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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심리학, 철학

문제 가족 안에는 희생양이 있다(책, 가족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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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언젠가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족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어릴 적 어머니 품 같은 따뜻한 곳 또는 나의 모든 어려움을 감싸 안아 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성장을 해나가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족이라는 최소단위의 사회가 때로는 더 큰 세상에서 관계를 맺을 때 장애가 될 때가 많았습니다. 가족의 관계는 외부적으로 보여질 때 화목하고 건강한 관계처럼 보이지만, 그 관계 속에서의 아픔과 슬픔, 더 크게는 피해의식과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이 작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책 <가족의 두 얼굴>은 가족 상담과 가족치료사로 독일에서 공부하고 국내에서 가족심리학을 가르치는 최광현님이 쓴 글입니다. 가족심리학의 전문가인만큼 곳곳에서 나타는 가족관계의 어려움을 깊게 분석하여 이 책에 담았습니다. 그 중에 일부 내용을 이 포스팅에 간추려 보았습니다.

필자 역시도 성장과정에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책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해 보았습니다.

픽사베이 이미지

문제 가족 안에는 희생양이 있다


가족 희생양 메커니즘, 문제아 vs 영웅

스탠포드 대학 교수였으며 프앙스의 현대 지성을 대표하는 문화 연구가인 르네 지라르(Rene Girard)는 신화와 설화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인간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원초적인 수단이 바로 '희생양 메커니즘'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한 사회 안에 불안, 불만과 갈등이 일어났을 때 가장 적은 대가를 치르고, 일시적으로 가장 높은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응책은 누군가 또는 일부 소수자들에게 문제의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이다. 책임으로 지목된 사람에게 증오와 분노 그리고 적대감을 터뜨리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사회의 혼란과 갈등을 무마하고 일시적으로 질서를 찾는 방식이다. 유럽 역사에서 자주 일어났던 유대인 박해나 마녀 사냥은 사회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희생양 메커니즘이 작동된 사례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그에 따르면 희생양 메커니즘은 인류의 시작과 더불어 기능하였으며 모든 문화와 시대를 초월하여 문제와 위기에 대한 인간의 기본적 대처 방식이었다. 지라르가 밝힌 희생양 메커니즘은 국가나 마을 공동체와 같은 커다란 집단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가장 작은 사회 단위인 가족 안에도 이러한 메커니즘은 존재한다.
가족 희생양은 가족 중 한 사람의 희생으로 가족 구성원 전체가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을 일컫는다. 가족 희생양의 원인은 대체로 부부 갈등이다. 일반적으로 부부 갈등의 회피 수단으로 희생양이 만들어진다.
세계적 가족상담사로서 미국 PBS 방송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가족상담 프로그램까지 진행한 바 있는 존 브래드쇼는 가족 희생양 역할을 하는 자녀들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열거한다. 부모의 모부 역할, 어머니, 아버지의 친구, 어머니의 우상, 아버지의 우상, 영웅, 완벽한 아이, 성자, 어머니 아버지에게 용기를 주는 아이, 악당, 귀염둥이, 운동선수, 가족 내 평화주의자, 가족 중재자, 실패자, 순교자, 어머니의 배우자, 아버지의 배우자, 광대, 문제아 등. 이 다양한 역할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문제아'와 '영웅' 캐릭터이다.

모든 자녀가 희생양 역할을 골고루 떠맡는 것은 아니다. 희생양이 되도록 '선택'된 자녀가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희생양을 제외한 다른 자녀들은 전혀 방해받지 않고 어린 시잘을 마음껏 누릴 수도 있다. 그럼 왜 유독 한 아이만 부모를 위해 특별한 역할을 맡게 되는가? 부모에게는 누구든 한 사람만 그 역할을 맡으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희생양이 된 자녀는 감수성이 예민하고 겁이 많은 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부모의 고통스런 상태를 재빨리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예민하고, 최책감을 과도하게 갖고,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만큼 겁이 많고 조화를 갈구하는 아이인 경우가 많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 교수로 가족치료의 선구자로 불리는 스티얼린은 '영웅'의 역할을 수행하는 가족 희생양이 어떻게 선택되는지를 '위임'이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위임은 누군가를 대신해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뜻한다. 즉 자녀가 부모를 대신하여 부모의 오랜 바람을 풀어 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부모 자녀 관계에서 부모는 자녀를 돌보고 자녀는 부모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받는다. 자녀는 부모에게 같은 방식으로 돌봄을 돌려줄 수는 없지만 부모에게 충성심을 보임으로써 자신의 은혜를 갚으려고 하는 것이 보편적인 정서다. 스티얼린은 부모가 자녀의 충성심을 이용하여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공부에 대해 한을 갖고 있는 보모는 자녀가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학력을 갖기를 기대한다. 부모가 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녀는 자신의 욕구를 억누른 채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공부에 모든 것을 걸고 성장기를 보낸다.
자녀 교육에 열을 올리는 엄마가 말한다.
"열심히 해서 서울대 가면 너 좋은 거지. 엄마가 서울대 가니?"

사실 누가 서울대를 가고 싶은 걸까? 엄마가 서울대를 가고 싶은 것은 아닐까? 엄마는 물론 아들을 위해서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밑바닥에는 엄마의 욕망이 서려 있다. 영웅 역할을 맡은 희생양은 부모가 이루지 못한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위임된다. 이 경우 자녀는 예를 들어 의사, 법관, 교수, 성직자, 스포츠 스타가 되어 부모가 이루지 못한 꿈을 완성해야만 한다. 자녀가 하나의 사명을 안고 파견되는 사절단처럼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제를 떠맡는다.

스티얼린은 부모의 못 이룬 한을 해결하기 위해 한번 위임된 자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이와 관련해서 '탈출죄'라는 표현을 쓴다. 이것은 자녀가 부모에게 부여받은 사명을 완수하지 못한 경우 평생을 통해 깊은 죄책감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이런 희생양과 부모 사이에는 착취 관계가 존재한다. 자녀는 자기의 인생을 살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빼앗기고 결과적으로 착취당한 것이다. 부모에 의해 착취당한 자녀는 자신이 욕구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결핍 상태로 성장한다. 부모의 욕구를 성취한다고 해서 자녀가 이 결핍에서 해방되는 것은 아니다. 성취는 부모를 위한 것이지, 자신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족의 희생양은 부모에게 '영웅'이 될지 모르나 그 동안 자신을 위한 삶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설사 목표를 이룬 후에도 자신위 삶은 정작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그에 다다를 수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도 수행하지도 못한 상태에 처한다.


또 다른 예로 장남과 장녀가 갖는 유교적 전통 희생양이 있을 것입니다. 이 책에서도 다른 예로 소개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성장하면서 "너는 장남(장녀)니까~"라는 말로 부모의 희생양 삼아 착취를 당하며 자라온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 장남(장녀)라는 말로 가족의 무게를 홀로 등에 업고, 성장후에 결혼을 하고서도 이어지는 희생은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하고 가족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부모나 동생들도 시간이 지나고서도 여전히 가족의 무게를 장남이나 장녀에게 의지를 합니다. 결국에는 이러한 문제가 곪고 곪아 종국에 가서는 가족들의 불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책의 많은 부분에서 '진실을 마주하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런 희생양의 문제도 가족 관계를 직시하고 서로의 역할을 하는 게 맞다고 충고합니다.
분명 인디언들이 친구를 대하듯이 서로가 서로의 슬픔을 등에 지고 가 줄 수만 있다면, 그처럼 아름다운 관계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염려스러운 마음에 아무리 대리 역할을 하려 해도 자녀는 자녀일 뿐 부모가 될 수 없다. 가족관계에서 스스로 맡아야 할 그 이상의 역할은 내려놓은 것이 바람직하다. 저마다 자신의 역할을 인식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오히려 가족의 긍정적인 변화가 시작된다.
가족들이 문제없이 화목만 하면 좋겠지만 저자는 건강하고 행복한 가족은 의지만으로 되는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의지만 있는 가족은 오히려 가족 구성원을 더욱 부담스럽고 힘들게 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건강한 가족과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가족을 위해서라도 가족문제에 고민해보고 배워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책 <가족의 두 얼굴>의 일부 내용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이 알고 싶다면 책을 읽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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