도 하고요.


경기당일
  나의 경기출발시간은 5경기 11시 반쯤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강사님은 1경기 출발시간에 맞춰 초보바다수영 회원님들에게 간단히 현장강습도 해주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니 매우 적절한 조치로 생각됩니다. 해변에서 넘실대는 파도를 헤치고 조금 더 나가면 잔잔한 바다를 만나 수영하기 어렵지 않을거란 팁도 주었습니다.

  하지만 나에게 처음접한 바다의 현실은 적응할 것 같았던 수온은 생각보다 차가워 몸이 오그라드는 것같았습니다. 멀리서 보았던 깔짝대는 얕으막한 파도는 막상 엎드려 수영해보니 지붕만큼 높은 파도가 나를 향해 돌진해 오는것 같았습니다. 호흡할 때 타이밍만 잘 맞춰 숨을 쉬면 짠물은 안먹을 것같던 생각은 높다란 파도와 함께 입술사이로 스며드는 짠내는 자꾸 고개를 들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입영을 할라치면 다음 파도가 자꾸 얼굴을 때리고 내가 생각했던 호흡은 더 엉망이되고 입영이고 헤드업이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수영을 하기는커녕 물에 빠진 생쥐마냥 허부적거릴 뿐이었습니다. 거기다가 바닥이 발에 닿지 않으니 마음이 더 급해지더라구요. 아~ 창피창피~~. 물밖으로 나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고, 그야말로 경기 치르기전부터 멘붕 ㅠ.

  아우 젠장!! 괜히 왔나?하는 생각도 들기도 했지만, 왔는데 그냥 포기하고 가면 아까울 것 같다는 생각에 까짓거 다시한번 해보자는 마음을 잡았습니다. 전에 해왔듯 수온도 몸을 움직이면 적응도 것 같고,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해보기로 했습니다. 경기시간 전까지 시간은 흐르고, 긴장돼서 그런지 자꾸 화장실만 오갔습니다.

  안내방송에서 5경기 참가자들 출발지점에서 대기 하라해서 무릎쯤잠기는 바다로 나가 섰습니다. 약 15분쯤 서 있었던 것 같은데, 밀물때라 무릎위쪽으로 점점 물이 차올랐습니다.
  그때까지 문제가 전혀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물이 차오르면서 몸이 오들오들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고야 이러면 안되는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꾸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할수있어 할수있어'마음속으로 최면을 걸고, 한기를 느끼는 몸의 열을 올리기 위해 계속해서 스트레칭을 했습니다.

  공중에 드론이 왔다갔다 하면서 '와~'하는 참가자들의 함성소리와 함께 드디어 출발~.
처음 마음먹었던대로 몇번의 헤드업수영으로 파도를 잘 헤치고 나갔습니다. 그리고 부서지는 파도에서 너울성파도로 바뀌자 바로 수영장에서 하듯 자유형 영법으로 100미터쯤 갔을까요? 손에 뭔가 걸려 잡고 입영 자세를 취해 주변을 살펴봤습니다. 다른게 아니라 주행방향 밖으로 빠지지 말라고 설치해 놓은 밧줄이었습니다. 아이고야 목표지점을 확인하면서 수영을 했어야했는데, 목표지점을 향해간게 아니라 삐딱하게 간것이었습니다.

  다시 출발을 했는데, 몸은 다시 추워지고 앞을 보려 헤드업을 할려는 순간 눈앞에 집채만한 파도가 나를 향해 덮치고 있었습니다. 헤드업 평영으로 넘어 가려고 했지만, 여지없이 짜디짠 바닷물은 내 입안으로 파고 들었습니다. 순간 '아!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앞에 있는 영자 한분이 손을들고 헤메며 살려달라고 하고, 수상오토바이는 번개같이 달려와 '안되겠으면 올라오세요'라고 합니다. 그러길래 나도 챙피해서 살려달라고는 못하고 '같이 갑시다'라고 말하고 물밖으로 나왔습니다.
  지금생각하면 우습지만 완영하지 못한분들이 바다 한가운데서 손을들고 외친 공통적인 한마디가 있습니다. "사람살려~~" ㅋㅋ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자신있게 완영할줄 알았던 수영대회 나와서 누가 살려달라고 할줄알았겠습니까.

  완영실패 이유를 간추려보면 차가운 바닷물, 파도에 대한 적응, 짠 바닷물, 발이 닿지않는 두려움으로 가려지네요.

초보 바다수영에 대한 느낀점
1. 짠물에 적응하라.
  매일 수영장에서 아무리 뺑뺑이를 잘 돌아도 짠물에 적응하지 못하면 완영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경기후 다른 참가자분들 얘기를 들어보니 조금씩은 짠물을 입에 느끼면서 수영한다고합니다. 조금씩 먹기도 하고요. 초보인 나는 자꾸 짠내가 입에서 느껴지니까 머리를 자꾸 들게되고 파도를 타는 타이밍도 잡지 못했습니다. 바닷가 물놀이를 자주 해서라도 짠물에 적응을 해야겠네요.
 
2. 수영슈트를 입어라.
  경기 참가전부터 강사님은 슈트를 입는 것이 좋다고 했습니다. 생각보다 바닷물이 차갑고 수영중에 저체온증이 올 수 있다고도 했고요. 강원도 군생활할 때 영하20이하까지 견뎌본 경험을 믿고 저체온증은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바다에서 물에 빠져 익사했다는 얘기는 자주 들었지만,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수 있겠다는 말은 자주 듣지 못했습니다. 여름바다는 생각보다 차갑고 바다물에 오래 머물면 저체온증으로 죽을 수도 있겠구나하는 경험을 몸소 체험했습니다. 경기 후 슈트를 입은 분들한테 물이 차갑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전혀  차갑지 않았다고 합니다. 맨몸으로 완영한 사람들이 더 대단해 보였습니다. 다음 참가할때는 반드시 슈트를 입어야겠습니다.

3. 멘탈
  이게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건 초보인 내가 나름 객관적으로 판단했습니다. 5경기가 끝나고 6경기가 있었습니다. 5경기까지는 경쟁부문이었고, 6경기는 비경쟁부문으로 수영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초보영자들을 위한 경기였습니다. 결과는 5경기에 출전한 여러분이 중도에 포기하였고, 6경기 비경쟁 부문에 출전한 6개월이하 초보영자는 완영을 여러분이 하셨습니다.
  행사가 모두 종료되고 3년이상 수영을 한 나로써는 창피하다 못해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싶었습니다.

  여기서 멘탈을 이유로 생각한것은 실력이 부족함에도 여러분이 완영을 했다는 것입니다. 분명 수영장에서 예행연습을 할때 자세도 어설프고 속도도 분명 안나던 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경기전 잠깐 연습할때도 여유있게 수영을 하고 편안하게 수영하시는 분들이 있었고, 아예 나처럼 헤메였는데도 완영을 해내는 것을보고 몇 가지 분석을 해 보았습니다.
  첫 번째, 수영을 제대로 배우지 않았음에도 바닷물에 친숙한 분들이 두분정도 있었습니다. 이분들같은 경우 어려서부터 바닷가의 경험이 있거나 자주 바다에 물놀이를 다니는분들로 보입니다. 기본적으로 파도를 탈줄 알고 짠물에도 거부감이 없어 보였고 바닷물에 대한 두려움같은 것이 없었습니다.
  두 번째, 이게 가장 큰것 같긴합니다. 강사님 한분이 같이 수영을 해서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가다가 포기하려고 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계속 얘기하며 불안함을 잊고 완영했다고합니다. 또 영자중 한분은 앞에서 여러명이 살려달라고 손을 들고 있어서 같이 포기하려고했는데, 그걸 계속보면 자기도 포기할것 같아서 고개를 쳐박고 수영을 했다고 하네요.

  별것 아닌것 같지만 이런 심리적인 요인이 수력이 얼마가 됐던간에 적잖은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결론은 나로서는 경험부족과 무식이 용감이라고 대책없이 무모하고, 대자연에 대한 나의 교만했던 마음을 반성했습니다. 잘 하지도 못하지만 그동안의 내 수영실력은 대회에 참가한 많은 수영인들 앞에서 우물안의 개구리와 같았다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이 글이 바다수영에 처음 도전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나에게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 재도전의 각오를 다지고 실패담이 아닌 성공담으로 글을 남기겠다는 목표를 잡아봅니다.

  마지막으로 대회준비에 대비해 사전강습과 여러도움을 주신 두분 강사님께 감사드리며, 원활한 행사참가를 위해 버스, 식음료 등 도움을 주신 현대제철관계자분들과 여왕님을 비롯한 여성회원님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질서정연하게 행사에 참여하고 사고없이 마무리한 회원님들도 감사드리며 건강하고 즐거운 수영하세요.

더운 여름 안전하고 건강한 피서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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