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저녁 식사 후 걷기 좋은 날씨라서 동네 근처를 산책했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지금은 관광지로 알려진 내항 부근 근대역사박물관, 군산 세관이 있는 곳으로 산책을 했는데요.
거닐다가 자연스럽게 향한 곳은 이성당이었습니다.
이성당은 이제 군산의 빵집을 넘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군산의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얼마 전에 이성당에 관련해서 좋지 않은 사건이 포털 메인에 떠 있더라고요.
이젠 워낙 유명한 빵집이 되다 보니 안 보신 분들이 없을 것 같은데요.
저 역시도 기사를 보고는 노동 관련법이나 도덕적으로도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생각 됩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성당이 전국이 이름이 알려지기 전부터 군산에 사는 사람들은 성장과정에서 미팅이나 만남을 갖는 약속 장소였고, 지금도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모임을 하고 여가를 즐기는 만남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긴 세월을 자랑하는 역사만큼 대부분의 군산 시민들한테도 인생을 함께 한 빵가게 이상의 의미가 있는 곳입니다.
또한 이성당이 유명해진 것은 앞서 언급한 역사적 전통도 있지만, 창업자이신 오남례 할머니를 빼놓고 얘기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창업자를 얘기하는 것은 그분이 사업적인 역량이 뛰어나서도 아니고, 단순히 이성당을 해방 이후부터 돌아가시기 전까지 긴 세월을 경영하신 것 때문에 그런 것도 아닙니다.
이 사건에서 오남례 할머니를 떠올리는 것은 할머니가 살아생전 군산시민들에게 행한 인정과 마음 씀씀이 때문입니다. 이게 단순히 인정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이성당이 유명하지 않을 때에도 할머니는 가게 앞에서 야채를 팔며 노점을 하는 할머니들에게도 빵을 나누어 주셨고, 고아원 같은 곳에도 빵을 보내 아낌없는 나눔을 실천하셨습니다. 할머니의 이런 선한 영향력은 긴 세월을 함께한 모든 군산시민들이라면 모두 보고 살아왔습니다.
어떤 예술 작품을 만들 때도 단순히 눈에 보이는 외형이나 겉모습만으로 예술 작품을 논하지는 않습니다. 언제나 그림이든 음악이든 그 작품 속에는 그 사람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철학이 담겨 있는 것이지요. 이성당이 유명해지고 오랜 시간 군산시민과 함께 하고 지금처럼 전국에 유명해진 데에는 오남례 할머니의 인생철학이 담긴 사람에 대한 인정과 사랑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꼭 공자, 맹자 같은 철학자를 찾지 않아도 할머니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은 재산보다도 내 주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기본적인 인정과 사랑이었을 것입니다. 그만큼 이성당이라는 간판 못지않게 군산 사람들한테 이성당은 빵만 팔지 않는 인정과 사랑을 베푸는 빵집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군산사람들은 오남례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도 군산의 별이 졌다고까지 말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이 사건에 관한 기사를 보면서 처음에 들었던 생각은 경영자분들이 '할머니와 같은 인정은 없었나?', '너무 사업적인 마인드에 치우쳐 매너리즘에 빠진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분명 실수였고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생각됩니다. 누가 봐도 사업자의 기만이고 오판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경영자분들이 처음부터 이렇게 일이 커질 만큼 나쁜 의도 없다고 믿고 싶습니다. "왜?"라고 한다면 현재의 경영자분들이 창업자이신 할머니의 철학을 모르지 않고, 그 기억이 모두 지워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지요.
이 일로 법적인 문제는 뒤로 하고라도 이성당을 경영하는 관계자분들도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세간에 관심을 받는 만큼 충실하고 세심한 경영에 더 신경 쓰실 테고, 할머니의 경영철학을 되새겨 거듭나는 이성당이 되고 더욱 사랑받는 이성당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지금까지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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