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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경제 금융

책, <돈을 찍어 내는 제왕, 연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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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독서 목표가 연구서와 경제 경영의 중요한 책들을 읽어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난번 <금리의 역습>과 함께 읽게 된 책이었습니다. 책 <금리의 역습>이 미국의 대공황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다루었다면, <돈을 찍어 내는 제왕 연준>은 70년대 부터 21년 코로나 사태까지의 연준의 구성원들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에 대해서 자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주로 연준의 금리정책에 대해서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내용을 다룬 내용입니다. 
내용이 방대한 만큼 일부 핵심 내용만 정리해보았습니다.

돈을 찍어 내는 제왕, 연준

오늘날 1970년대를 되돌아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재앙의 절반만 이야기 한다. 고깃값이나 휘발유값 같은 소비자 물가가 충격적으로 올랐던 시기라고 말이다. 하지만 대인플레이션이 파괴적이었던 진짜 이유는 두 종류의 인플레이션이 상호 연결되어 서로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그 나머지 절반이 자산 인풀레이션이며, 자산 인플레이션은 이후 미국 경제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된다. 2000년의 닷컴 붕괴도 자산 버블이 터진 것이고 2008년 주택 시장 붕괴도 자산 버블이 터진 것이었으며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시장이 전례없이 붕괴 했을 때도 큰 요인 중의 하나가 자산 버블이었다.(87p)
연준이 돈의 가격(금리)을 너무 오랬동안 싸게 유지하면 자신 인플레이션에 불을 때게 되는데, 자산 가치를 밀어 올려서 자신의 실제 가치가 자산 가격을 지탱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때가 자산 가격이 버블로 바뀌는 시점이다.(88p)
농지와 석유, 천연가스 가격 상승: 은행은 담보가치 상승을 예상하고 대출 확대 반복, 부동산 포함. 바로 이것이 자산 버블이다. 한 라운드를 돌때마다 계속 더 강화되는 상승 나선의 매카니즘이다. 오늘 자산 가치가 올랐다는 사실이 내일의 자산 가치를 한층 더 올리면서 추가적인 가격 상승의 추진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89p)
자산 인플레이션에서는 미국도 잡을 수 있는 여지는 있었지만 행정부과 연준간에도 일종의 기득권이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은 정치권에서도 자신의 자산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연준 의장들도 이를 모른척 넘어가기는 힘들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따라서 자산 가치가 하락하는 고금리 정책을 원하지 않았고, 미국에서 경제 위기가 올 때마다 저금리 정책이나 양적완화같은 정책을 펼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통화는 기축 통화라는 점 때문에 그런 정책을 펴도 크게 타격을 받지 않았을 것이고요.
이 책에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연준 의장들 그린스펀, 버냉키, 옐런 그리고 현재 총재인 제롬 파월까지 자산 버블에 일조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당시에 인플레이션 대응에 저금리와 양적완화 등으로 대응하던 연준 의장과는 달리 반대를 했던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토머스 호니그와 폴 볼커. 이 두 사람이었는데 이 두 사람은 양적완화와 저금리 정책을 반대했던 유일한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토머스 호니그의 주장은 연준에서 힘을 얻지 못한 반면 1979년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폴 볼커는 자산 인플레이션과 물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 금리를 무려 20%까지 올리게 됩니다.
 
폴 볼커는 자신이 사실 물가 인플레션과 자산 인플레이션, 이렇게 두 종류의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이 인플레이션들을 일으켰다고 인정했다. 회고록에서 그는 '진정한 위험은 (연준이) 인플레이션 및 그것에 가까운 사촌인 극단적인 투기와 위험 감수를 촉진하면서, 혹은 의도치 않았더라고 용인하면서 버블과 과열이 금융 시장을 위협하는 동안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데서 나온다."고 언급했다. 
불커의 전임자들은 이 위험을 촉진했지만 볼커는 그러지 않을 작정이었다. 볼커 시기 연준은 1979년에 10%이던 단기 금리를 1981년에 20%까지 올렸다.(90p)
우리나라에서는 80년대와 90년대 IMF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예금 금리가 10%이던 때가 있었습니다. 80년대 초반 미국의 금리가 이렇게 높은 이유였을 것입니다. 비교적 최근인 연준의 의장이었던 토마스 호니그도 볼커와 비슷한 주장과 고금리로 자산인플레이션을 억누르자는 주장을 했지만 그 주장도 다른 연준 의장들에게 통하지 않았습니다.
흥미롭게 읽었던 것은 이렇게 고금리 정책을 폴 볼커는 연준 의장에서 물러난 뒤 다시는 은행 일에 관계된 일이나 정치적 영향을 펼칠 수 없이 아웃사이더가 되었고, 토마스 호니그도 연준에서 물러난 뒤 핵심적인 위치에 다시 서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연준이 통화정책에 있어서 세계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둘째치고, 연준 구성원들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지만 상당히 권위적이고 보이지 않은 파벌이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연준 구성원들 대부분이 학계 또는 은행 출신들이 많은데, 이들 중에서도 알게 모르게 파벌이 형성되어 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연준이 권위적이고 독단적으로 바뀔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말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피셔(댈러스 연은 행장: 리처드 피셔)가 아는 바로는 지난해 6월과 그해 2월 사이에 QE(양적완화)나 ZIRP(제로금리정책)에 대해 파월의 판단 변화를 설명할만한 어떤 데이터나 보고서도 나온 바 없었다. 그는 "2015년에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야 할 필요성을 제기할만한 조건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가 보기에 더 그럴법한 설명은 연준 이사로 지낸 시간이 일으키는 효과였다. "거기에 오래 있을수록 그런 변화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매우 전문적이고 편향을 가진 똑똑한 직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면 말이에요." 피셔는 이렇게 말했다. "거기에서는 폐쇠된 분위기 속에 있게 됩니다. 그 복도에 있으면 다른 세계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더 순응하게 되지요. 부도덕하거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그곳의 사회적 다이내믹이 그런것 같다는 겁니다."(311p)
연은 행장이 보기에도 이런데,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더욱 접근하기 힘들것입니다. 실제로 연준 의장이 상원이나 하원에가서 보고 연설을 하면, 전문가가 아니면 절대 알아 들을 수 없는 전문 용어로 발표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이를 '연준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날 아침(2020년 3. 23.) 연준이 발표한 구제안은 급진적이었고 패닉을 멈추기에 충분했다. 연준은 대략 90일 사이에 3조 달러를 만들어낸 것이었다. 2008년 위기 이전 시기의 정상속도였다면 연준이 300년 간 만들었을 돈에 맞먹었다.(380P)
코로나 영향으로 미국에서 돈을 많이 풀었다고만 얘기를 들었지 이 정도까지 일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300년간 만들었을 돈을 90일에 풀다니요.
 
이렇게 푼 돈이 국민 전체나, 산업 전반에 골고루 균등하게 쓰였으면 좋았겠으나 대부분 그렇지 않았다고 합니다.
연준의 구제 프로그램이 효과가 없었다는 말이 아니다. 그보다는 특정한 사람에게만 효과가 있었다는 말이다. 진짜 구제 프로그램이 성공한 구제 프로그램은 놀라울 정도로 강력하고 신속했는데 이것은 자산 소유자들을 위한 구제 프로그램이었다. 주식 소유자들은 팬데믹 붕괴 이후 9개월간 전혀 피해를 보지 않았고 기업부채 소유자들도 마찬가지였다. 3월 연중이 개입하고부터 주식시장은 역사상 가장 크고 빠른 호황을 보이기 시작했다.(390p)
늘 그랬듯이 자신 인플레는 언론에서 '호황'이라고 묘사 되었다. 그리고 이번의 호황은 너무나 강력해서 초현실적인 정도였다. 수 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고 수백만명이 퇴거 위험에 처하고 식당들은 문을 닫고 수 십만 명이 목숨을 잃고 있는 와중에 부채 시장과 주식 시장은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391p)
그들(중산층, 월급 생활자)은 ZIRP(제로금리정책)와 QE(양적완화) 그리고 그 정책들이 만든 자산 인플레의 이득에서도 배제 되었다. 미국 인구의 하위 절반은 미국 전체 자산의 겨우 2%를 소유하고 있는 반면 상위 1%는 31%를 소유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소득 분포 중에서 중간에 있는 가구(중위 20%)의 순자산 중앙값이 1989년에서 2016년 사이에 겨우 4%밖에 오르지 않은 이유를 설명해준다. 같은 기간에 상위 20%의 순자산은 두 배가 되었고 상위 1%의 자산은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중산층 수백만 명이 뒤로 밀려났다.(401p)
노동 가치는 줄었는데 다른 상품의 가치는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연준이 크게 일조하고 있었다.(402p)
실제로 연준이 찍어내고 푼 돈은 산업현장에서 고용이나 연구 개발에 쓰이지 않고, 경쟁 기업을 매수하는 적대적 M&A나 사모펀드 회사들의 난립, 헤지 펀드들이 싼 값에 돈을 빌려 더 높은 이윤이 남는 자산에 투자하는 부작용이 더 컷다고 합니다. 경제위기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익부 빈익빈을 더 키운 결과가 된 셈이 되었습니다. 
 
결론: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많은 중요한 면에서 2008년의 금융위기는 결코 끝난 적이 없었다. 2008년의 금융위기는 오랫동안 경제에 탈구를 일으킨 '긴 붕괴'였다. 금융위기를 야기했던 문제들은 거의 어느 것도 해결되지 않고 그대로였다. 그리고 이 금융붕괴는 미국이 민주적 기관들이 가진 역량의 긴 붕괴로  한 층 더 다루기가 어려워졌다. 미국이 경제문제의 해결을 연준에 의존할 때, 이는 근본적으로 오류가 있는 수단에 문제 해결을 의존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연준의 돈은 승자와 패자 사이의 거리를 더 넓혔고 더 큰 불안정성의 토대를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취약해진 금융시스템에 팬데믹이 닥쳤고 연준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더 많은 돈을 새로 찍어내 이전의 왜곡을 증폭했다.
2008년의 긴 붕괴는 2020의 진 붕괴로 진화했다. 그리고 그 대가는 다 치러지 않았다.(414p)
 


감상평
책을 읽고나서 한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은 절대 약자에게 관대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나라의 한국은행도 마찬가지지만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도 정치적 영향력을 안받는 게 아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국가적 자산에 대해서 중립적인 역할을 하고 균등한 배분을 통해 부익부 빈익빈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국가가 담당해야 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세상이나 기득권을 가진 핵심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 자산가치'를 떨어지는 것을 싫어하는 인간의 본연의 마음은 어쩔수가 없나봅니다. 일단 그 구성원들 자체부터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고, 자신도 신이 아닌 이상 인간의 본능은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을테니까요.
성서에도 '마태 효과'라는 게 있습니다. 2000년 전의 일이지만 마태 효과는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진다.'라는 효과입니다. 국가 정책이나 연준의 정책도 역시 '자산 증식'이라는 인간 본연의 욕심 앞에서는 도덕적 가치보다 앞서는 게 아닌가싶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 사회 역시 맹수들이 득실대는 정글과 다르지 않습니다. 자신이 정글 한 가운데 있다면,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 정글을 잘 알아야 되겠지요. 따라서 우리가 자본주의 라는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그 속의 생리를 잘 알고 자신만의 생존 능력을 키우는 게 맞다고 생각됩니다. 그냥 매달 월급이 나오고, 그 월급으로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으니까 보이지 않는 위험에 무신경하기보다는, 언제라도 미국 중산층처럼 몰락을 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조금이라도 갖고 대응하는 게 자신의 생존능력을 키우는 한 방법일 것입니다. 
 
이 책의 자세한 내용을 더 알고 싶은 분들은 꼭 읽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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