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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심리학, 철학

책 <가족의 두 얼굴>, 트라우마에 대처하는 자세가 상반된 두 인물(마릴린 먼로와 안데르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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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책 <가족의 두 얼굴>의 내용 중 일부를 인용했습니다.  

픽사베이 이미지

1. 만인의 연인에게 숨겨진 비극

노마 진 모턴슨(Norma Jeane Mortenson)은 36세로 짧은 생을 마감한 아름다운 여인이었습니다. 16세에 처음 결혼했지만 4년 만에 이혼했고 두 번째 결혼 상대는 아직까지도 미국인들이 '야구 영웅'으로 가장 먼저 떠올리는 전설의 타자 조 디마지오였습니다. 야구 영웅과 헤어진 뒤 만난 세 번째 남편은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유명한 아서 밀러입니다. 결혼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도 그녀와 사랑을 나누었던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제 누구인지 감이 오지요. 그녀는 바로 마릴린 먼로입니다. 타고난 미모로 사진 모델과 영화배우로 활동하면서 마릴린 먼로로 이름을 바꾼 것입니다. 출연한 영화마다 히트하면서 그녀는 곧 할리우드와 브로드웨이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동시대 남성들의 영원한 연인이자 섹스 심벌이었고 사후 약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름다움과 백치미의 상징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삶은 놀랄 만큼 비극적입니다. 미혼모였던 먼로의 어머니는 알코올 중독으로 정상적인 자녀 양육이 불가능했습니다. 먼로는 일찌감치 고아원에 맡겨졌습니다. 
 
최근에 읽은 동물학 책에 따르면 주인이 두 번 이상 바뀐 경험을 한 애완견은 더 이상 애완견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버림받는 충격으로 지나치게 우울하거나 공격적인 성향을 갖기 때문입니다. 강아지도 그러한데 사람은 어떠할까요? 먼로는 이린 시절 생모에게 버림받고 여러 고아원과 몇 곳의 위탁 가정에 연달아 맡겨졌습니다. 어느 한 곳에서도 사랑받지 못하고 여러 곳을 전전했으며 아홉 살 나이에 이웃 아저씨에게 성폭행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조금 더 성장하자 주위의 남자들은 그녀를 성적 대상으로만 대했습니다. 그녀는 주변 남자들에게서 따뜻한 사랑과 돌봄을 찾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를 농락하고 이용해 먹으려는 사람들만 주위에 우글거렸습니다.
 
성장기 불우했을지라도 배우로 성공한 뒤 먼로가 가진 아름다움과 스타로서의 명성은 오히려 남자들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놀라운 무기가 될 수도 있었는데 먼로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어린 시절 받지 못한 사랑을 남자들에게서 보상받으려 했고 그것은 덫이 되었습니다.
 
심리학자 앨리스 밀러는 어린 시절 부모에게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채워지지 못한 사랑에 집착한다고 말합니다. 먼로는 집착하면 할수록 더욱 상처를 받았습니다. 숱한 여문에도 불구하고 세기의 연인인 먼로는 끝내 약물 과다 복용으로 힘든 삶을 마감했습니다. 버림받음의 트라우마를 경험하지 않으려고 몸부림쳤지만 결국 더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이 가여운 여인이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날 방법은 없었을까요? 그녀의 상처의 수렁에 빠지지 않고 건강하고 주체적인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불행으로 인해 손상된 자아상을 회복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린 시절이 불행했다고 성인이 되어서도 반드시 불행한 것은 아니야!'
'엄마의 외로운 삶에 가슴이 아프고 아버지의 불성실함에 화가 나지만 나는 달라. 나는 엄마와 같은 삶을 반복하지는 않을거야.'
먼로는 스스로 자아상 회복을 위해 이런 주문을 외우며 자기 존중을 이끌어 내려고 노력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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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트라우마를 극복한 미운 오리새끼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이 먼로처럼 다 비극적인 삶을 사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동화 작가 안데르센이 있습니다.
1805년 그는 매춘부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포주인 외할머니는 딸을 억지로 길거리로 내보내 돈을 벌게 했습니다. 딸이 안 가려고 하면 뺨을 때려서라도 몸을 팔 것을 강요했습니다. 매춘을 하던 도중 임신이 된 그녀는 집을 뛰쳐나와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군인이었던 남편은 광기와 발작 속에서 자살하였으며 그녀도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합니다. 안데르센의 어린 시절은 중독, 폭력, 매춘, 가난으로 점철되었습니다. 한 인간의 출발점에서 이보다 더 불행한 조건을 갖춘 이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이런 암울한 조건에서 안데르센은 먼로와는 다른 삶을 선택합니다. 비록 불행한 가정사를 가졌으나 글을 배우고 시를 쓰면서 새로운 문화에 눈을 떴습니다. 그에게 관심을 가져 준 이들과 교감을 나누고 창작의 기쁨 속에 과거의 그림자를 다스릴 줄 알았습니다.

 

그는 결코 과거의 불행을 회피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문학 작품에는 불행과 행복이라는 두 세계가 모두 공존합니다. 만일 그가 어린 시절의 불행을 저주하는 데만 몰두했다면 그의 아름다운 동화 작품들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불행한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고 행복을 향한 날갯짓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안데르센의 내면을 가장 잘 반영한 작품이 대표작 <미운 오리새끼>입니다. 미운 오리새끼는 주변으로부터 따돌림당하고 무시당하는 슬픈 과거를 지녔습니다. 안데르센은 이 불행을 없는 일로 치우려 하지 않습니다. 불행을 인정하고 행복으로 향하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마침내 백조로 벼한 '미운 오리새끼' 이야기를 쓸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안데르센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안데르센도 어린 시절의 아픔이 있지만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안데르센은 그의 힘든 어린 시절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현실의 고통을 단순히 지워 버리고 싶은 기억으로만 치부하지 않고 행복으로 가기 위한 여정이라는 적극적 관점을 가졌습니다. 자신의 트라우마와 불행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았기에 안데르센은 <성냥팔이 소녀> <미운 오리새끼> <인어공주> 같은 슬프면서도 따뜻한, 깊은 여운을 남기는 명작 동화를 남길 수 있었습니다. 안데르센이 자신의 불행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한 것은 일종의 관점의 변화이자 가치관의 변화, 즉 패러다임의 변화입니다. 상처와 불행을 치유하는 데에는 이렇게 패러다임의 변화가 꼭 필요합니다.


꼭 의학적이나 심리학적인 분석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고 극복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글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느 심리학자는 아무리 자신의 상황이 불행하고 더 나아질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이라도 아주 조그마한 희망이 있다면 그 사람은 그의 정신적 상처를 극복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과거에 <죽음의 수용소>를 쓴 빅터 프랭클도 그랬고, <완벽한 아이>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본 모드 쥘리앵도 그랬습니다. 난세에 영웅이 탄생한다고 하지만 자신의 인생에서도 도저히 희망의 빛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상처와 불행을 극복하고 인생의 삶을 역전시킨 평범했던 사람들도 모두가 영웅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도 지금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또는 힘들다고 해서 좌절하기보다는 지금 상황을 역적 시킬 수 있는 잠재 능력들이 내재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 책의 더 자세하 내용을 알고 싶다면 책을 읽기를 추천드립니다. 가족이라는 기본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심리적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족들과 원만한 소통을 위해서 그리고 자신보다 나중에 태어나는 소중한 2세들의 밝고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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