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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심리학, 철학

똘레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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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이미지

홍세화님이 쓰신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를 읽으면서 처음에는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프랑스에서 살면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쓴 책인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20여년의 긴 이방인 생활을 프랑스에서 하며 겪은 우리와는 다소 다른 똘레랑스 문화를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포스팅은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를 기초로 만들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정치적으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고, 보수와 진보 그리고 종교적 신념이나 사회 계층별 이해관계에 따라 각각의 의견이나 지지성향이 갈리고 있습니다. 특히 필자가 더 안타깝게 보고 있는 것은 점점 악화되어가는 취업장벽과 높아지는 부동산 문제로 인해 젊은 세대들이 겪는 희망 없는 미래와 사회불안입니다. 그것은 사회불안을 넘어 경제적 기득권을 갖고 있는 기성세대와의 갈등으로 확산되어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문제가 큰 정치적 이벤트가 다가오면서 청년들이 미래가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자신들의 상황을 지지후보에 대한 목소리로 높이는 것에 대해 너무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이런 시점에서 홍세화님이 전하는 똘레랑스에 대해 생각해보고, 우리 사회가 더 많은 부분에서 문제가 무엇인지를 토론하고 발전할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정리해봤습니다.


단순히 보수와 진보를 따지는 정치적 이념 대립을 떠나 똘레랑스 문화에 대해 같이 생각해 보는 글이 되기를 바랍니다.


-똘레랑스의 개념


1. 첫 번째 개념: 다른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의 자유 및 다른 사람의 정치적, 종교적 의견의 자유에 대한 존중-‘당신의 것’이 존중받으려면 ‘남의 것’을 존중하라는 요구.
2. 두 번째 개념: 특별한 상황에서 허용되는 자유.


※첫 번째 개념: 정치적, 종교적 자유에 대한 존중

-‘나와 남 사이의 관계’ 또는 ‘다수와 소수 사이의 관계’에서 나와 남을 동시에 존중하고 다수가 소수를 포용하기 위한 내용.



-똘레랑스의 출발점
-‘당신의 정치적, 종교적 신념과 행동이 존중받기를 바란다면 우선 남의 정치적, 종교적 신념과 행동을 존중하라.’ 당신의 생각과 행동만이 옳다는 독선의 논리에서 스스로 벗어나길 요구하고 당신의 정치적 이념이나 종교적 믿음을 남에게 강제하는 행위에 반대하는 것.

-당신의 이념과 신념이 당신에게 귀중한 것이라면 남의 그것들도 그에게는 똑같이 귀중한 것.

-정치이념이나 종교신념이 나와 다르다고 강제하여 전향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다만 인간성에 대한 몰이해이며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이념이나 신념에 대한 모독이 될 뿐.
-당신이 만약 그런 강제를 인정한다면 당신과 그 사람의 자리를 뒤바꾸어 보십시오. 당신은 바로 당신 자신의 이념과 신념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프랑스 사회의 똘레랑스의 요구
정치적 성향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똑같이 적용. 이웃을 인정하고, 외국인을 인정하고, 당신과 다른 생활방식, 다른 문화를 인정하라고 요구함. 그러므로 프랑스에 사는 외국인들은 외국인의 설움이나 배척감을 다른 나라에 사는 외국인들에 비해 훨씬 덜 느낌.


-종교적 똘레랑스
-당신의 신앙이 중요한 만큼 다른 사람의 무신앙도 존중해야 한다는, 즉 종교의 자유도 중요하고 종교를 가질 것인지 말것인지의 자유도 중요하다는 요구.

-신앙이 온유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극단화하고 또 광신으로 갈 때 그것은 비이성적인 파괴력으로 인류에게 큰 재앙을 가져왔음.
ex) 마녀 사냥, 종교분쟁, 16세기 빠리에서 일어난 성 바르톨로메오 축일 대학살, 이교도라는 이름으로 아메리카 인디언 학살, 크리스천이 아니라는 이유로 흑인을 노예로 부리고 이후 백인우월주의의 뿌리가 됨.



-사회생활에서의 똘레랑스
소수에 대한 다수의, 소수민족에 대한 대민족의, 소수 외국인에 대한 다수 내국인의, 약한 자에 대한 강자의 가난한 자에 대한 가진 자의 횡포를 막으려는 이성의 소리로 나타남.




※두 번째 개념: 특별한 상황에서 허용되는 자유

-권력에 대하여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려는 의지.
-ex. 1) 속도제한 130km의 고속도로에서 허용되는 10~20km의 똘레랑스. 140~150km로 달려도 경찰이 속도제한으로 적발하지 않음.
-ex. 2) 중앙선이 없는 빠리의 도로와 까페나 식당이 인도를 점유하고 베란다를 설치해도 허용되는 똘레랑스.
-ex. 3) 인도위 주차 허용.



-또 다른 똘레랑스의 예

1. 공항 장기실업자들을 위해 공항 한쪽의 들판에 대형 천막 설치하고 화장실과 전기까지 가설.
2. 대규모 노조 집회에서 소란이 발생하자 노조가 경찰의 무능을 비판하면 자진해산.
3. 복수의 지하철 노조 파업 때 파업에 공감하는 시민들. “우리 이용자다 불편을 겪는다고 지하철 노동자의 파업권을 제한하는 데 동의하면 언젠가 그 제한의 목소리가 바로 우리에게도 닥칠 것이다.”
4. 황금만능주의 사회를 향한 반항의 시위를 하는 작곡가를 옹호하는 시민들.


※프랑스가 똘레랑스로 흐르게 된 계기

-16세기 신교-구교 간 종교분쟁과 대혁명이 불러온 앵똘레랑스(불관용, 너그럽지 못함)에 대한 반성적 성찰과, ‘나는 무엇을 아는가?’로 표현되는 프랑스의 철학 전통인 회의론에서 출발한 이성주의.
-인간의 성찰이 역사를 관철하여 반추하고 행동함으로써 얻어낸 결론.
-성찰적 이성에 눈뜨지 못한 인간이 ‘다름’을 빌미로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고 집단적 광기로 나아갈 수 있는지 되돌아보게 했던 신교-구교 간 종교분쟁과 대혁명을 통해 ‘나는 무엇을 아는가?’라는 회의에 의하여, 나의 사상과 종교, 나의 행동만이 옳다는 아집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똘레랑스의 개념이 형성. 이후 여러 인문학자와 계몽주의 사상가들에 의해 발전됨.
-똘레랑스는 ‘관용’이라기보다 ‘용인’이면 화이부동(和而不同). ‘화이부동’에서 ‘부동’은 ‘같지 않다’를 뜻하는 게 아니라 ‘동화하지 않는다’를 뜻함. 다시말해, ‘서로 화평하면서 획일화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다양성과 ‘다름’을 존중하라는 의지가 담김.
-똘레랑스란 나와 다른 사상, 신앙, 출생지, 성적 정체성, 피부색을 ‘다른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것. 다름을 차별, 억압, 배제의 근거로 하지 말라는 것.
-똘레랑스는 극단주의를 외면하며, 비타협보다 양보를, 처벌이나 축출보다 설득과 포용을, 홀로서기보다 연대를 지지하며, 힘의 투쟁보다 대화의 장으로 인도함. 그리고 권력의 강제에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함.


대한민국의 역사도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만큼 다양한 생각과 이해관계가 선거를 통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듯합니다. 최근 코로나로 많은 부분에서 평범함을 잃어버리고 살고 있지만, 우리 세대는 선진국이라는 반열에 섰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 부작용도 있는 만큼 서로를 존중하고 겸손한 태도로 당장 눈앞의 이해관계만으로 충돌하기보다는 다음 세대까지 생각하는 국가적 이벤트가 되길 바라며 포스팅을 마무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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