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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심리학, 철학

책 <클루지>, 오염된 신념(속아 넘어가도록 타고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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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현재 수많은 언론매체들, SNS, 유튜브 등 다양한 통신매체들을 매일 마주하며 살고 있습니다. 문제는 특정 매체나 신념에 매몰되어 자신도 모르게 심취되거나 과신하여 객관적이고 냉정한 판단을 하기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심리학에 관한 책 <클루지>에서 바로 이런 내용을 다루고 있어 포스팅으로 공유합니다.
자신의 생각과 비교해 보아도 좋을 듯싶습니다.

픽사베이 이미지

"당신은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하고 칭찬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당신은 자기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편입니다. 당신에게는 몇 가지 성격적인 결함들이 존재하지만 당신은 대체로 그것들을 보완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당신에게는 아직 활용하지 않은 많은 잠재력이 있습니다. 당신은 절제되고 자기 통제력이 있어 보이지만, 속으로는 걱정과 불안이 많은 편입니다."
만약 내가 여러분에 대해 이와 같은 진단을 내렸다면 여러분은 이 말을 믿겠는가? 이것은 버트럼 포러(Bertram Forer)라는 심리학자가 점성술을 흉내 내어 만든 것이다. 포러가 밝히고자 했던 것은 사람들이 막연한 일반론을 과잉 해석하여,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도 마치 그것이 (특별히) 자기 자신에 대한 것인 양 믿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런 막연한 기술에 몇 가지 긍정적인 속성들이 포함되어 있을 경우에 이런 종류의 함정은 더욱 강력해진다. 방송 전도사들이나 심야의 정보 광고들도 똑같은 방법으로 우리에게 접근한다. 그들은 불특정 다수에게가 아니라 청취자 개개인에게 말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풍기려고 애를 쓴다. 우리 인간이라는 종은 너무 쉽게 속아 넘어간다.

우리가 논의하고 평가하며 성찰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어떤 신념을 명백한 형태로 가질 수 있는 능력은 언어와 마찬가지로 진화의 최근 산물이다. 이것은 인간에게는 보편적이지만 대부분의 다른 종들에게는 희귀한, 또는 아무도 결여된 능력이다. 하지만 최근의 것이라고 해서 여러 결함이 수정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우리 인간이 신념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은 절대적 진리를 발견하고 부호화하는 객관적인 기계처럼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무계획적인 진화의 흉터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으며, 감정, 기분, 욕구, 목표, 사리사욕 따위에 오염되어 있다. 게다가 기억의 특이한 경향들에 놀라울 정도로 취약하다. 우리는 매우 속기 쉬운 존재인데, 이렇게 볼 때 신념과 관련된 우리의 능력은 훌륭한 공학의 산물이라기보다 진화의 편법에 가깝다는 인상을 풍긴다. 한마디로 말해 신념과 관련된 우리의 능력을 떠받치는 체계는 한편으로 강력한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미신, 조작, 오류에 취약한 것이기도 하다. 이것은 결코 하찮은 문제가 아니다. 신념 때문에, 그리고 그것을 평가하는 데 사용되는 불완전한 도구 때문에, 가정 불화와 종교 분쟁과 심지어 전쟁까지도 일어나지 않는가.

우리 인간의 신념은 진화의 과정 속에서 주로 다른 목적을 위해 진화된 '재고품'들을 바탕으로 생겨난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종종 이런저런 신념들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스스로도 알지 못하며, 나아가 우리가 부적절한 정보의 영향을 얼마나 크게 받는지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곤 한다.
예를 들어 대학생들은 잘 생긴 교수가 가르치기도 잘한다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어떤 사람에 대해 한 측면에서 긍정적인 느낌을 받으면 그것을 자동적으로 일반화해서, 그 사람의 다른 속성들까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후광효과'라고 부른다. 이것은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만약 우리가 어떤 사람에 대해 부정적인 특성을 발견하게 되면 우리는 그 사람의 나머지 속성들도 부정적일 것이라고 추측하는 경향이 있다. 일종의 '갈퀴효과'인 셈이다. 그런가 하면 정말로 안타까운 한 연구에서는 사람들에게 집단에 따라 두 아이 가운데 한 아이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한 아이는 매력적인 외모를 하고 있었고, 다른 한 아이는 그렇지 않았다. 이때 실험자는 피험자들에게 사진 속의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돌이 든 눈 뭉치를 던졌다는 이야기를 해주면서 이 아이의 행동을 해석해볼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자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외모의 아이 사진을 본 사람들은 그 아이가 흉악한 성품을 지녔다고 해석했으며, 나아가 학교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반면에 매력적인 아이의 사진을 본 사람들은 예컨대 그 아이에게 오늘 안 좋은 일이 있었을 것이라는 식으로 더 이해심 많은 평가를 내렸다. 그 밖에도 많은 연구들의 일치된 결론은 입학이나 취업을 위한 면접, 승진 등등에서 매력적인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많은 행운을 누린다는 것이다. 이 모든 연구들은 심미적인 요인이 신념의 형성 과정에 개입하는 잡음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사람들은 (신체적으로) '더 유능해 보이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모든 광고주들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듯이 우리는 매력적인 사람이 특정 상표의 맥주를 마시는 것을 보면 그것을 더 많이 구매하는 경향이 있으며, 마이클 조던처럼 뛰어난 운동선수가 특정 운동화를 신고 있는 것을 보면, 그것을 사고 싶은 마음이 더 생기는 경향이 있다. 수많은 십대들이 '마이크처럼 되려고' 특정 상표의 운동화를 사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역설적으로 나이키가 조던의 추천을 확보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쏟아붓는 것은 후광효과를 고려할 때 지극히 합리적이다. 특히 충격적인 최근의 한 연구에서는 3~5세의 아이들에게 당근, 우유, 사과주스 같은 음식에 대해 평점을 매기도록 했는데, 이들은 똑같은 음식이 맥도널드 포장에 싸여 있었을 때 더 높은 점수를 주었다. 책에는 당연히 표지가 있고 당근은 스티로품 포장에 쌓여 있다. 우리는 모두 속아넘어가도록 타고 난 셈이다.


오염된 신념의 일반적인 경우의 몇 가지 예를 포스팅을 해 보았습니다. 읽다 보니까 필자 자신도 마지막 '우리는 모두 속아 넘어가도록 타고 난 셈이다.'라는 말에 부정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우리나라처럼 작은 나라에 하루에도 수십 건의 뉴스거리가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는 우리는 어디에 우리의 '참된 믿음'을 맡겨야 하는지도 혼란스러울 지경입니다. 더군다나 자신의 신념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면 한 사람의 생각에 따라 단체 또는 조직이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겠지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월드컵으로 촉발된 중국의 인민 시위가 우리 눈앞에서 오염된 신념의 부작용이 아니가 싶기도 합니다. 특히나 중국의 시위는 그동안 한 가지 생각과 애국심에 눈이 먼 오염된 신념을 TV 화면에 비친 외국의 노 마스크의 풍경으로 한 번에 꺾이게 된 일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이 글을 읽는 이웃님들도 '오염된 신념'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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